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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 불량' 정성룡, 그를 향한 오해와 진실


정성룡, 파주NFC 입소 당시 복장 불량으로 오해 받아

[최용재기자] 17일 오전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서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는 20일 열리는 동아시안컵을 준비하는 태극전사들이 파주NFC에 입소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 첫 소집된 대표팀 선수들은 홍 감독의 권고대로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정장에 구두, 그리고 넥타이까지 차려입은 태극전사들에게는 국가대표의 사명감과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유독 튀는 한 선수가 있었다. 다른 이들은 깔끔하고 단정한 차림으로 등장했지만 오직 한 선수만 조금은 '반항적이게' 보였다. 정장을 입긴 했으나 겨울용이었고, 와이셔츠 첫 단추를 풀어젖혔고, 넥타이는 목에서 조금 흘러져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플백을 어깨에 멨다. 바로 대표팀 수문장 정성룡(수원 블루윙즈)이었다.

튀는 모습의 정성룡은 가장 많은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축구팬들의 질타도 가장 많이 받았다. 일부 팬들은 정성룡의 복장이 불량하다고 했다. 깡패같다는 거침없는 말들도 했다. 홍 감독이 대표팀의 품성과 자긍심을 강조하기 위해 입게 한 정장인데, 정성룡은 그 의도와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복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해'다. 정성룡은 전혀 불량스럽게 보이려는 의도가 없었다. 정성룡 역시 홍명보 감독이 정장을 입게 한 의도와 그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것들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렇기에 정성룡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분명 있다.

이날 오후 훈련이 끝난 후 만난 정성룡에게 왜 그런 복장을 했고, 왜 가방을 그렇게 들었는지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정성룡은 오해였다고 했다. 그리고 '진실'을 밝혔다. 정성룡 복장 불량에 대한 '진실'은 이렇다.

일단 첫 번째 진실은 정성룡은 여름용 정장도 있다는 것이다. 정성룡은 K리그에서 정상급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다. 이런 스타가 여름 정장 한 벌 살 여력이 없어 겨울옷을 입고 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물론 축구 선수들은 정장을 입을 일이 별로 없어 많은 정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정성룡에게는 여름 정장이 따로 있다.

그런데 왜 정성룡은 이날 겨울 정장을 입고 왔을까. 세탁소에서 약속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정성룡은 입소할 입기 위해 세탁소에 여름 정장을 맡겼지만 제시간에 옷이 오지 않았다. 지난 16일 K리그 클래식 포항 원정경기를 뛰고 늦게 집에 와 잠이 들었고 17일 아침 옷을 찾아 입기로 했다. 그런데 세탁소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정성룡은 그래서 아침이 돼서야 부랴부랴 집에 있는 겨울 정장을 꺼내 입고 파주NFC로 향했던 것이다.

두 번째 진실은 정성룡의 와이셔츠는 사이즈가 작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것은 정성룡이 와이셔츠 단추를 풀었고 넥타이도 풀어 내렸다는 것이었다. 사실 정성룡은 단추를 풀고 싶지도 넥타이를 내리고 싶지도 않았다. 단추가 잠기지 않았을 뿐이다.

아침에 부랴부랴 챙기다보니 사이즈가 작은 와이셔츠를 입고 급하게 집을 나서야 했고, 막상 입어보니 목 카라 부분이 작아 단추는 잠기지 않았다. 소집 시간에 맞추느라 셔츠를 바꿀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일부러 풀어헤친 것이 아니었다. 더워서 푼 것도 아니었다. 셔츠를 잘못 골랐을 뿐이다. 단추가 잠기지 않으니 넥타이도 목끝까지 단정하게 올래 맬 수 없었다.

마지막 진실, 정성룡은 무거운 가방을 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성룡이 어깨에 가방을 둘러멘 이유다. 처음 파주NFC 정문으로 들어올 때는 가방을 손에 들었다. 그런데 가방이 무거워 어깨에 멜 수밖에 없었다. 단지 이유는 그것 뿐이었다.

다른 일부 선수들의 가방은 미디어가 대기하고 있는 믹스트존으로 대놓고 들어가지 못했다. K리그 클래식 구단 마크가 붙어있는 가방은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믹스트존을 피해 따로 숙소로 옮겨 선수들에게 전달됐다. 구단 마크가 있는 가방은 미디어 노출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이 강조한 '원팀(One Team)'의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K리그가 아닌 국가 대표팀이었다. 그래서 구단 마크가 박힌 가방을 들고 온 선수들은 믹스트존을 지날 때 손에 가방을 들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정성룡이 들고온 가방에는 소속팀 수원 블루윙즈 마크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가방을 들고 믹스트존을 통과하는 것이 허용됐다. 그런데 무거운 가방을 들고 언덕길을 올라오다보니 힘이 들어 어깨에 올렸을 뿐이다. 반항적으로 보이고 싶었던 의도는 단 1%도 없었다.

복장 불량으로 쓴 소리를 들어야 했던 정성룡. 분명 오해의 소지는 있었다. 정장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실수 등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정성룡이 가슴에 품고 있는 국가대표의 진심을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작은 셔츠로 인해 단추는 풀었지만, 가방이 무거워 어깨에 멨지만, 국가대표 정성룡의 품위와 사명감은 반듯하고 단단히 채워져 있다.

정성룡은 불량한 선수가 아니다. 국가대표팀에서 가장 성실하고 마음 따뜻한 선수로 유명하다. 과거 대표팀 소집 때마다 가장 빨리 입소하는 대표적인 선수가 그였다. 그만큼 태극마크에 대한 열의와 진심이 깊다.

'팀 정신', '하나된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홍명보 감독이 2012 런던 올림픽에 와일드카드로 그를 데려갔고 국가대표팀 감독이 돼서도 정성룡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것만 봐도 복장 불량은 정성룡의 의도가 전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이뉴스24 파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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