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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부터 이민지까지…미쟝센이 낳은 신예의 귀환


이수경·이학주도 새 단편으로 관객 만나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스타 감독의 등용문으로 알려진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유수의 감독들 뿐 아니라 실력파 배우들을 발굴해 온 영화 축제다. 독립영화계에서 기반을 닦은 배우들이 이 영화제를 통해 발견되고, 더 넓은 터전을 만나왔다.

제16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는 과거 이 영화제를 통해 발굴된 보석 같은 신예들의 신작을 만날 수 있다. 미쟝센이 키운 배우들이 새 단편을 들고 다시 미쟝센을 찾은 셈이다. 2012년 제11회 영화제의 대상 수상작 '숲'(감독 엄태화)의 주연 배우 엄태구, 2014년 제13회 영화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여름방학'(감독 손태겸)의 배우 이수경이 신작 '시시콜콜한 이야기'(감독 조용익)로 나란히 영화제 관객을 만났다. 이수경은 '윤리거리규칙'(감독 이정곤)까지 두 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제13회 영화제에서 절대악몽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12번째 보조사제'(감독 장재현)의 이학주는 올해 같은 부문에 신작 '갈 수 없는 나라'(감독 송주성)를 소개한다. 이 영화제에서 역대 가장 화려한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받는 배우 이민지는 영화제의 명예 심사위원으로 미쟝센을 찾았다.

엄태구-이수경, 충무로 가장 뜨거운 신예들의 달달한 멜로

엄태구와 이수경이 나란히 주연을 맡은 단편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푸른 여름날에 꼭 어울리는 분위기의 작품이다. 느와르 영화 '차이나타운'에 함께 출연했던 두 사람이 로맨스 영화에서 청춘남녀의 간질간질한 '썸'을 그려냈다. 예상 밖, 기대 이상의 호흡이다.

영화는 지난 연애로 고통받는 감독 지망생 도환(엄태구 분)의 이야기다. 도환은 프리랜서 모임에 나갔다가 이상하게 매력적인, 이름조차 배우 심은하와 같은 은하(이수경 분)를 알게 된다. 그의 도움으로 도환은 지난 연애의 문제점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집필 중이던 시나리오의 해결책도 찾게 된다.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지만, 도환은 다시 상처받고 싶지 않아 주저한다.

엄태구는 친형인 엄태화 감독이 연출한 단편 '숲'으로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숲'에서도 이번 영화에서도 감독 지망생을 연기했지만, 두 작품 속 그의 모습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시시콜콜한 이야기' 속 도환은 주변에 한 명쯤 있을 것 같은 '찌질'하고 소심한 남자이면서, 자기 앞에 다가온 새로운 설렘을 고민 끝에 받아들이게 되는 사랑스러운 인물이기도 하다.

이수경은 당찬 25세 여성 은하로 분했다. 솔직하다 싶다가도 뭔가 감추는 것이 있을법한, 그저 자꾸만 궁금해지는 캐릭터다. 이수경이 보여주는 꾸밈 없는 표정과 말간 얼굴은 담백하고 투명한 이 영화의 정서와도 꼭 어울린다.

영화 '차이나타운'과 '굿바이싱글' '용순' 등에서 활약을 이어온 이수경은 사실 미쟝센단편영화제를 통해 데뷔한 신예이기도 하다. 제13회 영화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여름방학'이 그의 데뷔작이다. 비밀을 감춘 남학생을 짝사랑하는 여학생 순영으로 분해 일찍이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무 표정을 짓지 않은 가운데 비춰지는 날 것의 감정, 그 오묘한 기운이 이수경이란 이름을 선뜻 기억하게 만들었다.

올해 영화제에서 이수경은 '시시콜콜한 이야기' 외에 또 한 편의 단편을 선보인다. 같은 부문에 초청된 '윤리거리규칙'이다. 이미 지난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한 고등학교에 남녀 간 신체 접촉을 금지하는 규칙이 제정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수경은 이 난감한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을 당당히 이야기하는 주인공 서현을 연기했다.

'12번째 보조사제' 이학주, 미쟝센의 '호러킹'

제13회 영화제의 절대악몽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12번째 보조사제'는 신선한 얼굴의 배우 이학주를 발견하게 만들었다. 이 단편을 장편화한 '검은 사제들'이 흥행에 성공해 원작 단편이 다시 주목 받는 동안, 이학주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tvN '오 나의 귀신님', OCN '38사기동대' 등 드라마로 대중과 가까이 만났고 상업 영화 '날, 보러와요'에서도 또렷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던 중에도 단편 작업은 이어왔다. 지난 2016년 제15회 영화제 초청작인 '티치 미'에서 학력 콤플렉스가 있는 스타 강사로 분했던 그는 올해 영화제 절대악몽 부문 초청작 '갈 수 없는 나라'에서 절망의 상황에 놓인 청년을 그려냈다.

'갈 수 없는 나라'는 이상한 종교를 맹신하던 외삼촌에게 엄마를 빼앗긴 호재(이학주 분)의 이야기다.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김예은 분)와 외삼촌의 집을 찾은 호재는 엄마에 이어 여자친구마저 빼앗길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학주는 '12번째 보조사제'에 이어 이번에도 호러 장르의 작품에서 주목할만한 연기를 펼쳤다.

미쟝센이 사랑한 신예 이민지, 심사위원으로 금의환향

다수의 독립 장·단편 영화에서 연기를 펼쳤던 배우 이민지는 미쟝센이 발굴한 가장 빼어난 신예임이 분명하다. 문병곤 감독의 단편 '세이프'가 칸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영화계에 이름을 알리게 됐지만, 그의 걸음은 전부터 오래도록 꾸준했다. 특히 미쟝센단편영화제를 사랑해온 관객이라면 그의 성장을 유독 뭉클하게 느낄 법하다.

그가 2010년 출연한 단편 '부서진 밤'은 2011년 제10회 영화제의 비정성시 부문에, 2011년작 '애드벌룬'은 2012년 제11회 영화제의 같은 부문에 초청됐다. 이듬해 제12회 영화제 초청작 '달이 기울면'은 박찬욱 감독 특별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뎀프시롤:참회록'이 제13회 영화제의 희극지왕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올해 영화제에는 출연 배우가 아닌 명예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함께 심사를 맡게 된 배우 염정아, 소지섭, 김옥빈, 김상범 촬영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누군가는 베테랑 영화인들 사이에 선 신예를 보며 고개를 갸웃할 수 있겠지만, 이민지야말로 미쟝센과 뗄 수 없는 인연을 자랑하는 적자(適者)다.

한편 제16회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오는 5일 오후 5시 서울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에서 폐막식을 열고 그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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