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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NOW 반둥]'참사'의 땅에서 '행운' 기원한 '자봉'


김학범호에 "행운을 빈다"며 금메달 기대 메시지 쏟아내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인도네시아에서 행운을 얻어 갔으면 좋겠어요."

20일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이날 2018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E조 조별예선 최종전 한국-키르스스탄전이 열렸거든요. 한국이 1-0으로 이기면서 16강에 진출했습니다.

믹스트존에서는 취재진과 자원봉사자들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취재진이야 선수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일을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은 한국 선수들이 나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날이 반둥에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가 마지막으로 열리는 날이었다고 합니다. 반둥은 수도 자카르타에서 육로로 교통 체증이 없다면 2시간 반, 있으면 4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기차로는 3시간, 항공으로는 35분이면 접근 가능한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휴양지 중 한 곳이라네요.

아시안게임 축구를 분산 개최하면서 나름대로 간접적으로 열기를 체험하는 효과도 누렸습니다. 특히 한국이 3경기를 치르면서 반둥에는 작은 한류가 생겼습니다. 지나가는 취재진에게 "안녕하세요"라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 오더군요.

믹스트존에 선수들이 등장하기 전 대표팀 지원스태프에게 옷에 사인을 받는 자원봉사자가 보였습니다. 니코아와 푸트리(22) 씨는 "평소에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는 편인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한국인들을 보니 정말 신기하고 좋다"고 합니다.

이들의 최종 목적은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찍는 것이었습니다. 추억을 남기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하나둘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는 선수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아쉬움으로 남는 경기력은 특별히 이들에게 관심 대상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불과 한 달 반 전까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뛰었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조현우(대구FC) 등 TV에서 봤던 선수들이 근접해 볼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던 모양입니다.

여러 선수에게 사인과 셀카를 요청하던 자원봉사자들이 갑자기 무리를 지은 것은 조현우의 등장 때문이었습니다. 조현우가 인터뷰를 마치고 버스가 위치한 출구로 가려고 하자 여성 자원봉사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청합니다. 대표팀 관계자도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그나마 워낙 순수하고 착한 인도네시아인들이라 기본 예의를 지킵니다. 단체 촬영을 하자는 거죠. 소리를 지르는 자원봉사자에게는 책임자 위치의 직원이 "쉬~~쉬~~"라며 조용히 하라고 합니다. 소음이 있어서는 안 되는 믹스트존이기 때문이죠.

조현우에 이어 황희찬에게도 촬영 요구가 이어집니다. 마지막은 역시 손흥민이죠. 손흥민을 둘러싼 자원봉사자들 얼굴에는 행복이 묻어 나왔습니다.

조현우에 이어 황희찬에게도 촬영 요구가 이어집니다. 마지막은 역시 손흥민이죠. 손흥민을 둘러싼 자원봉사자들 얼굴에는 행복이 묻어 나왔습니다. 개인플레이 대신 단체 행동으로 손흥민을 보내주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인도네시아어로 "스모가 버르하실"이라고 외칩니다. '행운을 빈다'는 뜻이라네요.

U-23 대표팀에 반둥은 말레이시아전 패배로 '반둥 참사'로 남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자원봉사자들의 시선은 다른 것 같습니다. 푸트리 씨는 "한국이 꼭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며 반둥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 정상까지 올라서기를 기대했습니다. 남은 것은 U-23 대표팀의 의지 아닐까요.

조이뉴스24 반둥(인도네시아)=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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