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선수 단 1명도 모른다는 박종환 감독

[최용재기자] 무슨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 없이 할 일이 순탄하게 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새롭게 출항을 알린 성남시민축구단 박종환호는 아무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성남시민프로축구단 초대 감독으로 임명된 박종환 감독(75)은 한국 축구의 산증인이다. 그가 한국 축구에 남긴 업적은 실로 대단하다. 1983년 멕시코 U-20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감독이다. 그리고 1993년 프로팀 일화 초대감독으로 부임해 K리그 최초의 3연패를 이끌기도 했다.

지난 2006년 대구FC 감독을 지낸 후 박 감독은 현장에서 떨어져 있다 7년여 만에 성남시민프로축구단 초대 감독으로 돌아왔다.

23일 성남 감독 임명장을 받으면서 "자신 없다면 수락하지도 않았다"는 취임 일성으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박 감독이지만 실질적으로 준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성남시민구단의 전신인 일화의 초대 감독이었기에 성남 구단에 대한 애정이 컸다고 말한 박 감독이다. 이런 점이 성남 감독직 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지만 박 감독은 최근 성남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박 감독은 올 시즌 성남의 경기를 단 1경기 봤다고 털어놓았다. 그것도 성남의 시즌 최종전이었다. 꾸준히 애정을 갖고 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박 감독이 현재 성남 선수를 단 1명도 모른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성남 선수들 중 자신이 알고 있는 선수가 없다고 말했다. 팀을 지휘하기 위해서 팀 선수들을 파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박 감독은 감독직을 수락하면서도 성남 선수단 파악을 뒤로 미뤘다. 성남 초대 감독으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있었음에도 선수 파악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성남에 남아야 하는 선수, 성남을 떠나야 하는 선수를 선택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사령탑이 아무런 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어, 새로 출발하는 성남 선수단 구성이 촉박하게 이뤄질 수 있다. 박 감독은 미팅과 상견례 등을 하며 선수들을 파악할 것이라고 했지만 시간이 여유롭지 못하다.

성남뿐만 아니라 K리그의 다른 팀 선수들 파악도 안 돼 있는 상황이다. 7년 동안 현장을 떠나 있던 공백을 피할 수 없었다. 박 감독은 "데리고 오고 싶은 선수들도 아직 모른다. 알고 있는 선수가 없다. 남들이 잘 한다고 해도 내가 직접 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요한 선수 수급을 위한 선수 파악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코칭스태프 선정도 당장 해야 할 일이다. 박 감독은 "일화 시절 내 제자들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할 것"이라는 말만 남겼다. 성남은 구단 사장, 단장 선임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