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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Feel이 있는 시선]김연아의 복귀와 피겨 신기루


[이성필기자] '피겨여왕' 김연아(23)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3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218.31점으로 우승하면서 잠시 침체의 길을 걷던 한국 피겨계가 다시 활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김연아의 우승으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두 명의 피겨 유망주가 큰 경험을 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번 세계선수권 우승 국가에는 3장의 올림픽 티켓이 주어졌다. 김연아가 없었다면 과연 올림픽에 선수를 내보낼 수 있을까 할 정도로 한국 피겨는 이처럼 김연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김연아와 함께 올림픽에 나설 것으로 유력한 후보는 김해진(16, 과천고)과 박소연(16, 신목고)이다. 두 선수는 10대 중반 전에 트리플 5종 점프(토루프, 살코, 루프, 플립, 러츠)를 완벽하게 익혔을 정도로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시니어 무대에서는 아직 눈에 띄는 성적이 없다. 김해진은 ISU 공인 개인 최고점이 149.71점이다. 박소연은 144.77점이다. 2012~2013 주니어 그랑프리 4차 시리즈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얻은 성적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김해진의 경우 발목, 무릎 등에 부상을 입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트 김연아'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고질적 부상은 김해진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김해진의 부상 이면에는 피겨 전용 훈련장 부재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숨어있다. 김해진의 첫 부상은 일반인들과 선수들이 섞여 연습중이던 링크에서 벌어졌다. 수술을 한 뒤에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등 시련 속에서 살고 있다. 고통을 참으면서 연습에 매진하는 것이 '정신력', '투혼' 등으로 포장되고 있다. 어린 선수에게는 실력 향상 이상으로 감당하기 버거운 것들이다.

박소연 역시 김해진과 비슷한 위험을 안고 훈련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반 선수 신분이면 몇 곳 없는 일반 아이스링크장을 사용해야 한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대관하더라도 피곤함이 몰려오는 야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제나 부상 위험에 노출된다. 그나마 국가대표가 될 경우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연습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아이스하키, 쇼트트랙과 시간을 나눠 써야 한다.

좀 더 파고들면 한국 피겨 유망주의 현실은 그야말로 고통의 연속이다. 한 예로 김연아가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뒤 국내 비공개 훈련 장소로 택해 관심을 받았던 경기도 화성시의 유앤아이센터 빙상장은 최근 피겨 유망주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대관 비용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빙상장은 1회 1시간 이용시 40만원(일반인 기준)이다. 청소년 사용자는 50% 감면 혜택이 있다. 그러나 청소년 선수들의 경우 일주일에 최소 5일을 연습에 투자한다. 할인을 받는다고 해도 1인당 1시간씩 주 5일을 이용하면 10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20일을 이용하면 그 비용만 400만원이다.

1시간만 연습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선수들은 훈련에 두 시간 정도를 투자한다. 한 시간을 초과하면 기본 이용료에 20%의 가산금이 붙는다. 이렇게 될 경우 할인이 무의미하다. 링크 대관 비용으로만 학부모들의 등은 휘다 못해 부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단체 운동이면 비용을 나눠서라도 낼 수 있지만 개인 운동이다보니 감당하기가 버겁다. 매일 이용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화성시가 운영하는 빙상부의 훈련이 있을 경우에는 기다리든가 다른 날로 훈련 일정을 잡아야 한다.

학부모들은 이 문제를 대한빙상경기연맹과 화성시청에 호소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고 한다. 익명의 학부모 A씨는 "아이는 피겨를 하고 싶어하는데 돈은 무섭게 나간다. 왜 피겨를 했을까 후회를 한다. 내 아이가 제2의 김연아가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좋은 선수로 성장시키기 위해 훈련하는 것인데 이렇게 돈이 들어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라고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빙상경기연맹은 시설이 지자체의 것이니 관여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빙상장에 대한 관리, 운영은 지자체가 알아서 정하기 때문에 이쪽에서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유앤아이센터 측의 한 관계자는 조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시 조례를 통해 결정된다. 센터 쪽에서는 조례에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돈을 벌려고 그러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를 모를 리 없었던 한 학부모는 조례에서 유앤아이 빙상장을 관리하는 화성문화재단 이사장이 이용료를 승인한다는 내용을 찾아내 이용료를 현실화 해달라고 다시 한 번 촉구했다. A씨는 "그나마 전국 대회에서 성적이라도 내 매니지먼트사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그것도 극소수다. 한숨만 나온다"라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막상 연습을 한다 해도 문제는 또 있다. 빙판의 온도가 쇼트트랙이나 아이스하키에 맞춰 설정된 경우가 흔히 있다. 유앤아이 빙상장의 경우 컴퓨터로 조절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지만 다른 빙상장 대부분은 여전히 후진적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빙질에 따라 스텝이나 스파이럴, 각종 점프 등의 연기가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세한 감각을 익히며 성장해야 하는 선수들이 혼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부상은 부가적이다. 새삼스럽게 김연아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를 역설적으로 알려준다.

김연아 역시 주니어 시절 일반 링크에서 연습하며 고관절, 허리 부상을 훈장처럼 달고 다녔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는 후배들이라도 좀 더 나은 여건에서 성장하기를 바랐다. 기회가 될 때마다 피겨 전용 링크 건립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김연아는 밴쿠버 올림픽 이후에도, 지난 20일 세계선수권대회 후 귀국 기자회견에서도 "선수들에게 초점을 맞춰서 전용 링크장이 생겼으면 좋겠고 해외 전지훈련을 갈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수없이 강조했다.

그런데도 달라지는 것은 여전히 없다. 김연아가 좋은 성적이라도 내면 그에 환호하고 들뜬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뿐, 김연아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한국 피겨의 현실은 너무나 쓰리기만 하다. 과연 언제까지 김연아가 "선수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외쳐야 할까.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도 5년 앞으로 다가왔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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