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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Feel']진천선수촌 시대, 다시 태릉을 생각한다


한국 엘리트스포츠 산실, 어떤 형태로라도 보존되어 역사로 남아야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진천 선수촌은 코트가 두 면이 있어서 훈련이 편하죠."

27일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에서는 큰 행사가 열립니다. 진천선수촌이 공식 개촌합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주요 내·외빈 2천여명이 진천 시대를 확인합니다.

진천선수촌은 2009년 착공해 건물을 한 동씩 올리면서 확장을 거듭했습니다.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상태에서는 농구, 핸드볼, 배구, 수영 등 다수 종목이 진천 선수촌으로 들어가 훈련을 시작했지요.

진천선수촌의 개촌은 곧 태릉선수촌 시대의 마감과 연결됩니다. 1966년 설립한 태릉선수촌은 그동안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상징물과 같았죠. 워낙 오래 사용하면서 시설 개선에 대한 문제가 나왔지만, 진천선수촌 건립을 위해 참고 보수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태릉 시대를 마감하는 아마스포츠 단체들은 기분이 묘합니다. 대한핸드볼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태릉선수촌 필승관은 한 면밖에 없어서 연습 시간이 부족했는데 진천에서는 두 면이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매번 장비를 옮기느라 고역이었는데 고생을 덜할 것 같다"고 하더군요.

대한빙상경기연맹도 마찬가지입니다. 태릉빙상장과 아이스링크는 평소에는 일반에도 개방이 되는데 이제는 작별을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다만,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만 태릉에 남아 훈련을 이어갑니다. 진천선수촌에는 넓은 링크가 없기 때문이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종목별로 대관 싸움이 정말 치열했다. 피겨스케이팅이 끝나면 아이스하키 대표가 바로 사용하니 틈이 없었다. 이제는 그런 걱정은 일부 덜게 됐다"며 좋아합니다.

여건도 태릉보다는 훨씬 좋아졌습니다. 숙소도 최신식입니다. 태릉은 3개 동 358실이었는데 진천은 8개 동 823실이라네요. 동시 훈련도 12개 종목 460여명에서 35개 종목 1천150명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태릉에서 사용했던 장비들은 11월 말까지 지속적으로 옮긴다고 합니다. 이사에만 5t 트럭 120대가 동원됩니다.

진천 시대가 화려하게 열리니 체육을 담당하는 기자도 기쁘긴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훈련하는 종목들의 취재를 가보면 어디서 이런 냄새가 날까 싶을 정도로 악취가 지독했습니다. 여기에 녹슨 건물 안에서 훈련을 하는데 정말 안타깝더군요. 선수촌 식당밥은 고열량 그 자체입니다. 배가 불러 정신이 없다가도 훈련장으로 가면 정말 국가대표 훈련장이 맞나 놀라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습니다.

이 때문에 엘리트 스포츠의 수준이 이럴까 싶어 개선해야 한다는 기사도 내보냈지만 '체육 정책'이라는 것이 역대 정부부터 현재까지도 그렇지만 늘 후순위로 밀리니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었죠. 신년이나 올림픽 등 큰 행사를 앞두고 격려 인사를 하는 정치인들이 미울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진천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은 당연합니다.

걱정도 있습니다. 태릉선수촌은 철거 운명을 피하지 못합니다. 태릉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됐기 때문이죠. 문화재청은 태릉을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 부적합 시설을 철거한다는 내용의 원형복원 추진계획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기 때문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태릉선수촌 철거는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한국 체육 역사에서 발전 논리에 밀려 허무하게 사라진 유산들을 생각하면 태릉선수촌에 대한 보존 목소리는 더욱 서글프게 들려옵니다. 대표적으로 1925년 건립됐던 동대문운동장이 있지요. 한국 아마 야구, 국가대표 축구의 열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던 곳이지만 2008년 힘없이 사라졌죠. 역사가 곧 이야깃거리인데 아무것도 말하기 어려운, 과거 자료에만 의존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일단 대한체육회는 태릉선수촌의 역사적 가치를 살고 근현대 체육 문화 유산 보존을 위해 문화재청에 챔피언하우스, 운동장, 승리관 등 8곳을 문화재 등록 신청을 해놓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3월 문화재청의 심사보류에 재등록을 추진하고 있는데 등록이 된다면 시민들에게 충분히 돌려주는,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겠죠. 문화재청, 정부, 국회의원, 체육인 등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최대한 좋은 결론을 도출해야지 싶습니다.

태릉선수촌은 한국 현대 스포츠는 물론 현대사가 오롯이 담긴 유산입니다. 모든 것을 남기기 어렵다면 상징성 있는 몇 곳이라도 남겨 체험관, 박물관 등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근대 문화 유산의 관점으로 봐도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합의와 소통의 시대입니다. 좋은 결론이 나기를 기대해봅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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