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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으로 상상 펼쳤죠"…자.체.발.광. 고아성(인터뷰①)


'자체발광 오피스'서 은호원 역으로 호평 "시즌2 원해"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오늘만 행복하게 살자, 그러면 매일 매일 행복한 삶이 될거다."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고아성이 공감한 대사였다. 아주 간단한 행복법칙, 3개월 동안 은호원으로 살던 나날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낯설었던 캐릭터였지만, 그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그는 정말 은호원과 닮아있었다. 고아성은 "전 평소에 은호원처럼 천방지축인도, 밝은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어느순간 돌이켜보니 제 원래 모습과 다르게 밝고 쾌할하게 살고 있더라. 은호원 덕에 3개월을 밝게 살 수 있었다"고 웃었다.

고아성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사회초년생 은호원 역을 맡았다. 보잘 것 없는 스펙 덕에 취업 문턱에서 좌절하고, 101번째 취업에 성공했지만 계약직의 서러움을 겪는 인물이다. 이 시대 청춘들의 모습이 투영된 현실적인 캐릭터인 동시에, 직장 상사들에 할 말은 당차게 쏟아내고 부당 현실을 폭로하는 '오피스 판타지'가 깃들었다.

차분하고 조근조근한 말투로 인터뷰를 시작한 그는 "지금 내는 목소리가 최대한의 데시벨이다. 누구한테 소리를 지를 일이 없었다. 어색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런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무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은호원에 느꼈던 거리감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감정에 호소하는' 은호원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인 순간들도 있었다.

"은호원 같은 문제 해결방식을 안 좋아해요. 논리적이지 않고 감정에 호소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의 개연성을 만들기 위해 은호원의 모습을 꺼내야 했죠. 부장님이 호원을 데려다주는 신은 항상 밤에 촬영을 했는데, 동네 주민들의 민원 신고가 끊이질 않았어요. 어느날 민원이 사라졌는데, 알고보니 장소 섭외하는 스태프 분께서 일일이 동네 주민을 찾아가서 양해를 구했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생각했던 은호원의 성향을 반성했어요. 이런 방식으로 해결되는 일도 있구나, 새롭게 보게 됐죠."

드라마는 힘겨운 오늘을 살아가는 20대 아픈 청춘들을 따뜻하게 응원했고, 지친 직장인들에 통쾌한 사이다를 날렸다. 직장 생활은 해본적 없지만,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했기에 디테일한 연기가 나올 수 있었다.

"영화 '오피스' 때도 겪었지만, 평범한 삶에 대해서 모를 것이라고 하는 오해를 많이 받아요. 배우들도 비참한 순간들이 많죠. 비참하지 않은 순간보다 비참한 순간이 많아요. 또 생각해보면 연기가 경험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잖아요. 제가 출산 경험이 없지만 출산을 하는 것 마냥 연기를 했던 것처럼, 연기라는 게 참 뻔뻔한 일이예요. 진짜처럼 연기하려고 하고 또 감정 이입을 해서 봐줘요. 공감을 바탕으로 상상 이상을 얻어내려고 해요."

고아성은 "저도 을의 경험이 많다. 다만 인생을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그 전환점이 무의미하다. 내가 갑인 상황도 있고 을인 상황도 있다. 갑을을 구분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고아성은 로맨스 호흡을 맞춘 하석진, 계약직 3인방 은장도 멤버 이동휘, 이호원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전했다.

"부장님(하석진 분)과의 호흡은 재미있었어요. 처음에 어색하게 시작했어요. 무서웠죠(웃음). 저를 혼내는 신이 많았잖아요. 부장님이 손을 주머니에 놓고 저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가 자연적으로 취해졌는데, 나중에는 애드리브로 반말이 튀어나올 만큼 정말 많이 바뀌었죠. 멜로를 끄집어내는 것도 정말 잘하는 것 같아요."

"은장도와는 너무 유별났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예감이 좋았어요. 재미있는 조합이 나올 거 같았는데 기대 이상이었어요. 내게도 이런 동료들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인연을 만난다는게 생애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선물이잖아요. 그런데 그게 현실까지 이어진게 너무 감사하고, 저를 든든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자체발광 오피스'는 회사로 돌아온 서부장(하석진 분), 그리고 대장암 수술을 받은 도기택(이동휘 분)의 이야기를 담으며 여운을 남겼다. 시즌2에 대한 시청자들의 바람도 많다.

시즌2를 바란다는 고아성은 "친언니들도 회사원이고, 은호원과 비슷한 친구들도 많다. 신입을 지나 입사 4,5년차에 오는 2차 혼란이 있다고 한다. 비단 직장인 뿐만 아니라, 특정 직업군에 진입하고 나서 적응기를 마친 후에 '이 일을 계속 해야하는가' 하는 혼돈의 시기가 누구에게 있지 않는냐. 이런 이야기를 해도 공감을 얻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체발광 오피스'의 시청률은 아쉽지만, 배우 고아성에게는 참 즐거운 현장으로 기억될 거 같다고. 그는 "현장에만 오면 우리끼리의 꿈, 우리의 최종 목적지가 분명하게 보였다. 현실적인 것에 흔들리지 않고 모두 한마음으로 했다. 그게 너무 고마웠다"고 웃었다.

1997년 아역 모델로 데뷔한 고아성은 2006년 영화 '괴물'을 통해 연기자로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 충무로에서 다양한 작품을 해왔던 고아성은 2015년 방영된 '풍문으로 들었소' 이후 '자체발광 오피스'로 두번째 드라마를 남겼다. 배우 고아성의 친숙한 얼굴을 보여준 작품이다.

"그동안 진중하고, 메시지가 강한 작품을 많이 했다면, '자체발광 오피스'로 즐거움을 드리고 싶었어요. 그 목표가, 마음이 전달됐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작품 속에서 장난스럽고, 까불고 그랬던 게 처음이었어요. 즐거움을 주고 싶었는데, 제가 더 즐거웠던 거 같아요." 고아성은 해사한 미소를 지었다. 극중 은호원의 얼굴이 겹쳐졌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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