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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또 다른 올림픽…'배지 트레이드'의 세계


하루 100명 북적…'인기만점' 배지 트레이드 체험기

[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그거 세 개를 줘야 이거 하나 바꿔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빙상 종목들의 경기장이 모여있는 강릉 올림픽파크에 가면 온 몸에 배지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트레이더’라고 불리는 이 사람들은 한 공간에 자신들이 가진 배지를 내놓고 트레이드(물물교환)에 나선다.

애초에 이 배지는 관중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선수들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 심판 등 경기와 관련된 사람들을 구분짓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 가슴 한 켠에 꽂힌 국기나 기업 로고 등이 바로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하지만 이런 '한정판' 배지들이 시중 수집가들의 손에 들어가면서 시장의 판이 커졌다. '한정판' 특유의 소장 욕구를 제대로 자극한 것이다. 국기나 관계자 뿐만 아니라 올림픽이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 참가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 로고 등을 배지로 만들어 배포하면서 지금과 같은 시장이 형성됐다.

원칙적으로 이 배지들은 현금 거래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돈을 주겠다고 하니 곧바로 '노(No)'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가지고 있는 배지를 다른 배지와 교환하는 것이 기본적인 이 바닥의 룰이다. 즉, 애초에 배지가 없다면 다른 배지를 얻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배지를 얻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가장 쉬운 방법은 이곳에서 기념품 세트로 팔리는 배지를 구입해 트레이드를 하면 된다. 수많은 배지들이 팔리고 있다. 5천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다. 이곳에선 오직 수호랑과 반다비로 이뤄진 공식 마스코트 핀 배지와 올림픽 공식 로고만 손에 넣을 수 있다. 이것들의 가치는 크게 높지는 않다. 이미 올림픽파크 내에서 많은 거래가 이뤄져 물건이 흔하기 때문이다. 트레이드를 하고 싶다면 손절(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두 번째는 시간과 수고가 필요하다. 발품을 팔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배지들을 얻으면 된다. 강릉 올림픽파크에 있는 많은 기업들은 몇가지 이벤트에 참가하면 배지를 준다. 예컨대 '기아자동차'는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하면 배지를 건네고, '노스페이스'는 정해진 코스를 따라 세 군데에서 스탬프를 찍어오면 배지를 주는 식이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재팬 하우스에서도 도쿄올림픽 배지를 주는데 이는 특이하게 핀이 아닌 자석으로 되어있다.

이처럼 배지마다 종류나 디자인이 모두 달라 모으는 재미가 상당하다. 올림픽파크 외에도 각 기업이나 국가가 하우스에서도 핀 배지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물건을 모으면 어느 정도 '총알'은 마련된 셈이다. 이 배지들로 다른 배지들과 교환하면 된다. 물론 기관이 배포하는 배지도 관중이 몰린 현 시점에선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두 시간 간격으로 선착순 80명에게 배지를 주는데 한 시간 전부터 사람이 100명 정도는 서있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세상의 모든 재화가 같은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배지 또한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사회답게 희소성을 띄고 있는 배지들은 비슷한 가치의 배지와 교환하거나 낮은 가치들의 배지를 여러개 줘야만 교환할 수 있다. 당연히 안 받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어떤 의미에선 마치 코인마다 가격이 다른 암호화폐 시장을 보는 것 같다. 변동성은 가상화폐보다 작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배지를 교환하러 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묘하게 닮았다.

'조이뉴스24'도 배지 트레이드 광풍에 참가해봤다. 실제로 기자는 이 대회 전인 2014년부터 배지를 모아왔다.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로 10개 남짓의 배지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는 2006 독일 월드컵 LED 배지와 축구 의류 웹진인 '오버더피치'가 만든 스페셜 배지, 그리고 재팬하우스에서 받은 일본 배지 두 개와 수호랑 반다비 배지, 의류업체 '휠라(FILA)'에서 얻은 배지, 그리고 슈퍼스토어에서 구매한 평창 올림픽 공식 로고 배지가 총알이었다.

실제로 트레이드 초반은 여의치 않았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배지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기본적으로 올림픽이다보니 올림픽 관련 배지의 인기가 컸다. 휠라에서 받은 배지는 한 중국인 트레이더와 올림픽 공식 스폰서 P&G의 세제 브랜드 타이드(Tide) 로고가 박힌 배지와 교환했다. 첫 공식 트레이드였다.

P&G 배지는 색감이 좋고 모양이 특이해 나름대로 괜찮게 평가받는 물건이다. 개인적으로도 꼭 구하고 싶었던 물건이었다. 휠라 배지도 소중했지만 더 선호하는 배지로 바꿨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자 올림픽과 관계없이 '오버더피치'가 만든 배지에도 관심을 보인 트레이더들도 있었다. 그러나 거래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기본적으로 올림픽만 받는다"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실제로 한 자원봉사자와 거래를 시도하려 배지를 보여주자 "미안하지만 올림픽만 모으고 있다"라며 단칼에 거절당했다.

물론 올림픽 이외의 배지를 다수 보유한 사람과는 이야기가 통했다. 그는 기자의 배지를 보더니 "축구를 좋아하는 모양인데 하나를 줄테니 가져가라"고 했다. 일본축구협회(JFA)의 과거 로고로 만든 배지였다. 한국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물건이다. 도쿄올림픽 배지를 주려고하자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다"며 얄밉게 웃는다.

시장은 활황이었다. 거래를 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유입됐다. 단순히 관심을 가지는 사람부터 "왜 팔지 않느냐"라며 성을 내는 사람들까지 부류도 다양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질서를 지키면서 배지 문화에 관심을 기울였다. 기자와 거래를 한 중국인 트레이더는 "하루에 100명 정도 거래를 한다"고 귀띔했다. 배지 트레이드 문화가 상대적으로 생소한 국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많은 숫자다.

결과적으로 이날 기자는 2시간동안 1개의 배지를 무상으로 받았고 또 다른 배지 1개는 트레이드했다. 노스페이스는 스탬프를 두 개 받았지만 마지막 스탬프 줄에 너무 사람이 많아 배지를 받지 못했고 기아자동차는 줄을 섰지만 배지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저녁 이후로 제한되어있어 단념했다.

그러나 올림픽파크 안에서 열린 행사에 참가하고 원하는 물건을 얻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웠다. 경기에 직접 뛰는 것은 아니지만 올림픽이라는 주제에 맞게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고 호흡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의 말처럼 참가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면, 핀 배지 열풍을 직접 느껴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올림픽 기간에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즐길거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조이뉴스24 강릉=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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