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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 박복자가 해냈다…이유있는 인생작(인터뷰)


"고민 끝에 만난 박복자, 외롭고도 행복했죠"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참 많은 작품을 만났지만, 김선아에겐 여전히 김삼순이란 이름이 따라다녔다. 배우에게 잊혀지지 않는 캐릭터가 있다는 건 고맙지만, 또 숙제이기도 했다. 김선아는 '품위있는 그녀'로 그 숙제를 풀었다. 김삼순만큼 강렬한 박복자로,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김선아는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로 시청자들에 강렬한 존재감을 새겼다. 흡입력 있는 대본 위에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그려졌고, 시청률까지 더할 나위 없었으니 참 성공적인 안방복귀였다.

드라마 종영 후 마주 앉은 김선아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쳤던 박복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으리만큼 긴장된 표정이었다. "늘 이런 자리는 떨린다"며 김선아는 크게 숨을 들이킨 후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제작진에 대한 고마움, 캐릭터에 대한 애정, 배우로서의 진지한 열정을 꺼내놨다.

'품위있는 그녀'는 첫회 2%대로 시작해 마지막회 무려 12.1%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JTBC 드라마 역대 최고시청률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선아는 정작 시청률 이야기가 나오자 "시청률 확인을 너무 늦게 했다"고 무덤덤한 모습이었다.

김선아에게 '품위있는 그녀'는 시청률을 떠나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윤철 PD를 12년 만에 만나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합작했다.

"드라마 성공을 생각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시작할 때부터 좋았어요.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때 너무 좋잖아요. 김윤철 감독님과 꼭 작품을 하고 싶었고 손을 내밀어줬을 때 너무 좋았어요. 감독님이 다시 하자고 하기까지 12년이 걸렸죠.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너무 신기하고 좋았어요. 삼순이에 이어 복자라, 이름이 좀 그랬죠. '진짜 복자에요? 라고 물어봤어요."

김윤철 감독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박복자를 연기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복자라는 캐릭터가 워낙 강렬했다. 박복자는 우아진(김희선 분)의 삶에 갑자기 끼어들어 거센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인물. 상류사회 입성기와 그 후의 삶을 통해 시청자들의 연민을 이끌어내야 했다.

"감독님께서 굉장히 재미있으니 읽어보라고 하셨어요. 며칠동안 답을 못했어요. 머리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시간이 좀 많이 걸렸어요. 이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 작품을 할 수 없을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백설공주 왕비의 이야기를 역으로 어린 시절부터 거꾸로 살아보기 시작했죠. 혼자서 외롭고 오로지 거울이 이야기 해주는 '예쁘다'는 이야기를 위로로 삼고 살았을 왕비가 백설공주가 나타났을 때 굉장히 상처 받았을 것 같았어요.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복자라는 사람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어요."

사전제작 드라마인 탓에 지난 2월 모든 촬영을 끝났지만, 드라마 방영 되는 내내 박복자의 감정에 몰입했다. 그는 김윤철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감사한 현장이었던 동시에 많이 외로운 현장이었다고 돌이켰다.

"김윤철 감독님은 제게 좋은 선생님이자 아버지 같은 분이세요. 이번 드라마에 캐릭터가 굉장히 많았잖아요. '내가 잘해야겠다' '아빠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말 잘 들어야지' 하는 딸 같은 마음이 있었어요. 사람은 잘 안 변하더라구요. 지독하리만큼 고집도 있고, 하나하나 다 짚어가면서 하는 것 보면서 '역시 좋은 선생님이구나' 또 느꼈죠. 정말 감사했어요."

"박복자 연기는 힘들기도 했지만 외로웠던 것 같아요. 태생적으로 어릴 때부터 혼자였고 그렇게 커왔잖아요. 다각도로 생각을 해봤죠. 복자가 되고 싶었던 우아진처럼, 그런 부모님이 없고 친구가 없었던 복합적인 것 때문에 이 여자는 너무 외로웠던 것 같아요. 운규가 범인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는데 공통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운규도 좋은 집안에서 자랐지만 혼자잖아요. 약간 또다른 복자같은 아이, 외로운 아이라고 생각해요."

'품위있는 그녀'는 김희선과 김선아를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다는 것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은 드라마 '세상끝까지' 이후 19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났다.

"우아진을 처음에 김희선이 한다고 했을 때 '이보다 더 베스트는 없다'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하는 것을 대입해 본적도 없어요. 김희선이 진짜 우아진 같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죠. 아쉬움도 있죠. 자주 촬영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혼자 촬영을 많이 한 편이예요. 이렇게까지 많은 배우들과 촬영을 하면서 이야기를 못해본 것이 처음이예요. 저도 5개월 동안 복자 때문에 정신이 없다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김선아는 지난 1996년 화장품 광고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해 드라마 '세상 끝까지' '점프' '황금시대' 영화 '몽정기' '황산벌' '위대한 유산' '잠복근무'에 출연하며 톱스타로 올라섰고, 2005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영화 '걸스카우트' '밤이면 밤마다' 드라마 '시티홀' '여인의 향기' '아이두 아이두' 등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 변신을 꾀했다. 꾸준히 작품에 출연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다작 배우'와는 거리가 멀다. '품위있는 그녀'를 만나기까지도 2년의 공백이 있었다.

"작품을 가장 많이 했을 때 1년에 두 작품 정도 했어요. 작품 수가 많은 편은 아닌데, 성격 때문인 것 같아요. 이 작품 하나 하면, 파묻히는 스타일이예요. 경험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부쩍 많이 하고 있어요. 아직 많이 모자라고, 지금도 배우고 있어요. 기회가 되면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요."

'품위있는 그녀'를 인생작이라 말하자 "앞으로 해야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다"고 웃었다. 그는 "누구의 삶에 잠깐 살아보는 것이 우리의 직업이기도 하다. 너무 많은 분들에게 복자로 기억되고 복자로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했다. 지금까지도 그녀를 울컥하게 한다는 복자와는 천천히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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