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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스포츠도박, 접근 쉬워 더 위험


사행성 높고 자극적인 항목 많아…달콤한 유혹이지만 먹튀 가능성 높아

[정명의기자] 불법 스포츠도박의 피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에 친숙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 규모가 독버섯처럼 커져가고 있다. 2008년 976건이던 불법 사이트 신고 건수가 올해 벌써 4만7천건을 돌파했다.

불법 스포츠도박은 엄연한 범죄 행위다. 불법 사이트의 운영자는 물론 이용자 역시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다. 2012년 대폭 강화된 법에 따르면 단순 이용자의 경우에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죄책감 없이 불법 사이트를 찾아 베팅을 즐긴다. 또한 불법 도박은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쉽게 헤어날 수 없는 중독성을 갖고 있다.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불법 스포츠도박은 얼마나 위험한 일일까. 불법스포츠를 체험한 A씨를 만나 그의 경험담을 취재했다. 순간의 유혹에 빠져 크게 후회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가 불법스포츠도박에 빠져든 경위와 과정을 소개한다.

◆A씨의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체험기

"불법 사이트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 중 몇 군데를 방문해봤다. 하나같이 어두운 배경의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딱 봐도 불법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그 중 한 곳은 여성 속옷 판매 사이트를 가장하고 있었다. 아이디를 만들어 로그인을 하자 그제서야 베팅 사이트의 실체가 드러났다.

불법 사이트가 합법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인 '스포츠토토(국민체육진흥투표권)'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사행성을 부추기는 자극적인 베팅 항목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전반전 스코어만 가지고 베팅을 할 수도 있고, 특정 점수에 어느 팀이 먼저 도달하는 지를 맞히는 항목도 있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돈을 거는, '도박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사다리타기 게임도 있었다.

일정액의 현금을 베팅했다. 보통 '충전'이라 부르는 입금은 다소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다. 충전을 신청하고, 특정 계좌번호로 돈을 입금했다. 그제서야 게임을 시작할 수 있었다.

프로농구를 선택했다. 가장 쉬운 승패 맞히기 게임에 도전했다. 21일, 열린 남녀 프로농구 3경기에 돈을 걸었다. 부산 KT vs 원주 동부, 전주 KCC vs 안양 KGC, 청주 KB스타즈 vs 인천 신한은행의 경기였다. 동시에 3경기 모두 베팅을 했다. 불법 스포츠도박은 합법 '스포츠토토' 와 달리 원하는 만큼 높은 배당률을 책정할 수 있다. 한탕을 부추기는 불법 사업자의 가장 큰 무기이자 치명적인 유혹이다.

동부와 KGC, 신한은행의 승리에 베팅을 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팀들을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운이 좋았다. 베팅한 세 팀이 모두 승리를 거뒀다. 배당률 3.5배의 수익을 거뒀다. 순간적으로 '베팅한 돈의 10배를 걸었으면 훨씬 큰 돈이 됐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불법 사이트는 24시간 내내 베팅이 가능하다. 하지만 생업이 있는 관계로 추가 베팅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22일, 두 번째 베팅에 나섰다. 이번에도 농구였다. 자신감이 넘친 상태에서 전날 베팅한 금액의 3배를 걸었다. 모두 맞히면 5배 이상의 수익이 가능하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동떨어졌다. 나름대로 분석을 통해 베팅했다고 자부했지만 결과는 '꽝'이었다. 대박의 꿈은 날아갔고, 전날 불어났던 금액은 순식간에 날아갔다.

베팅 원금의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기분은 마치 베팅에서 땄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돈이 전부 내 돈이고, 그 돈이 다 날아간 것처럼 느껴졌다.

급한 마음에 본전 생각이 났다. 가장 쉽고 빠르게 결과를 알 수 있는 사다리게임에 베팅했다. 그리고 모두 날려버렸다. 엄청나게 큰 돈을 투자한 건 아니지만 미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떻게든 본전이라도 건져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불법스포츠도박, 중독으로 접어드는 지름길

불법 사이트는 베팅액에 제한이 거의 없는데다, 24시간 쉴 새 없이 운영된다. 또한, 컴퓨터와 모바일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베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본전 생각에, 또는 쉽게 돈을 벌고 싶다는 욕심에 도박 중독으로 접어드는 지름길을 제공한다. 잠깐이라도 방심한다면 금방 불법 스포츠도박에 빠질 수 있다.

국민체육진흥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합법 스포츠토토의 경우 한 회차 당 10만원 넘게 구매할 수 없다. 운영 시간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돼 있다. 더 하고 싶어도 법적인 장치로 제어하기 때문에, 본인의 의지는 물론 본성까지도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스포츠토토'의 공식 온라인 발매사이트 베트맨(www.betman.co.kr)에서는 셀프 진단평가, 셀프 구매계획 등 스스로 계획적으로 건전한 베팅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그리고 결정적인 차이. 불법 사이트의 경우 이른바 '먹튀'를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갑자기 사이트가 폐쇄되면 입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 반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합법 스포츠토토는 안심하고 건전한 베팅을 즐길 수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의 유혹은 달콤해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경제적인 손실은 물론 범법자의 길을 가게 되는 쓰디쓴 결과만을 남길 뿐이다. A씨의 경험담에서 느낀 점이 있다. 불법 사이트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의 순수한 마음, 욕심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교묘히 이용해 운영자들의 잇속만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불법 스포츠도박은 절대 시작하지 말아야 할 범죄 행위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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