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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점을 부각시켜라", 신인들 향한 이동국의 가르침


K리그 신인 교육 강연자로 나서 "그라운드에서는 평등해"

[이성필기자] "선배께 도전장을 내밀고 싶습니다. 선배가 은퇴 전까지 제가 반드시 살아남아서 막겠습니다."

올해 K리그 클래식에 승격한 광주FC 수비수 권영호(23, 명지대)의 당찬 도전에 '라이언킹' 이동국(35, 전북 현대)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까마득한 후배의 당돌한 도전이었지만 노련한 이동국은 "광주랑 할 때는 쉬어야겠다"라며 웃었다.

1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 올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K리그 23개 구단에 입단하게 된 신인 119명이 모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주최한 신인선수교육에 응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오전부터 ▲K리그 소개(연맹 김진형 팀장) ▲구단이 원하는 신인선수상 '나는 프로다'(전북 현대 손지훈 과장) ▲부정방지교육(유도윤 검사) ▲도핑방지교육(황인미 KADA 전문강사) ▲경기장에서 선수와 심판의 관계 ▲미디어 트레이닝(이영철,강창구 경기/심판위원) ▲미디어와 관계 확대(박문성 SBS 해설위원) ▲선배와의 만남(전북 현대 이동국) 등의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프로그램은 역시 '선배와의 만남'이었다.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 만남에서 이동국은 1998년 포항 스틸러스를 통해 K리그 데뷔 후 17년 동안 뛴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로서 살아남는 법과 자신만의 철학 등을 후배들에게 전파했다.

이동국은 신인들을 향해 "1998년 신인으로 유니폼을 처음 받았던 그 때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아마 여러분들도 설레고 긴장되는 느낌을 갖고 있을 것이다"라며 과거로 되돌아갔다.

장수하고 있는 공격수답게 그는 살아남는 비법에 대해 강의했다. 이동국은 "오래 선수 생활을 하려면 자기에게 투자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라며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강조했다.

프로가 아마추어와 다른 점을 세세하게 강의하던 이동국은 지난 1일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팬들이 수여하는 '팬타스틱 플레이어상' 수상 후 "팬들에게 욕을 먹던 사람이 이제는 팬들이 아끼는 의미의 상을 받았다"라며 묘한 감정을 표현한 바 있다. 당시 멘트를 두고 이동국은 "공격수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리다. 비난을 참고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인내를 강조했다.

신인들의 다양한 질문도 이어졌다. 몸관리 비법부터 신인으로 살아남는 법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동국은 절대로 조바심을 내지 말고 계획적인 꿈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는 "기복없는 플레이가 중요하다. 1~2경기 반짝 잘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자기 실력이 아니다. 잘 될 때와 안 될 때의 차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순간의 활약에 현혹되지 말기를 바랐다.

팀 후배이자 올해 신인으로 국가대표팀까지 발탁된 이재성은 좋은 예다. 이동국은 "이재성은 룸메이트를 잘 만났다. 코를 고는 것도 가만히 뒀다"라며 원정마다 자신과 한 방을 썼던 것을 언급했다. 브라질 전지훈련에서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거친 모습으로 어필해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을 언급하며 "실력으로만 치면 당신들(신인)이 현역 프로들보다 더 좋을 수 있지만 구단에 가면 투쟁적인 모습들에 많이 놀랄 것이다. 이재성도 수비력이 없었는데 보완하니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재성처럼 뛸 수 있으면 대표팀에 갈 실력이 된다"라며 선배의 좋은 사례를 본받기를 바랐다.

당찬 신인들의 질문도 쏟아졌다. 광주FC 신인 권영호는 대학 무대에서 위치선정과 볼 소유 능력, 완급 조절 능력, 제공권이 좋은 것으로 평가 받았다.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나 중앙 수비수로 활약해야 하는 자신을 언급하며 앞으로 경기장에서 만나면 이동국 봉쇄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이동국도 "여기에 있는 모든 선수가 내년에 나와 그라운드에서 부딪힐 수 있다. 주눅이 들 필요가 없다. 기량 대 기량으로 승부해라. 나를 대단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라며 도전을 받아들였다.

이동국을 당황하게 만든 질문도 있었다. 수원FC에 입단한 한 신인은 "타깃형 공격수는 활동량이 적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감독님들에게 들었다. 어떻게 장점을 살려야 하느냐"라며 날카롭게 물었다. '느리다'는 평가가 늘 붙어다니는 이동국 입장에서는 따끔한 질문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동국은 "내가 없는 장점을 주변 동료가 가지고 있다. 그들을 활용하라. 나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역발상을 강조했다. 이어 "몇 년 뒤 이 자리에 앉아서 신인들과 만남을 갖는 사람이 나오기를 바란다"라고 덕담을 던졌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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