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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슈퍼매치에서 곽희주가 깨운 '수원 정신'


투혼 불사르는 수비에 골까지, 식어가던 라이벌전 불 붙였네

[이성필기자] "정말 우리 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올 1월 경남 남해, 칼바람이 부는 가운데 수원 삼성은 다소 냉랭한 분위기에서 국내 전지훈련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별다른 전력 보강은 없고 기존 선수들의 재계약 난항 소식만 들려 왔기 때문이죠.

서정원 감독의 표정은 정말 어두웠습니다. 몇몇 부족한 포지션을 메워야 시즌 준비를 알차게 할 수 있는데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런 마음은 비단 서 감독 말고도 프런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뭐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축구팬들이 잘 아실 수원의 구단 운영비 축소에 따른 여파였죠.

이런 상황을 가장 걱정하던 선수가 한 명 있었습니다. 바로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78번째 슈퍼매치에서 동점골을 넣은 중앙수비수 '푸른피의 사나이' 곽희주(35)였습니다.

당시 곽희주는 기자에게 "팬들이 걱정을 많이 하실 것 같다. 이러다가 정말 시즌 시작하고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라며 걱정하는 속마음을 털어놓더군요. 선수단은 경기력으로만 보여주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곽희주는 팀이 어렵게 돌아가는 것을 마냥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걱정은 2013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수원의 어려움이 시작된 시점에서 곽희주는 팀을 떠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고연봉자 중 한 명인 자신이 팀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겠다는 뜻에서 하게 된 선택이었던 것이죠. 팬들은 그가 떠난다는 소식에 등번호 29번이 새겨진 종이를 들고 호소하며 붙잡으려 애를 썼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FC도쿄(일본), 알 와크라(카타르)를 거치면서 곽희주는 한 번도 수원을 잊지 않았습니다. 어느 팀에 몸담고 있든, 수원의 경기력과 순위에 따라 그의 마음도 요동쳤습니다. 2014년 말로 기억이 되는데 그 해 수원이 2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했지만, 전북과 승점 14점 차가 나자 "그래도 수원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전북과 싸워줘야 하는데 이러다가 (전북) 독주 시대를 허용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고 걱정하더군요.

오직 수원 생각만 하던 곽희주는 지난해 플레잉코치 자격으로 다시 수원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팬들은 '살아있는 전설'인 곽희주의 복귀를 대환영했지요. 프랜차이즈 스타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요즘, 그는 다시 팀의 레전드가 될 자격을 갖췄습니다.

곽희주는 주장 염기훈 뒤에서 시어머니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경기력이 시원치 않으면 선수들을 불러서 잔소리를 쏟아냈습니다. 몸이 완벽하지 않아 자주 풀타임을 뛰지 못하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경기에서는 120% 이상의 힘을 쏟아내는 것이 수원 정신이라고 강조하더군요.

평소 곽희주는 자신의 수비를 두고 "상대팀 선수와 팬들이 싫어할 정도로 집요하게 해야 한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서울 팬들은 데얀을 괴롭혔던 곽희주가 싫었던 것이고 전북도 이동국의 그림자였던 곽희주가 싫었을 겁니다.

그런 곽희주의 정신은 이번 슈퍼매치에 그대로 또 나타났습니다. 후반 21분 교체로 들어가 36분 염기훈의 프리킥을 헤딩슛해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0-1로 뒤지던 경기에서 1-1 동점을 만드는 귀한 골이었습니다. 이후 첫 번째 슈퍼매치에서 아드리아노를 잡아 논란이 됐던 다이빙 세리머니를 보여주더군요. 불만이었던 심판 판정을 시원한 골과 세리머니로 씻김굿을 한 셈입니다.

이날 경기 전 서울 최용수 감독은 '전투적인 슈퍼매치'를 강조했습니다. 많은 주목을 받는 라이벌전인 만큼 얌전한 경기로는 재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죠.

곽희주도 이에 동의했습니다. 슈퍼매치는 후끈 달아올라야 한다고 말이죠. 그는 "이번 경기를 통해 우리가 반등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 전북전부터 '이길 수 있다. 골을 넣을 수 있다'는 마음이 선수들 사이에 있었다. 이제부터는 그렇게 되리라고 본다"라며 대반전을 예고했습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모인 4만7천899명의 대관중도 이런 슈퍼매치를 또 기다리지 않을까요. 경기 후 곽희주는 "이겼어야 됐는데. 한 골 더 넣었어야 했는데"라는 말만 계속 반복했습니다. 슈퍼매치에서 무승부는 의미가 없다는, 오직 승리뿐이라는 곽희주의 간절한 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슈퍼매치'를 벌써 얘기하면서 "무조건 이긴다. 이길 수 있다"라고 외치더군요.

팀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대로 수원은 슈퍼매치를 계기로 반등을 하게 될까요. 더욱 흥미로워지는 K리그 클래식입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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