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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문학상' 권정현 "100년도 안된 과거…경각심"


장편소설 '칼과 혀'…만주 배경으로 한·중·일 관계 묘사

[아이뉴스24 문영수기자] "'칼과 혀'를 통해 불과 100년도 채 안 된 과거를 살아간 사람들이 이렇게 치열하게 살았구나, 지금의 평화가 정말 수많은 한숨과 눈물과 피로 이뤄진 것이구나, 하는 경각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칼과 혀'를 지은 권정현 작가는 11일 서울 합정동 다산북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 북한의 시소게임이 벌어지는 등 지금도 1940년대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그러한 상황을 교감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혼불문학상은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됐다. 1회 '난설헌', 2회 '프린세스 바리', 3회 '홍도', 4회 '비밀 정원', 5회 '나라 없는 나라', 6회 '고요한 밤의 눈'에 이어 '칼과 혀'가 281편의 경쟁작을 물리치고 제7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7년 만에 심사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선정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칼과 혀'는 최근 연구를 통해 서서히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만주국을 배경으로 한·중·일의 역사적 대립과 갈등을 다룬 장편소설이다. 1945년 일제 패망 직전의 붉은 땅 만주를 배경으로 전쟁을 두려워하는 일본 관동군 사령관 모리와 그를 암살하려는 중국인 요리사 첸, 조선인 여인 길순 세 명의 시점에서 당시의 시대상을 속도감있게 묘사했다.

심사위원들은 "일제의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내적으론 미의 본질, 나아가서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수작"이라며 "한·중·일의 역사적 대립과 갈등을 넘어 세 나라 간의 공존 가능성을 타진한, 그리고 그것을 높은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평했다.

권 작가는 "이 소설은 내가 계속 글을 써야 하나 고민할 때 당선이 돼 큰 격려가 됐다. '칼과 혀'는 동아시아를 다룬 에세이를 읽다 만주를 떠올려 쓰게 된 소설"이라며 "3년가량 썼는데 다들 그렇겠지만 어려운 순간도 많았다. 다행히 작품을 좋게 평가해주셔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많은 것들이 녹아있는 무겁고 칙칙한 소설들을 좋아한다. 가볍고 발칙한 소설을 쓰면 많은 독자를 만나겠지만 읽은 후 '이게 뭐였을까' 하는 작품을 쓰고 싶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은 존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라고 덧붙였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권정현 작가는 2002년 충청일보와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소설집 '굿바이 명왕성(2009)' '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2017)', 장편소설 '몽유도원(2009)', 동화 '톨스토이 할아버지네 헌책방(2012)'을 펴냈다. 2016년에는 단편소설 '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로 제8회 현진건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혼불문학상 수상으로 자신감을 얻은 그는 무속신앙을 테마로 한 12권 분량의 소설 집필에 들어갈 예정이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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