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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13년 묵은 한(恨)을 토해냈다


FA컵 32강전 서울과 연고이전 더비…홍염 터지는 등 뜨거운 분위기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안!양!만!세!"

13년 만의 만남에 이변이 발생하면 폭풍이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암벌은 뜨거웠다.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 FC서울-FC안양의 2017 KEB하나은행 FA컵 32강전은 시작부터 붉게 물들었다. 안양 팬들이 주심의 전반 시작 호각이 울리기 직전 홍염 폭죽을 터뜨린 것, 몇 개를 터뜨렸는지 짐작하기 어려웠고 연기는 운동장을 뒤덮었다.

2004년 안양 LG치타스가 안양을 떠나 서울에 입성한 뒤 FC서울이 되면서 한(恨)이 서린 관계가 만들어졌다. 안양 팬들은 시민구단 창단에 노력을 기울였고 2013년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출범과 함께 FC안양이 팬들 앞으로 왔다.

현실적으로 안양이 클래식으로 승격하지 않는 이상 양팀이 만나는 무대는 FA컵이 전부다. 추첨에서 계속 엇갈렸던 안양은 올해 64강에서 호남대를 1-0으로 꺾고 32강에 진출, 서울로 원정 응원을 왔다.

서울 팬들은 비교적 조용했다. 그저 FA컵의 한 경기로 생각하고 기본적인 응원에만 열중했다. 하지만, 안양 팬들은 달랐다. 약 3백여명 가까운 원정 응원단이 경기장을 찾았다.

안양 응원석 앞에는 '홍득발자(紅得發紫)'라는 한자가 담긴 현수막이 내걸렸다.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다'는 의미다. 과거 안양LG의 상징색은 빨간색이었다. 현재 안양의 상징은 보라색이다. 빨간색을 뒤덮었다는 의미로 FC서울을 넘겠다는 뜻도 담겨있다.

현수막의 뜻대로 안양 팬들은 홍염 폭죽을 터뜨렸다. 여기저기서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보기에는 좋았다. 그러나 축구협회 대회 운영 규정상 화약류는 반입 금지다. 만약 화약류를 사용하면 해당 구단이 벌금 징계를 받는다. 지난해 부천FC 1995도 서울과의 4강전에서 팬들이 홍염을 터뜨려 5백만원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그래도 안양 팬들은 신났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곳에서 신나는 응원을 펼쳤다. 'F*** 북패'라는 욕설과 비하가 담긴 현수막도 있었지만, 서울 팬들은 딱히 대응하지는 않았다. 안양 응원석 주변에는 소수의 경찰이 있었지만 별다른 일은 없었다.

안양 관계자는 "팬들이 자체적으로 응원 규율을 만드는 등 최대한 즐기자는 분위기로 왔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며 대대적인 준비를 했던 이유를 전했다.

승부에서는 안양이 고군분투를 했지만 서울을 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안양은 죽지 않는다!'는 현수막처럼 충분히 존재감을 보여줬던 한 판이었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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