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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무능'이 빚은 이용대 비극, 아직 끝 아니다


세계연맹 징계 철회했지만 WADA 항소 남아…협회 시스템 개선해야

[정명의기자]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이용대의 선수 자격이 일단은 회복됐다. 하지만 협회의 무능이 빚어낸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용대(26), 김기정(24, 이상 삼성전기)의 자격 정지 징계가 철회됐다고 발표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도핑청문위원단이 재심의를 열어 두 선수에 대한 징계를 스스로 취소한 것이다.

이용대와 김기정은 지난 1월, 도핑 규정 위반을 이유로 1년간 자격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3월과 9월, 11월 세 차례 불시 도핑테스트 때 소재지 보고를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도핑테스트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협회가 국내대회에 참가 중이던 두 선수에게 도핑테스트 일정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빚어낸 촌극이자 비극이었다.

다행히 배드민턴협회는 사후 노력으로 두 선수의 자격을 회복시켰다. 법률 대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함께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장을 제출해 세계연맹의 결정 철회를 이끌어냈다. 이로써 이용대, 김기정은 자유로운 훈련과 국제대회 참가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아직 이번 비극은 끝난 것이 아니다.

먼저 법률적인 절차가 하나 남아 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신계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은 "아직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3주일 안에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다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WADA의 항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협회 측의 설명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제프리 존슨 변호사는 "WADA의 결정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번 취소 결정은 세계연맹에서 혼자서 한 것이 아니라 WADA와 합의해 결론을 낸 것이다. 항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항소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이 남아 있어 아직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을 뿐, 사실상 이용대와 김기정의 자격 회복은 결정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이용대가 참석하지 않은 것도 모든 것이 말끔히 정리된 후 입장을 밝히는 것이 낫다는 신계륜 회장의 판단 때문이었다.

WADA의 항소에 대한 우려는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이 남아 있다. 향후 이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다. 처음부터 협회가 일처리를 제대로 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선수들도 지난 3개월 동안 불필요한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제프리 존슨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통해 한 가지 배운 것은 배드민턴협회 뿐만이 아니라 다른 협회에서도 앞으로 이런 행정적 규정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계륜 회장도 "이용대 선수는 불행한 일을 겪었지만, '이용대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도핑 관련 업무를) '얼렁뚱땅 처리하면 안되는구나'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앞으로 세계연맹에서 지적한 대로 선수 일정을 관리하는 전담 요원을 두고 영어에 능통한 직원을 배치하기로 했다. 또한 협회에서 WADA의 행정적 통지를 선수 본인에게 직접 전달하는 시스템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협회는 초기 대응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질문에 "국제적 역할을 하는 선수들의 숫자가 점차 늘어나 협회에서 최선을 다해 관리했지만 그 안에서 행정적 실수가 있었다"며 "1심 결정 때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언어적 문제도 있었다. 법률가가 참여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고 답변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도 볼 수 있지만,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앞으로 어떤 종목에서든 제2의 이용대 사태는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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