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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구]여정 끝난 단일팀, 다시 보기 위한 조건은?


과도한 개입 대신 자연스러운 체육 교류 형성 필요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단일팀 코리아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이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며 대회를 끝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안고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새라 머리 감독이 이끄는 코리아는 2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결정전에서 1-6으로 패했다. 이번 대회 5전 전패로 마감했다.

1차전 스위스(0-8 패), 2차전 스웨덴(0-8 패), 3차전 일본(1-4 패)에 모두 졌던 단일팀은 5~8위 순위 결정전에서도 스위스에 0-2로 패하며 7~8위 결정전으로 밀렸다. 이날도 패하며 2득점 28실점을 기록했다.

승리는 없었지만, 단순히 경기력으로만 따지기 어려운 무형의 것들이 코리아에는 큰 소득이었다. 단일팀 구성 과정에 정치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등 논란이 있었다. 지난달 25일 방남한 12명은 단 3주 만에 기존 선수들과 호흡하는 과제와 마주했다.

머리 감독은 선수대기실에 남측 선수 2명 사이에 북측 선수 1명을 배치하며 최대한 가까워지는 데 집중했다. 실력 있는 선수를 발굴하는 데 집중했고 정수현이 머리 감독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숙소는 따로 썼지만 자주 훈련하며 똘똘 뭉쳤고 급속도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줬다.

패배를 거듭하면서도 단일팀은 조직력을 보여줬다. '할 수 있다', '해보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조별리그에서 0-8로 완패했던 스위스와는 다시 만나서 실점을 줄이며 졌다. 일본전에서는 랜디 희수 그리핀이 역사적인 골을 넣었다.

이기려 애를 쓴 단일팀이지만 마지막까지 승리는 없었다. 그렇지만, 골리 신소정의 투혼이 불을 뿜었고 모두가 뭉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신소정은 스웨덴과의 최종전 직전 은퇴까지 고민했다. 선수들은 한 골이라도 넣어 유종의 미를 거두자며 이를 갈았다.

스웨덴과는 인연이 깊다. 지난해 두 번 평가전에서 패했고 올림픽 직전 평가전에서도 만나 1-3으로 졌다. 충분히 싸워 볼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하고 덤볐다. 아는 상대에 대한 도전 의식은 불을 뿜었다.

스웨덴전 1피리어드만 놓고 보면 올림픽 최고의 경기력이었다. 선수들은 오직 퍽의 방향만 보고 몸을 던졌다. 너무 많이 뛰는 바람에 2, 3피리어드 체력이 떨어져 실점이 이어졌지만, 요령 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뛰었다.

결과는 1-6 완패였지만 선수들은 환하게 웃으며 마지막 경기를 끝냈다. 모든 선수가 출전 기회를 얻으며 올림픽 경험을 나눴다. 대회 내내 관심을 받으며 왔고 여러 가지로 힘들었지만 서로 사는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공유했던 단일팀이다. 최종전까지 팀으로만 뭉쳤다.

스웨덴전 승리도 없었지만, 관중들은 중앙원에서 "하나, 둘, 셋 팀 코리아"를 외치고 스틱으로 빙판을 치며 마무리하는 단일팀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다. 선수들도 상기된 표정으로 마지막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차후 단일팀이 2022 베이징올림픽에서 구성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맏언니인 골리 신소정은 단일팀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의미나 취지는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단기간에 3주 동안 훈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단일팀이 세계선수권대회나 특정 대회 등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는 "정말 (단일팀으로 다음 올림픽을 간다면) 최소 3~4년은 호흡을 맞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도 제대로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머리 감독도 북한 선수들에 대해서는 거부하지 않으며 빠르게 친숙해졌다.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흘렸던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다. 선수들은 그사이 친구가 됐다. 나중에라도 다시 만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며 단일팀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전했다.

단일팀이 남긴 유산은 무엇일까, 일단 평화의 상징으로 주목받은 것은 확실하다. 갈수록 이질감이 생기는 남북의 사이에서 교류의 물꼬를 트는 가능성을 봤다. 신소정은 "처음에는 사실 두렵고 무서웠다. 그런데 그(북한) 친구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와서 어울리면서 친해졌다. 정이 많이 들었다"며 헤어짐이 준비되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교류는 이어가면서 과도한 개입은 없어야 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소통으로 융화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진정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 감독이 "정치적인 부담과 언론의 관심 속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하나의 팀을 이뤄냈다는 점은 내게도 인상적이다"고 한 부분에서 알 수 있다. 팀이 알아서 화학 작용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과도한 개입이 아닌 자연스러운 대표팀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다.

조이뉴스24 강릉=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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