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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섯, 희생하는 염기훈의 승리욕은 '더 불타오르네'


선발, 후보 상관 없이 주어진 책임 모두 소화 "전북, 울산, 서울 기다려"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수원 삼성의 최선참 중 한 명인 염기훈(35)은 올해 선발과 교체를 오가고 있다. 정확히 따지면 K리그에서는 선발, 조커이고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6경기는 모두 선발이었다.

염기훈의 올 시즌은 정말 길다. 지난해 12월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일본전에서 골을 넣으며 우승을 맛봤다.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해를 넘겼고 수원의 제주도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올 1월 A대표팀의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에는 빠졌다. 1월 말 ACL 플레이오프부터 뛰느라 일찍 경기 체력을 만들었다. 2월 중순 출발을 알린 조별리그에서는 모두 선발로 나서 팀의 1위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경기 일정이 초반에 빡빡해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3월에는 유럽 원정까지 다녀왔다. 북아일랜드전에서 15분을 뛰고 폴란드전에는 결장했다. 서 감독은 장거리 비행을 하고 귀국한 염기훈을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에 호출하는 강수를 던졌다.

베테랑의 힘을 아는 서 감독은 "(염)기훈이에게는 한 방이 있다. 후반 조커로 들어가도 분명하게 역할을 해준다. 강원전에서 그랬다"며 웃었다. 서 감독 말대로 염기훈은 제주전에 1-0 승리를 지키는 경기 조율 능력을 보여줬고 강원전 후반 32분 교체로 들어가 추가 시간까지 17분여를 뛰면서 종료 직전 프리킥 결승골로 3-2 승리를 이끌었다. 비길 경기에서 이기는 힘이 염기훈에게서 나온 것이다.

흐름을 바꾸는 능력도 뛰어나다. 22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이 그랬다. 후반 12분 전세진과 교체로 나선 뒤 1-2로 지고 있던 경기는 3-2로 뒤집히며 수원에 승리를 선사했다. 염기훈은 종료 직전 터진 박형진의 통렬한 왼발 슈팅 결승골의 출발점에 있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넘긴 볼이 임상협의 가슴에 맞고 나왔고 박형진이 골을 터뜨렸다.

시즌은 길기 때문에 욕심을 줄인 염기훈이다. 그는 "힘들지만, 감독님과 미팅을 통해 조절하며 뛰면 된다. 경기에 계속 뛰는 것보다는 힘들지만 조절하면서 지금처럼 하면 다행이다"고 말했다.

서 감독도 나이를 먹어가는 염기훈의 상황을 모르지 않는다. 그는 "'(염)기훈아 10분만 뛸래'라고 묻는다. 폴란드전을 뛰고 오지 않아서 제주전에 내보내려고 호출했고 '몸만 푼다는 생각으로 뛰어'라고 했는데 이겼다. 정말 고맙더라"고 말했다.

염기훈도 과거보다 더 솔직해졌다. 그는 "힘들지 않으면 거짓말이다. 초반에 모든 경기에 다 나서면서 과부하가 걸렸다. 대표팀도 하고 힘들었는데 미팅을 통해 후반에 나서는 등 체력 회복에 집중했다. 계속 이런 방식으로 나서니 괜찮은 것 같다"고 전했다.

5월21일 대표팀 소집 전까지 수원의 일정은 험난하다. 돌풍의 경남FC를 비롯해 항상 껄끄러운 전북 현대에 ACL 16강 상대인 울산 현대와 리그를 포함한 3경기, FC서울과 슈퍼매치에 대구FC와 포항 스틸러스까지 쉽게 볼 경기가 없다.

염기훈이 대표팀에 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꾸준히 승선했기 때문에 조커로 버림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잘 쉬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코치진에서 운동 강도를 조절해준다. 회복 시간이 더 많아졌다"며 영리한 몸 관리를 하고 있음을 전했다.

왼발 킥 능력은 K리그 최고 수준이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염기훈은 "내 장점을 살리려면 체력이 있어야 한다. 떨어진 상태에서는 원하는 킥이 되지 않더라. 체력을 비축하며 뛰니 80~90분 뛰며 시도하는 킥보다 적은 시간이지만 뛰는 것이 더 위력이 있더라"고 분석했다.

후배들과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은 염기훈이다. 수원은 갈수록 유스 출신 어린 선수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언젠가는 측면 자리를 내줘야 한다. 김건희, 전세진 등 중앙 공격수지만 측면도 소화 가능한 자원들이 성장하고 있다. 그는 "주전으로 뛰지 않고 있지만, 좋은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뛰고 코어 운동도 한다.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쉬는 것은 아니다. 최고의 몸을 원해 뛰고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강해 그렇다"며 남다른 승리욕을 불태웠다.

험난한 일정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염기훈이다. 특히 친정 전북과 만남은 늘 특별하다. 그는 "전북은 이기고 싶다. '1강'이라서 말을 하지 않아도 최고의 팀이라는 것 안다. 전북을 이기기 위해 노력하겠다. 서로 연승을 하고 있으니 기대가 된다. 매 경기 골을 넣고 있고 버티며 이기고 있다"며 지난해 시즌 최종전 3-2 승리를 다시 한번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울산이나 서울도 마찬가지다. 울산에는 "5월에 3경기나 하는데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기선제압을 해야 한다. 지금 분위기가 좋아서 이기고 가야 한다"며 5월2일 리그가 ACL 16강의 전초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슈퍼매치 부활도 약속했다. 지난 8일 경기에서 졸전광 안전지향의 경기로 0-0으로 비기면서 K리그 전체에 실망감을 안겼다. 그는 "전북, 울산전도 중요하지만, 슈퍼매치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난 홈 경기는 스스로에게도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K리그가 좀 더 활성화되려면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반성한다. 서울뿐만 아니라 수원도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열심히 해보겠다. 모든 경기가 힘들지만, 로테이션 체제가 유지되고 있으니 이겨내리라 본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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