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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의 선발…긴장한 동생 옆에는 듬직한 언니가 있었다


김재영·김수지 자매의 완벽 호흡…만원 관중 박수 쏟아지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많이 부담됐어요. 정말로요."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세터 김재영은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 홈경기에서 선발 세터로 코트를 밟았다.

선발 출전은 그에게 가물 가물한 기억이다.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는 현대건설 시절인 지난 2007-08시즌 한 차례 선발 출전한 기록이 있다.

2008년 1월 28일 열린 GS칼텍스와 맞대결이었다. 당시 중립경기장인 올림픽 제2체육관에서 열렸다. 김재영은 1·2·3세트를 선발로 나왔다.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GS칼텍스는 현대건설에게 3-2로 이겼다. 이 경기를 끝으로 김재영은 다시 백업 역할로 돌아갔다.

그는 선수생활을 접고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평벙한 대학생활을 보냈지만 배구를 잊지 못해 코트로 다시 돌아왔다. 배구공을 손에서 놓은지 5년 만에 V리그 코트를 찾았다.

흥국생명에서도 그는 현대건설 때와 같은 임무를 맡았다. 주전 세터 휴식 시간을 보조하는 백업 역할이다. 그랬던 그가 3천277일만에 선발 출전했고 흥국생명은 IBK기업은행에게 세트스코어 3-1로 이겼다. 주전 세터 조송화가 팀 연습 도중 왼쪽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갑자기 찾아온 선발 출전 기회를 누구보다 반긴 건 친언니 김수지다.

김수지는 현대건설에서도 동생과 한솥밥을 먹었다. 9년전 GS칼텍스와 경기에서도 언니는 동생이 올린 토스를 속공으로 연결해 득점을 올렸다. 17일 IBK기업은행전도 마찬가지였다.

김재영은 IBK기업은행과 경기가 끝난 뒤 팀 수훈 선수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부터 수훈선수에게 '수지메달'을 목에 걸어준다. 김수지가 지난 시즌부터 수훈선수에게 메달을 주자는 제안을 했고 팀동료들이 '수지메달'로 이름을 붙였다. 김재영에게는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김재영은 "수지 언니가 경기 전부터 많은 얘기를 했다"며 "경기 중에도 블로킹 위치에 대해서도 그렇고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히 말해줬다"고 웃었다.

그러나 김수자의 동생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않았다. 그는 "팀이 좋은 결과를 얻은 부분만 놓고 보면 재영이는 90점을 주고 싶다"면서도 "냉정하게 보자면 60점이다. 볼 배분도 그렇고 2단 연결도 터무니 없는 패스가 오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김재영은 "언니는 어릴 때부터 좀 냉정한 면이 있었다"고 했다. 김수지는 "가족이다보니 오히려 격려하거나 칭찬하는 일이 어색한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언니는 다시 코트로 돌아와 자신과 손발을 맞춘 동생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김수지는 이날 블로킹 3개를 포함해 11점을 기록했다. 그는 "동생이 기회를 잘 잡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답답한 마음도 든다"며 "오늘 경기 준비를 잘해서 좋은 결과를 함께 이끌어내 다행이고 기분도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재영도 "언니가 수지메달을 획득하면 맛있는 것을 사준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는지 한 번 지켜보겠다"고 또 다시 활짝 웃었다.

어릴때부터 함께 배구공을 친구삼아 코트를 뛴 자매는 흥국생명의 1위 수성에 힘을 보탰다. 한편 이날 계양체육관에는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남자부에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 이미 만석을 달성했다. 꽉찬 관중은 코트에서 뛰는 자매의 열띤 활약에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조이뉴스24 인천=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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