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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국가대표' 이정협, K리그에 전한 희망찬가


소속팀 교체 요원이라도 국가대표로 경쟁력 있음을 증명

[이성필기자] 슈틸리케호에서 '군대렐라'로 거듭난 이정협(24, 상주 상무)은 지난 2013년 부산 아이파크를 통해 프로 데뷔했다. 이정협의 부산 입단 당시 여론은 숭실대 감독을 역임했던 윤성효 감독과의 인연으로 들어온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일었다.

하지만, 윤 감독은 미래 자원이라며 이정협을 지속적으로 기용했다. 신인으로 27경기에 출전했는데 풀타임 경험은 딱 두 차례였다. 공격력이 약한 팀 사정상 수비까지 가담하는 바람에 186㎝라는 신장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고 2골 2도움으로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는 못했다.

당시 부산 소속이었던 양동현(현 울산 현대)이 상주 상무에서 전역해 팀 복귀한 뒤에는 이정협의 설 자리는 없었다. 구단에서는 이정협에게 군입대를 권했다. 당시를 기억하는 한정국 부산 사무국장은 "(이)정협이는 미래 자원이었다. 성실한 플레이를 보여줬기 때문에 군 문제부터 해결하고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상주에서는 지난 시즌 25경기를 뛰었고 2경기를 풀타임 소화했다. 이 역시 다른 경쟁자들이 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수 출입이 빈번한 상주는 매년 조직력을 급조하다 보니 이정협이 자리를 잡기에는 시간이 걸렸다. 기록 역시 4골에 그쳤다.

하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이 뛴 다섯 경기를 직접 확인하고 그를 국가대표로 선발했다. 타깃형 공격수 부재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느냐에 물음표가 붙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일단 신장이 좋고 성실한 플레이를 눈여겨 봐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의 이타적인 플레이 습관은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공격수 출신 박건하 코치의 조언대로 욕심을 내며 볼 근처로 달려들어 경합하고 골 기회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고 있다. 적극적으로 돌변한 그의 움직임이 이번 호주 아시안컵에서 빛을 발하며 한국을 결승으로 이끄는 데 큰 힘이 됐다.

이정협의 변화한 모습은 함께 뛰어봤던 동료들에게는 놀라운 풍경이다. 태국 방콕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부산 선수단에는 특히 그렇다.

부산 관계자는 "선수들이 (이)정협이는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다고 하더라. 재작년까지 같이 뛰었던 선수들이 특히 그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표팀에서의 활약 자체가 너무나 낯설다고도 하더라"라고 확 달라진 이정협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이정협이 대표팀에서 성공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은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전지훈련 중인 부산 선수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정협이가 대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데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올 시즌 K리그가 개막하면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죽도록 뛰어보겠다는 선수까지 있더라"라며 달라진 풍경을 전했다.

현 대표팀에서 K리거는 총 5명이다. 골키퍼 2명을 제외한 필드플레이어는 3명뿐인데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 은퇴하는 차두리(FC서울)를 제외하면 이정협과 한교원(전북 현대)만 남는다. 그렇지만, 이들의 대표팀내 비중은 해외파 못지 않았다. K리거도 얼마든지 대표팀의 부름을 받고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정협은 타깃형 공격수 부재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선발된 측면이 있다. 아시아 무대라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라면서도 "선수들의 동기 유발 측면에서는 분명 긍정적인 활약으로 본다. 스타 부재인 K리그에 희망이 있다는 것도 일깨웠다"라고 평가했다.

대표팀은 오는 3월 A매치, 6월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 8월 동아시안컵 등을 앞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K리거의 대표 선발 기회가 높은 동아시안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국내 축구계가 위축되고 있지만, 높은 곳을 바라보는 선수들에게 여전히 K리그는 희망의 무대인 것이다. '제2의 이정협'을 꿈꾸는 K리그 선수들이 슈틸리케 감독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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