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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총재 맞는 KBL,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 경영인 초빙…전 집행부 이성훈 총장 잔류 가닥

[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KBL이 전문 경영인 출신 총재를 추대하면서 인기 회복을 향한 소방수를 투입했다.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평가다. 하지만 경기인 출신 임원을 남기면서 논란의 불씨는 남기게 됐다.

KBL은 16일 제 23기 제5차 임시총회에서 KBL 9대 총재와 이사(사무총장 내정)에 이정대 전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최준수 이노션 전 이사를 각각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정대 총재 내정자는 현대모비스 전신인 현대 정공에 입사해 2007년 현대자동차 사장에 올랐다. 말 그대로 전문 경영인이다. 2008년부터 5년간 현대차 부회장직을 역임하며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고속성장을 이끈 핵심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최준수 사무총장 내정자 또한 글로벌 광고전문기획사 이노션에서 기획국장과 수석국장을 거쳐 캠페인본부장을 지냈다.

전략 기획과 마케팅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깔린 인선이다. 구단 자생 경영 문제와 사그라들고 있는 인기 등 심각한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KBL 입장에선 이 두 명의 존재가 힘이 될 수 있다.

특히 관중 회복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한선교 제 7대 총재 시절에도 지적됐던 문제였다. 그래서 농구 경기인 출신인 김영기 총재와 이성훈 사무총장의 선임이 이뤄졌다. 농구를 아는 사람들이 농구 인기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경기인 출신인 8대 지도부도 관중수의 감소는 불가항력이었다.

관중을 붙잡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외국인선수의 신장을 193㎝로 제한하는 제도였다. KBL 출범 초기처럼 단신 '볼 핸들러'로 기술적인 농구를 구현해 팬들의 마음을 사겠다는 복안이었다.

도입 당시에는 비판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론 제법 괜찮았다. 국내 최고 센터라는 김종규를 앞에 두고 인유어페이스 덩크를 시도하는 조 잭슨(전 고양 오리온)이나 2017~2018시즌 최우수 외국선수에 선정된 디온테 버튼(원주 DB), 챔피언결정전에서 무서운 활약을 펼친 테리코 화이트(전 서울 SK) 등은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브랜든 브라운 (인천 전자랜드) 등 언더사이즈 빅맨들의 활약도 있었다. 장신엔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찰스 로드(전주 KCC) 애런 헤인즈(SK) 로드 벤슨(은퇴) 등 오랜 시간 한국서 활약한 선수들도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도중 이러한 선수들을 대부분 떠나게 만드는 제도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논란이 커졌다. 단신은 186㎝ 이하, 장신은 200㎝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를 2018~2019시즌부터 도입하는 것이다. 김영기 총재를 비롯한 KBL 임원 등이 이 제도를 발의했다. 각 구단 단장들이 이에 동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팬들과 언론은 물론 농구계 내부에서도 반발이 거셌다. 현장의 한 지도자는 "KBL이 한국 농구를 망치고 있다"고 목청을 높일 정도였다.

결국 도입이 확정됐고 한국 농구의 역사를 수놓았던 선수들은 초라하게 한국을 떠났다.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인 화이트는 이 제도로 인해 계약이 불발됐다. 올 시즌 25.7점을 기록하며 KBL 평균 득점 1위를 기록한 데이비드 사이먼(전 안양 KGC)은 키를 줄이기 위해 신체검사를 다시 받는 해프닝 끝에 202.1㎝가 나와 한국 퇴출이 결정됐다. 미국 언론인 ESPN 등에서 이를 '촌극'으로 보도하는 최악의 사태도 벌어졌다.

시즌 중에 이러한 제도 도입이 알려지면서 올 시즌 KBL 1경기 평균 관중은 2천796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어수선한 1년이 됐다. 현장에서는 "KBL이 홍보와 마케팅 등에 진력해도 모자랄 판에 경기 내적 요소인 제도 바꾸기에 급급하다"는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실제로 농구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 신장 제도 또한 '직업 선택의 자유와 인권의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러한 내홍 속에 농구인 출신이 아닌,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는 KBL과 총재사인 현대모비스의 자세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임원진에서 경기인이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성훈 현 총장은 KBL 임원진에 남을 전망이다. 농구 관계자는 "단장 회의에서 이 총장을 '경기에 관련된 이사직으로 남기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몇몇 단장들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경기 관련 보직으로 KBL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총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농구인으로서 김 총재를 헌신적으로 보좌하면서 농구 인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농구 내적인 부분에만 몰두해 정작 큰 그림을 그릴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의견도 꽤 많다.

물론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이 총장은 이 보직을 두고 농구지도자 출신 A씨와 경합을 펼쳤다. 하지만 이 총장이 KBL 내부 시스템을 잘 알고 김영기 총재와 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한 부분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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