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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Feel']브레이크 걸린 전북, 기본으로 돌아가라


K리그 선두에서 끌다가 급제동…기본에 맞춘 수습책 제시하며 변화할 때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지난 11년간 고속 성장을 거듭온 프로축구 K리그 전북 현대에 위기가 닥쳤다.

오직 앞만 보고 달려온 전북은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스카우트 A씨가 2013년 두 명의 심판에게 5차례에 걸쳐 총 5백만원을 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검찰 조사와 법원의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근거로 승점 9점 삭감에 벌금 1억원 징계를 내렸다. 솜방망이 징계라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연맹은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해 징계를 결정했다고 항변했다.

결국 아시아 축구연맹(AFC)의 출전관리기구(Entry Control Body)가 올해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박탈했다. 전북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했지만, 최종 기각됐다. 매수가 승부조작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승부조작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ECB의 해석에 따른 출전권 박탈을 CAS도 이중 징계로 보지 않은 것이다.

검찰 조사 당시에도 비난 여론이 상당했지만, CAS의 기각 판결로 전북은 다시 한번 후폭풍을 맞았다. 전북 성장의 견인차였던 이철근 단장이 뒤늦게 사의를 표명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전 단장을 사무국장으로 보좌했던 백승권 신임 단장이 취임해 빠른 수습에 나섰다.

백 신임 단장은 이 전 단장의 성장 철학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부단장까지 역임한 후 2009년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홍보 이사로 부임하기 전까지 구단 일을 했기 때문에 수습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구단이 어떻게 다시 신뢰를 회복하느냐에 있다. 전북은 2005년 여름 최강희 감독이 부임해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2006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었다. 2006년 챔피언스리그에서 '역전의 명수'로 불리며 아시아 정상을 차지했고 이를 기점으로 구단의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고로 불리는 클럽하우스가 건설되면서 현대자동차 사원기숙사 더부살이 생활도 청산했다. 2009년 K리그 정상을 밟으면서 기존의 수원 삼성, 포항 스틸러스, 성남 일화(현 성남FC)가 나눠 먹던 우승 구도를 일거에 뒤흔들었다.

최강희 감독의 "전북도 수도권 구단이다"라는 주장도 제대로 먹혔고 이동국, 김상식 등 스타가 모여들었다. 2009년, 2011년, 2014~2015년 K리그를 제패하며 지난 11년 사이 4번의 정상 정복으로 국내 최강 구단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지난해에는 10년 만에 아시아 정상이라는 희열도 맛봤다.

구단의 명성은 우승컵 수집으로 어느 정도 잘 다져 놓았다. 지역 밀착 행보를 꾸준히 해오면서 클래식, FA컵, 챔피언스리그 등 복잡한 대회 성격도 상당수의 전북 도민이 이해하는 등 성과를 냈다.

도내 유소년 축구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회원 모집, 지자체와의 협력 사업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하며 전라북도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도 성공했다. 평균 관중 수가 급속도로 증가를 하는 등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모두 해냈다. 이 전 단장의 공격적인 경영과 직원들로부터 얻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

10년에 걸린 성과를 하루 아침에 날리게 된 전북 입장에서는 통렬한 반성 이상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구단은 스카우트 A씨의 개인적인 일탈로 치부했지만 권위있는 국제 스포츠 법정은 구단 책임으로 명확히 정리했다. 전북이 새 출발을 위해서는 철저한 조직관리부터 필요하게 됐다.

스카우트 A씨가 벌인 일의 이면에는 '무조건 우승'이라는 성적 지상주의'가 놓여 있다. '무조건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한국 사회의 압축 성장에서 생긴 병폐가 구단의 성장 과정에서도 그래도 재현된 셈이다.

결국은 초심으로 돌아가 구단의 재출발을 생각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명문 구단으로의 도약은 프런트와 선수단이 서로 이해하며 호흡을 한 결과였다. 모두가 희생해 별것 아니었던 구단의 가치를 끌어 올렸다. 다시 한번 뼈를 깎는 안정 속 쇄신이 필요해 뵌다.

프로의 생리상 성적을 생각하지 않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다. K리그의 리딩 구단이 보여주는 행보에 전체 이미지가 담겼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K리그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어차피 전북 사건이 세계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모두가 사후 대처 방안을 주시하게 될 것이다. 대표성을 갖고 움직여줬으면 한다. 이 전 단장이 책임을 진 이상 새 출발은 필수가 됐다. 알게 모르게 전북의 눈치를 봤던 프로축구연맹이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뼈를 깎는 반성으로 무안하게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성장이 한 축이었던 최강희 감독도 부임 초기의 마음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선수들이 라면을 먹는 등 식단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에 충격받아 "이 구단을 반드시 변화시키겠다"라고 먹었던 그 마음 말이다.

동반자였던 이 전 단장이 책임을 진 이상 다시 한번 구단의 위기 돌파 방안을 마련해 팬들과 호흡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이든 지신이 만든 소통 노하우를 코칭스태프에 이식해 발전의 동력을 삼도록 해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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