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보통사람' 손현주, 휴대폰에 무명배우 사진 빼곡한 이유(인터뷰)


"이름 아닌 '어이'로 불리던 시절, 내 굳은살 됐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배우 손현주는 약 30년 전 드라마 조단역 시절을 ''굳은살''로 표현했다. 이름이 아닌 '야' '어이' 같은 호칭으로 대충 불리던 그 시절, 새벽이면 단역 하나라도 건져보려 촬영 버스에 무작정 탑승해 현장으로 향하던 그때 그 손현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 제작 ㈜트리니티 엔터테인먼트)의 개봉을 앞둔 배우 손현주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 분)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를 연출한 김봉한 감독은 영화의 공식석상에서 순탄치 않았던 투자 과정을 떠올리며 "손현주 덕에 버틸 수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수 차례 수정되며 시대적 배경도 바뀐 시나리오, 쉽지 않았던 제작기 앞에서도 '보통사람'을 위해 2년의 시간을 기다린 손현주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마땅히 작품도 없었어요.(웃음) 김봉한 감독은 이 영화를 2년 이상 준비했죠. 만났을 때도 계속 준비하던 모습이었어요. 사실 저는 초고가 더 좋았어요. 배경도 1970년대였고 연쇄살인마 김대두를 모티프로 해 만든 시나리오였는데 1980년대로 왔고 제목도 바뀌었죠. 두 시기 모두 격동기잖아요. 1980년대 이야기를 2017년에 풀어낸다는 점에 끌렸어요."

애초 가장 마음에 들었던 초고가 수정된 상황에서도 손현주는 출연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달라졌다 해서 그만둘 수는 없었다"는 그는 "내가 선택한 부분이 변했다고 해도 내 성격 상 한다고 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부터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며 연극 무대를 누볐던 손현주는 오랜 드라마 조단역 시절 끝에 지금의 '굳은살'이 만들어졌다고 돌이키기도 했다. 고생해온 것이 뻔한 감독의 얼굴을 차갑게 지나치지 못하는 그의 성정, 결정을 번복하기보다 뱉은 말에 책임을 지려 애쓰는 태도는 그의 이런 과거 때문이기도 하다.

"조단역도 많이 했죠. 그러다보니 보이는 것들은 연기 잘하는 선배들의 모습이었어요. 방송에 출연하던 초기, 몇 년 간 시간이 많았어요. 그래서 연기 잘하는 선배들의 대본을 가져가 연습을 하기도 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저 사람이 과연 연기를 콘티대로 하는지 아닌지, 콘티를 쉽게 얻을 수 있어 많이 봤죠. 내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방송 초기 내게 큰 역을 줬다면 난 못했을 것 같아요. 굳은살을 키워준 감독들에게 감사하죠. 존재감 없이, '손현주' 보다 '야' '어이' 라는 말로 불리던 시절이죠."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KBS 드라마 첫사랑',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뺐던 '장밋빛 인생' 등은 그런 손현주에게 서서히 인기를 안겨준 작품들이었다. 손현주는 "1990년대 초반부터 방송을 했는데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돌이켰다.

"때에 따라서는 지금도 KBS 별관 앞 버스가 새벽에 출발해요. 새벽 3시 출발하는 차는 사극팀, 6시나 6시30분 출발하는 차는 현대극팀이죠. 그 버스에 이야기 안하고 무조건 올라탔어요. 조연출 중 아는 사람도 있으니 허락 안받고 타는 거예요. 나중에 내리면 알게 되죠. '왜 탔어?'하면 '그냥 탔어. 아무것도 안할게' 해요. 그러면 사람이라는게 아무 것도 안 시키진 않아요.(웃음) 가면 빈 역이 있으니 한 두 개 저에게 시키고 2만5천 원에서 3만 원 돈을 주죠. 그 돈 모이면 소주값이 되거든요. 그게 굳은살이 됐을 거예요."

분명 고단했을 시기인데, 당시를 떠올리는 손현주의 표정은 밝고 따뜻했다. 그저 옛날 일이라 편안하게 돌이키는 것 같진 않다. 그는 자신의 이런 성격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연극무대와 드라마 조단역을 거쳐 영화계에서 활약 중인 다른 배우들을 언급하며 그와 그의 동료들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힘을 언급했다.

"악착같이 살아왔죠. 연극하다 방송과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면면을 가만 보세요. 악착같이 살았을 거예요. 아름다운 미사여구를 많이 쓰겠지만, 그래요. 지금 잘 남아있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살았다면 이 자리까지 못왔을 거예요. 나의 경우도 그랬죠. 잘리지 않기 위해선 죽기살기로 해야 했거든요. '내일은 없다'는 생각 때문에요. 아마 그런 마음으로 한 신 한 신 만들었을 거예요."

인터뷰의 말미 손현주는 지금 조단역으로 활약 중인 연극배우들의 포털 프로필을 담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사진첩에는 아직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30~40명의 연극 배우들의 프로필 캡처 사진이 빼곡했다.

"휴대폰에 연극 배우 프로필을 가지고 다녀요. 이 친구들은 소속사가 없으니 오디션을 어디서 볼지도 모르는데, 연기는 잘하거든요. 누가 끌어주겠어요. 방법이 없어요. 선배들이 이야기해주는 방법밖에 없거든요. 지금은 휴대폰에는 30~40개가 들어있어요. 요즘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배우들이 있죠."

'보통사람'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2024 트레킹






alert

댓글 쓰기 제목 '보통사람' 손현주, 휴대폰에 무명배우 사진 빼곡한 이유(인터뷰)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