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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게임명가]① "내는 족족 홈런" 넷마블


[창간17주년] 시대 트렌드 주도하며 유명 IP로 시장 공략

게임업계가 어렵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던 게임 시장 규모는 2011년 이후 뚜렷한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고 날로 치열해지는 신작 경쟁 속에서 활로를 찾지 못해 사세가 기우는 회사들도 부지기수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남다른 경영 전략과 비전으로 '나홀로' 성장을 거듭하는 게임명가들도 있다. 팽배한 위기론 속에서도 이들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아이뉴스24는 창간 17주년을 맞아 남다른 전략과 승부수를 던져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들의 노하우를 살폈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문영수기자]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는 괄목할 만한 실적 상승을 거듭하며 게임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게임사로 거듭났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에는 2조원을 넘어 3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놀라운 점은 넷마블이 불과 5년 전인 2012년까지만 해도 실패 행렬이 이어지면서 언제 망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회사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창업주 방준혁 당시 고문(현 이사회 의장)이 복귀한 2012년 이후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후 그야말로 파죽지세와 같은 실적 상승을 이끌며 성공 신화를 썼고, 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넷마블은 '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사'라는 수식어에 부합할 만큼 다수의 성공작을 배출했다. 2012년말 넷마블 모바일 신화의 물꼬를 튼 '다함께차차차'를 시작으로 '모두의 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과 같은 흥행작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마블 퓨처파이트' '세븐나이츠' 등을 연이어 안착시키며 글로벌 매출 비중을 매년 높여가고 있다.

◆철저한 트렌드 분석 후 시장 선도형 게임 출시

넷마블이 이처럼 연이어 '홈런'을 때리는 이유는 뭘까. 회사 측은 하루가 멀다하고 변하는 모바일 게임의 트렌드를 기민하게 읽어낸 결과라고 강조한다.

실제 넷마블이 내놓은 게임들은 이전에 없던 장르나 특징을 적용한 사례가 많다. '마구마구 2013'은 카카오 게임 최초의 스포츠 게임이었고 '모두의마블'은 국내 모바일 게임 중 처음으로 실시간 대전을 적용했다. '몬스터 길들이기'는 모바일 RPG의 시작을 열었고, '세븐나이츠'는 턴제 RPG의 대중화, '리니지2 레볼루션'은 모바일 MMORPG의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어제쳤다는 평가다.

다가올 게임 시장 트렌드를 예측하기 위해 넷마블은 매주 '트렌드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트렌드 포럼'은 최고경영자부터 사원까지 모두 참여하는 전사적 회의로, 게임에 대한 의견을 가감없이 논의하는 자리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 중인 성공 사례와 인사이트를 공유해 다음에 선보일 게임의 방향성을 결정하게 된다.

면밀한 트렌드 분석을 통해 만들어진 신작 게임이라도 모두 출시되는 것은 아니다. 넷마블 게임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 바로 SQC(서비스퀄리티컨트롤)다. SQC는 기존 QA(품질관리) 조직과는 별도로 넷마블에서 준비하는 신작을 다각도로 테스트하는 것으로, SQC에서 고득점과 좋은 의견을 받은 게임만이 출시로 이어질 수 있다.

눈여겨 볼 점은 SQC는 오직 갓 입사한 20대 신입사원만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SQC의 핵심이 개발자가 아닌 '이용자의 시각'으로 게임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SQC에 참여한 사원들은 매주 1~2개의 게임을 플레이하며 재미, 친절도, 밸런스, 난이도 등을 분석한다.

게임을 하면서 느꼈던 감상도 솔직하고 상세하게 작성하고 여기서 나온 의견들은 사내 임직원에게 공론화돼 게임 개발 보강이 필요한 지, 제안한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 지를 면밀하게 검토된다. SQC가 단순히 신입사원들의 의견을 듣는 업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출시한 게임은 철저한 매니징 시스템에 의해 관리된다. 넷마블은 PLC(제품생애주기) 전략을 수립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표를 운영하고, 지표 및 이용자 니즈 기반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있다. 2013년 출시한 '모두의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2014년 출시한 '세븐나이츠', 2015년 '레이븐' 등 넷마블 게임이 장기 흥행하는 비결에는 이 같은 PLC 전략에 힘입은 결과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 외에도 넷마블에는 데이터 기반 예측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데이터를 일괄 처리하고 게임별로 비교 분석할 수도 있다. 일간 대용량 게임 데이터 처리 건수는 10억 건에 달한다. 이를 통해 지표 경영이 가능하다.

다양한 인증 대응과 결제, 지표 데이터 및 크로스 마케팅을 지원하는 통합 서비스툴(SDK) '넷마블S'를 구축해, 개발사들이 오직 게임 콘텐츠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유명 지식재산권으로 세계 시장 공략

체계화된 서비스 노하우로 국내 시장을 평정한 넷마블은 해외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넷마블이 달성한 해외 매출 비중은 51%로 2014년(17%), 2015년(28%)과 비교해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븐나이츠' '마블퓨처파이트'와 같은 글로벌 흥행작을 선보인 덕분이다.

넷마블은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트랜스포머' '지아이조'와 같은 글로벌 지식재산권(IP) 확보에 공들이고 있다. 이용자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국내와 달리 글로벌 시장은 철저히 마케팅 기반이고 오픈마켓 피처드(추천게임)에 의존하고 있어 인지도를 갖춘 IP를 활용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측은 "글로벌 이용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익숙한 이야기로 진행되는 게임을 선호하기에 IP 선택 시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지, 게임으로서의 확장성과 트렌드에 맞을지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넷마블은 국내에 서비스한 게임을 번역해 출시하는 정도에 머무르지 않고, 기획 단계부터 해당 시장에 맞게 재디자인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2월 일본에 출시해 열흘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3위에 오른 '세븐나이츠'가 대표적이다. 넷마블은 기존의 캐릭터 성장 방식, 비즈니스 모델, 이용자인터페이스(UI) 등 모든 콘텐츠를 일본 시장에 맞게 재개발했다.

국내 버전이 모험을 플레이해 경험치를 획득하고 이를 통해 캐릭터가 성장하는 방식이라면, 일본 '세븐나이츠'는 캐릭터를 육성할 때 별도의 성장 재료가 필요하게 바꿨다. 국내 버전과 달리 강화용 영웅이 존재한다.

또한 캐릭터를 중시하는 일본 이용자 성향에 맞춰 게임 속 주요 인물들의 연출을 컷인(cut in) 방식으로 추가하고 '나루토' '블리치' 등 인기 애니메이션에 출연한 유명 성우들을 기용해 몰입도를 높였다. 출시 이후에는 '블리치' '데빌메이크라이4SE' '블레이블루' '일곱 개의 대죄' 등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넷마블은 "현지 게임과 이용자들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일본 이용자를 알기 위해 개발진이 직접 일본에 가서 현지 사람들이 휴대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인터넷 환경이 어떠한지 알아보고 관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모든 변화 이끈 방준혁 리더십

넷마블의 놀라운 성장 배경에 방준혁 의장의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2011년 6월 넷마블에 복귀한 방준혁 의장은 모바일 게임 위주의 체질 개선 및 텐센트 등 외국 자본 유치를 성사시키며 당시 연이은 온라인 게임의 흥행 실패로 침몰하던 넷마블을 견인한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복귀 후 적자가 예상되는 경영 위기 속에서도 임직원에게 2016년까지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겠다는 비전과 성장 전략을 지속적으로 제시했다. 그런가 하면, 담당 임원들끼리만 진행되던 폐쇄적 개발 회의를 전 실무진이 참석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회사 전반에 걸친 '대수술'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방준혁 의장이 진두지휘해 이끈 변화는 이제 시스템화된 지 오래다.

방 의장은 지난 2015년 7월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혼자가 아닌 넷마블 임직원 모두의 힘이 연합해 시너지를 발휘하면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들과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렌드를 예측하고 한 발 때로는 두 발 이상 앞서나가는 경영전략 기반 위에 개발 스튜디오의 기업공개(IPO) 추진, 서구권 공략을 위한 해외 개발사 인수·합병(M&A) 등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었다.

약 1년 반이 지난 지금, 그의 각오는 상당부분 현실이 됐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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