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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신태용호, 고개 들고 리우만 보세요


AFC U-23 결승전서 일본에 패배, 냉철한 문제점 도출과 보완만이 살 길

[이성필기자] 승자는 다같이 그라운드로 뛰어나가 즐거움을 만끽했고 패자는 그라운드에 누워 분을 삭이지 못합니다. 당연한 승자와 패자의 모습이지만, 그 경기가 한일전이라면 의미가 다르겠지요.

30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는 극명히 대비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한국 올림픽대표팀은 기존의 한일전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경기 내용을 보여주며 2-3으로 역전패했습니다. 두 골을 먼저 넣고도 내리 세 골을 허용하며 경기가 뒤집혔기에 충격은 더 커 보였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패자의 자세였죠. 응원 온 1천여 교민 응원단에 인사를 하러 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괜찮다"는 응원단의 위로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왜냐고요? 상대가 가위, 바위, 보를 해도 져서는 안 된다는 일본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어진 시상식에서 선수들은 준우승팀에 수여되는 메달을 대충 받는 둥 마는 둥 시상대를 지나쳐 내려와 풀죽은 모습으로 선수대기실로 들어갔습니다.(하단 영상 참조) 몇몇 선수는 상실감에 머리를 쥐어 감싸거나 준우승의 결과물로 받은 은메달을 목에서 빼 손에 들었습니다. 승부가 중요한 스포츠 세계에서 응당 있을 수 있는 자세입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선수들은 어렵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미 쉽지 않을 것이라던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는데도 일본에 한 번 지면서 모든 성과가 깎여 내려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던 모양입니다. 5골로 이번 대회 득점 2위에 오른 권창훈은 "이런 경기는 처음인 것 같다. 2분 사이 두 골이나 내줬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하더군요. 단답형 대답이 특징인 권창훈 자신도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싶었습니다.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을 빼고 냉정하게 팀 자체로만 들어가 보면 신태용호는 불과 1년짜리 팀입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이광종 감독 체제로 금메달을 따면서 병역혜택을 얻은 연령대 대표팀의 다음 세대로 새로운 팀을 만들어가야 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우리와의 경기 선발 멤버 중 7명이 인천아시안게임 멤버였습니다. 데구라모리 마코토 감독 체제로 4년이 넘게 이어져 왔다는 연속성까지 있습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은 U-21 팀이 나섰었고 당시의 경험 등이 더해져 올해까지 이어졌습니다.

일본 취재진은 신태용호가 인천 세대가 아닌 것에 놀라워했습니다. 왜 단절이 됐는지 궁금증을 나타내는 기자도 있었습니다. 연령별 대표팀에는 연속성이 있게 마련이니까요. 중간층이 떠버린 세대에서 보석을 찾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4골을 넣은 문창진(포항 스틸러스)은 또 어떨까요. 지난 몇 년간 허리 부상, 발목 부상 등에 시달렸죠. 지난해 11경기 출전에 4경기 풀타임을 소화했고 4골 2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유럽파라 불리는 류승우(레버쿠젠)는 소속팀에서 거의 기회를 얻지 못해 분데스리가 2부리그 팀으로 임대를 가야 할 상황입니다. 그나마 A대표팀을 오간 권창훈(수원 삼성)이나 11월 중국 4개국 대회에서 새로 합류했던 박용우(FC서울) 정도가 소속팀에서 주전입니다.

남은 기간 신태용호의 과제도 분명합니다. 선수 각자가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많이 얻는 것이 1순위입니다. 경기를 뛰어야 감각을 유지하니 말입니다. 다양한 경기 경험이 없으면 임기응변 능력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체력 역시 풀타임에 맞춰져 있지 않으면 아무리 훈련을 해도 어렵기는 매한가지구요.

류승우는 "워낙 소속팀에서 오래 경기를 못 뛰다 와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팀에 방해가 안 되려 열심히 했다.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라며 완벽한 몸을 만들지 못하고 온 부분에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에게 "소속팀으로 돌아가서 다들 경기 뛰고 더 노력하자"라며 출전 미션을 부여했습니다. 어쩌면 일본전 후반 와르르 무너진 것은 경기 경험이 부족해 나온 상황인지도 모릅니다. 이번 대회 한국의 6실점 모두 후반 20분 이후 나온 것이 그렇습니다. "제발 팀에서 풀타임 좀 뛰어봐"라는 신 감독의 절규가 너무 절실하게 들릴 정도니까요.

신태용호에 있어 지금 중요한 것은 한일전 결과에 대한 집착이 아닌, 챔피언십 전체를 보고 차가운 마음으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공격은 확실히 좋아졌음을 확인했지만 수비는 리더의 부재를 느꼈습니다. 리우에서 수준 높은 경기와 2012 런던 올림픽 이상의 성적을 바란다면, 일본과 다시 만나서 웃고 싶다면, 골짜기 세대가 보여준 하나의 팀을 가슴에 새기고 더 열심히 뛰어 소속팀에서 생존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요.

한일전 다소 어이없는 패배에 대해 신태용호를 향한 분노를 빼고 따끔한 격려와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줘야 하는 시점입니다.

조이뉴스24 도하(카타르)=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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