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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를 전해줬지요"…김호철이 지켜본 현대캐피탈 우승 과정


"우승 감격 함께 하지 못했지만…코칭스태프·선수 모두 자랑스러워"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우승의 여운은 여전하다. 선수들과 함께 코트에서 있지 않고 TV중계를 통해 우승 장면을 봤지만 마음 한구석이 뿌듯하다.

김호철 전 현대캐피탈 감독이 그렇다.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지난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17시즌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대한항공을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10년 만에 다시 오른 V리그 정상이다. 김 전 감독은 10년 전 같은 자리에 있었다. 우승을 확정한 장소만 달랐을 뿐이다. 김 전 감독은 라이벌 삼성화재를 2005-06과 2006-07시즌 연달아 물리쳤다.

◆"욕심버리고 마음대로 뛰게 하면 될 것" 조언 적중

당시 현대캐피탈에 밀려 2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한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현 배구단 단정)은 2006-07시즌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현대캐피탈의 전성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신 감독의 말은 틀렸다. 왕조를 꾸릴 것 같았던 현대캐피탈은 2007-08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5차례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 전 감독은 그 중 네 차례를 경험했다.

김 전 감독은 자신이 팀 지휘봉을 잡고 있을 당시 선수로 뛴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에게 이번 챔피언결정전 기간 동안 두 가지 조언을 했다. 첫 번째는 주포 문성민에 대해서다.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25일 열린 1차전에서 대한항공에 0-3으로 졌다. 문성민이 시도한 공격이 상대 블로커 손에 자주 걸린 게 패배 원인 중 하나가 됐다. 1차전이 끝난 뒤 최 감독은 답답한 마음에 김 전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전 감독은 길게 얘기하지는 않았다. 최 감독과 문성민 모두 승리와 우승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는 것을 김 전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최 감독에게 '욕심을 버리고 마음 편하게 (문)성민이를 코트에서 뛰게 하면 더 나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차전 들어 문성민은 여전히 부진했다. 김 전 감독은 "TV중계를 보는 동안 '내가 괜한 얘기를 했구나'하는 생각만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문성민은 3세트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고 현대캐피탈은 풀세트 접전 끝에 2차전을 따내 시리즈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김 전 감독은 "중계를 보던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정도였다"고 웃었다. 그는 지난 1일 4차전이 열린 천안 유관순체육관을 찾았다. 챔피언결정전 현장을 찾을 계획은 없었지만 최 감독이 다시 한 번 부탁을 해서다. 1승 2패로 시리즈를 끌려가던 현대캐피탈은 4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5차전을 바라볼 수 있었다.

◆"기 전해달라"는 부탁에 경기장 다시 찾아

김 전 감독은 "최 감독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와 기를 불어넣어달라고 하더라"고 다시 웃었다. 김 전 감독은 되도록 현대캐피탈 경기가 치러지는 현장을 찾지 않으려고 한다. 괜한 오해를 받기 싫었고 행여 자신의 등장으로 현대캐피탈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경기에 영향을 받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신 전 감독의 경우 김 전 감독과는 상황이 다르다. 신 전 감독은 배구단 단장으로 자리가 바뀌었기 때문에 삼성화재가 치르는 모든 경기에 나온다. 현대캐피탈은 4차전에서 승리를 거둬 시리즈 전적 2승 2패를 만들었다. 김 전 감독은 4차전이 끝난 뒤 최 감독에게 숫자 2를 강조했다. 그는 최 감독에게 '5차전에서 승부처는 2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캐피탈이 1세트를 먼저 따든 반대로 내주든 2세트를 가져가는 팀이 우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했다.

현대캐피탈은 1세틑 듀스 접전 끝에 먼저 내줬으나 2세트 다시 한 번 듀스 승부를 갔고 해당 세트를 따냈다. 결국 3-1 역전승을 거두며 10년 동안의 한을 풀어냈다. 김 감독은 "결과적으로 최 감독에게 건낸 얘기가 맞은 셈이 됐다"고 껄껄 웃었다,

현대캐피탈이 우승을 차지한 것이 뿌듯하고 기쁜 일이지만 마음 한켠은 무겁다. 팀을 맡지 않고 밖에서 지켜보는 입장이다 보니 준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도 눈에 밟힌다. 배구계 선배이면서 코트를 나왔을 때 친한 형이기도 한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 때문이다.

◆"최 감독, 다음날 바로 준비 시작했을 걸"

김 감독은 "현대캐피탈의 우승도 정말 좋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박 감독님과 대한항공이 첫 우승을 차지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는 승자가 둘이 될 순 없지 않느냐"고 했다. 한편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5차전은 김 전 감독에게 또 다른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 경기가 됐다.

2007-08시즌 플레이오프가 그랬다. 당시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에게 1차전을 먼저 내줬다. 2차전 승리로 1승 1패 균형을 맞췄지만 마지막 3차전에서 대한항공에게 끌려갔다. 3세트 초반부터 팀이 흔들렸고 4-12까지 끌려갔다. 대한항공이 주도권을 잡고 분위기가 넘어갔다고 여기는 순간 현대캐피탈은 반전에 성공했다. 교체 카드로 코트에 투입한 박철우(현 삼성화재)가 펄펄 날았다. 현대캐피탈은 8점 차를 따라잡고 3세트를 가져갔다. 여세를 몰아 4세트도 따내며 3-1 역전승을 거두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김 전 감독은 "현대캐피탈 우승이 확정된 뒤 그때 생각이 났다. 상대팀이 대한항공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의 다음 시즌 우승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그는 "아마도 최 감독은 다음날부터 바로 준비를 시작했을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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