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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대담① "김재박 선배같은 유격수를 꿈꿨죠"


"수비 하나는 자신 있었다…유격수라면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

[조이뉴스24 김지수기자] LG 트윈스는 올 시즌을 6위로 마감하며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4위로 시즌을 마친 뒤 와일드 카드에서 KIA 타이거즈,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히어로즈를 꺾고 플레이 오프 무대까지 밟은 경험은 올해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팬들은 크게 실망했고 LG 구단은 변화를 택했다.

LG의 변화는 사령탑 교체부터 시작됐다. LG는 '삼성 왕조'를 일궈낸 류중일 감독에게 LG의 미래를 맡겼다. 2014 시즌 중반부터 올해까지 선수들을 이끌었던 양상문 전 감독은 단장으로 승격됐다. 정규시즌 5연패와 한국시리즈 4연패라는 뚜렷한 성과를 가진 류 감독은 내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LG의 지휘봉을 잡는다.

'조이뉴스24'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류 감독으로부터 31년간의 '삼성맨' 생활을 정리한 소감과 '쌍둥이 군단'의 새로운 수장으로서 각오를 들어봤다. 그는 "LG 감독직을 수락하기까지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다"면서도 "LG가 잘 돼야 KBO리그 전체가 더 발전할 수 있다. LG가 강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류 감독과 일문 일답

-지난 3일 취임 후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이천에 있는 LG 2군 훈련장으로 출퇴근하면서 선수들이 연습하는 걸 지켜보고 있습니다. 올 시즌 1군에서 주축으로 뛰었던 투수들과 야수들은 휴식을 취하는 중입니다. 31일부터 떠나는 일본 고치 마무리 캠프 준비에 매진하고 있어요. 1.5군급 선수들이 30명 정도 갈 예정입니다. 현재로서는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아마추어 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스타 출신이었습니다.

"엘리트 야구인보다는 그저 야구를 너무 좋아한 야구인이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야구를 처음 시작한 것도 주변 권유가 아니었어요. 그저 제가 너무 좋아서 시작하게 됐죠. 포항에서 야구를 시작했는데, 다니던 초등학교 야구부가 해체됐습니다. 그 바람에 초등학교 5학년 때 혼자서 대구로 넘어왔어요. 야구를 그만두는 게 죽기보다도 더 싫었죠.

야구를 더 잘하려고 중학교도 4년을 다녔습니다. 1년 유급 후 야구 명문인 경북고등학교에 진학해 4관왕을 경험했어요. 졸업 후 한양대에 진학해 국가대표로 뽑히면서 제가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캐나다, 쿠바, 호주를 다니면서 경기를 뛰고 나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부분에서 성장한 게 느껴졌죠."

-김재박 전 감독과 함께 역대 최고의 유격수로 언급되는데요.

"저는 어릴 때 김재박 선배님 야구하는 거 보고 저 정도 선수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안고 야구를 했어요. 김재박 선배가 실업 야구 때 한국화장품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공·수·주가 완벽한 선수였어요. 경기 후반에는 마무리 투수로 등판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다재다능, 만능,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선수였습니다.

저는 김재박 선배만큼 하지는 못했지만 아주 조금 흉내를 낸 선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선수 시절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큽니다. 잘 나가려고 할 때마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어요. 팔꿈치 수술, 목 디스크, 방위 복무까지 고비가 너무 많았죠. 야구를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지금도 해요. 골든글러브도 2번밖에 못 받아봤고 개인 타이틀을 하나도 가지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선수 때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해본 게 가장 아쉽습니다."

-선수 류중일의 장점은 무엇이었나요.

"수비 하나만큼은 정말 자신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수비는 정말 잘했어요. 대신 수비에 비해 타격이 좀 약했죠. 3할 타율을 기록한 적도 있지만 통산 타율(0.265)이 2할7푼이 안 돼요."

-현재 KBO리그 최고의 유격수를 꼽아주신다면요.

"우리 팀 오지환도 많이 기량이 늘었고, 넥센 히어로즈 김하성은 매년 무섭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삼성 김상수도 올해 부상 때문에 많이 못 나갔지만 뛰어난 기량을 갖췄습니다.

-후배 유격수들의 아쉬운 점도 보이실 텐데요.

"유격수라고 하면 야전사령관이라고 하잖아요. 유격수는 팀 전체를 리드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본인들 플레이에만 더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벤치에서 코치들이 많은 부분에서 도와주니까 거기에 익숙해지고 있어요. 유격수라면 경기 내내 많은 생각을 하면서 좀 더 시야를 넓게 봐야 합니다.

사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눈에 들어와요. 무엇보다 실책이 다들 너무 많습니다. 지환이도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실책 수를 좀 더 줄여야 합니다. 현재 144경기 체제인데 시즌 실책이 20개 이상 나오면 안 되죠. 15개가 넘어가면 곤란합니다.

삼성 감독 시절 오지환이 실책 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지환이에게 물어보니 시즌 실책이 20개가 넘는다고 하더군요. 그때는 상대팀 선수였지만 같은 유격수 후배니까 신경 쓰였습니다. 1년 후 지환이가 "감독님 저 실책 많이 줄었습니다"라고 저에게 와서 얘기하는데 흐뭇했죠."

-현역 시절 박진만(현 삼성 수비코치)과 비교한다면요.

박진만 은퇴 이후 박진만보다 뛰어난 유격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하성도 기량이 많이 좋아졌지만 박진만이 보여줬던 수비에서의 안정감은 아직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도 좋은 자질을 가진 선수들이 많아요. 대선배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②편에 계속

조이뉴스24 김지수기자 gso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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