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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형]고리 1호기, 진짜 폐쇄는 이제부터다


재생에너지 전환 통한 전력체계 개편 서둘러야

[아이뉴스24 유재형기자] 판도라의 상자가 닫혔다. 그러나 25개 국내 원전 중 하나에 불과하다. 국내 전력의 31.5%를 담당하며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추앙받던 원전의 위험성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간신히 우리에게 각인됐다.

방사능 공포를 알게 된 시민들의 합리적 의심이 미국 '쓰리마일', 소련 '체르노빌',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다음 피해자가 우리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불러 왔다. 한국은 프랑스와 함께 이들 국가 다음으로 많은 원전이 많은 국가이다. 국토 대비 밀집도 면에서도 단연 세계 1위다. 즉 이대로 라면 다음 사고가 한국에서 발생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가능성을 줄이고 덜 해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이 현실적 대안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이 점을 인식하고 19일 고리 1호기 가동중단을 선택했다. 그러나 원전 중단은 스위치를 끈다거나 건축물을 철거한다고 해서 깨끗이 처리될 문제가 아니라는 데 불편한 진실이 있다. 환경운동 활동가들은 신규 원전 건설에 있어서도 환경문제의 1 원칙인 '오염자부담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가동을 멈춘 후에도 고리 1호기에 담긴 각종 방사능 물질은 영구적 관리 대상이 된다. 그 시기가 수백 년일지 수천 년일지 알 수 없다는 데 문제점이 자리한다. 현 세대가 값 싼 전력을 핑계로 '대안이 없다'고 만들어 낸 이 괴물을 관리하는 데 우리 후손들이 대를 이어가며 희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2017년을 살아간 조상들의 탐욕의 양식인 방사능 폐기물을 관리하는 데 다음 세대가 천문학적 예산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니 상상만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다.

사실 고리 1호기 폐쇄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번 가동 정지도 알고 보면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은 어찌하지 못하는 순진무구한 인간의 과학기술이 자리한다. 그간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에 "대안이 없다"는 논리 앞에 침묵을 강요받은 시민의 입에서 '탈핵'을 노래하는 시대가 열렸지만, 사실 진짜 고통은 이제부터 라는 게 환경단체들의 걱정이다.

때문에 이들은 지난 수 개의 정권을 겪는 중에도 일관되게 원자력은 결코 착한 에너지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럼에도 원전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훌륭한 수단으로 홍보되고,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청정에너지원으로 둔갑하거나 고부가가치 수출 산업으로 이제껏 포장돼 왔다. 그러는 과정에서도 우리는 "모든 국가가 핵폭발의 위험성을 가진 발전소를 건립하려 든다면 지구는 과연 안전할까?"이라는 기초적 물음마저 애써 외면해 왔다.

공포를 '희망'으로 얘기하는 이 술책이 적폐의 그늘로 부터 나왔다는 사실은 지난 대선 과정 중 각 당 후보들도 인정한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안철수, 심상정 전 후보는 신규원전 백지화에 공통된 입장을 보였다. 또 월성1호기 폐쇄를 명시했고 원전 수명연장 금지 원칙을 약속했다. 유승민 전 후보 역시 미착공 원전계획은 중단하고 건설 중인 신고리 5, 6호기는 재검토를 표명했고 중수로에 대한 수명연장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에너지정책에 있어 보수적이라는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당시 후보조차 신고리 5,6호기는 지질조사 등 안전성 여부 결과를 반영해 결정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은 모든 경제적 논리를 우선한다는 인식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셈이다. 신규 원전 가동 이후 노후에 이르는 30년 뒤 똑같은 논쟁을 반복할 이유가 있을까. 영구적 에너지원인 햇빛과 바람을 다스리고 맞이할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충분한 데 말이다. 올 봄 미세먼지의 역습을 경험하기 전까지 석탄 화력발전의 폐해를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처럼 원전의 위험성을 올바르게 읽어낸 국민의 요구는 앞으로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체계 변환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고리 1호기 폐쇄 이후 사회적 논의는 이제 부터 시작이다 볼 수 있다. 전력요금 체계 개편, 관련 산업군의 반발, 국민적 부담 증가 등 다양한 경우의 수와 갈등 양상이 앞으로 나타날 것이다. 무엇보다 당장 폐로에서 발생할 고준위 폐기물이나 폐우라늄을 별도 보관할 시설조차 마땅치 않은 게 한국 원자력 산업계가 그간 유치한 현실이다. 폐로 이후 관리 계획이나 대책 수립,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재설정 등 논의가 정밀해야 할 이유다.

새로운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중단을 논의하는 지금 이 순간도, 일부 특정 세력은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욕심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욕망을 잠재우는 일은 결국 앞으로 진행될 높은 재생에너지 전환율에 성패가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은 2022년 100% 원전 폐쇄, 2050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우리도 그들처럼, 이것이 현 정부가 내건 희망이 아닐까.

유재형기자 webpo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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