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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 진출]격동의 최종예선…천당·지옥 오간 1년


출발은 좋았지만 숱한 위기…결국은 해피엔딩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참으로 험난한 여정이었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6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최종전 우즈베키스탄전과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승점 15점(4승3무3패)을 기록하며 이날 이란과 2-2로 비긴 시리아(승점 13점, 3위)을 제치고 조 2위를 확정지었다. 1986 멕시코 월드컵부터 시작된 연속 월드컵 진출 기록도 9회로 늘렸다.

◆출발은 좋았던 슈틸리케호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의 참패 직후 한국은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해 본격적인 2018 러시아 월드컵 대비에 나섰다. 마크 판 마르바이크, 치로 페라라 등 국제적인 명성이 있는 감독들과 계약 협상이 뜻대로 이뤄지지않으면서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대체자원이었다. 그러나 국가대표, 클럽 등에서의 실적은 적었지만 레알 마드리드에서 뛴 경험이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와 우려가 섞인 상황에서 출범한 슈틸리케호. 출발은 좋았다. 호주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결승까지 올라 홈팀 호주와 대등한 승부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팬들 사이에선 '신(God)'이라는 찬사를 붙여 '갓틸리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2차예선에서 레바논, 쿠웨이트, 미얀마, 라오스 등과 한 조가 되어 8전 전승 27득점 무실점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카타르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 두 번째로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으며 한국 축구의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흘렀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았다.

지난해 6월엔 유럽 원정도 치렀다. 스페인에 1-6으로 완패했지만,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체코와 친선경기에선 윤빛가람(제주)과 석현준(트루아)의 연속골로 승리를 거두면서 승리를 따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슈틸리케호에 대한 분위기 그리고 여론은 좋았다.

한국은 카타르 시리아 중국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예선 A조에 편성됐는데 이란을 제외하면 그래도 '해볼만 하다'는 무드가 형성됐다. 과거 전적에서도 한국이 열세를 보이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휘청휘청거리며 난파 직전까지

하지만 2016년 9월 1일 열린 1차전에서 한국은 의외의 난조를 보인다.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대결을 펼쳤는데 공한증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친 중국에 상당히 고전했다. 정즈(광저우 헝다)의 자책골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의 골로 쉽게 이기는 듯 했지만 후반 두 골을 헌납하며 3-2 신승을 거뒀다. 이기긴 했지만 의외의 졸전에 여론이 조금씩 출렁거렸다.

5일 뒤 열린 시리아와 경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시리아의 국가적 혼란 상황으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경기를 가졌다. 한국 교민이 더 많았고 사실상 홈과 다름없는 상황이었지만 한국은 제대로 된 공격조차 시도하지 못하며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같은 해 10월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3차전에선 상대적으로 약체인 카타르를 상대로 전반까지 1-2로 끌려가다가 후반에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연속골로 겨우 역전승을 거뒀다. 2승 1무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5일 뒤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한국 축구는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다. 사르다르 아즈문(루빈 카잔)에게 결승골을 얻어맞으며 0-1로 패한 것이다. 경기 직후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엔 소리아와 같은 공격수가 없다. 그래서 패했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으로 더 큰 곤경에 처했다.

이때부터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경질론이 조금씩 흘러나왔지만 축구협회는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을 유예했다. 11월 15일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5차전에서 2-1의 승리를 거뒀지만 경질에 대한 요구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리고 2017년 3월 23일 중국 창사에 위치한 허룽 스타디움에서 열린 6차전에서 한국은 최악의 사건에 휘말렸다. 역사상 단 한 번도 패배를 허용하지 않은 중국에 진 것이다. 전반 33분 유 다바오(베이징 궈안)에게 먹힌 골이 그대로 결승골이 됐다. 5일 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리아와 경기에서 1-0의 신승을 거두긴 했지만 성난 여론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대한축구협회(KFA)는 다음 경기에서의승리를 조건으로 '조건부 유임'을 선언해 화를 부추겼다.

그리고 한국은 6월 13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와 경기에서 하산 알하이도스(알사드)에게 멀티골을 얻어맞으며 2-3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월드컵 진출이란 현실적인 목표가 멀어지는 순간이었다.

◆긴급 투입된 신태용, 결과물 따냈다

경기 직후 슈틸리케는 경질됐고 신임 감독 선임 작업이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선임됐고 서정원(수원삼성) 황선홍(FC서울) 등 K리그 감독들이 포함된 기술위원진이 꾸려졌다. 2017 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의 지휘봉을 잡았던 신태용 감독이 독이 든 성배를 드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신태용 감독은 K리그에서 성과를 남긴 국내파, 일본파, 손흥민, 황희찬(잘츠부르크) 그리고 부상으로 온전치 못한 기성용(스완지시티)에 기량저하로 팬들의 질타를 받은 김영권(광저우) 등 중국파까지 모조리 소집했다. 연맹의 협조를 구해 소집기간을 일주일 이상 늘리는 등 특혜까지 얻었다.

하지만 8월 30일 이란과 경기에서 상대의 단단한 수비에 막히며 골망을 전혀 가르지 못했다. 6만3천여명의 대관객 앞에서 한국은 0-0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경기 직후 주장 김영권이 "관중의 소리가 너무 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말까지 남겨 팬들의 분노와 회한은 더욱 커졌다.

그리고 6일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마지막 경기, 한국은 0-0으로 비겼다. 시리아가 이란과 2-2로 비기면서 조 2위를 확정할 수 있었다. 격동의 1년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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