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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NOW 타슈켄트]월드컵 가기가 이렇게 힘듭니다
천신만고 끝 러시아행 티켓 확보…성난 우즈벡 팬들 "감독 갈아라!"
2017년 09월 06일 오후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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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시리아가 선제골을 넣었대."

6일 오전(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기자석, 인터넷이 사실상 먹통이 된 상태에서 취재진은 신태용호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밤잠을 설치며 경기를 봤을 '조이뉴스24' 독자분들이나 축구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살 떨리는 경기였겠죠. 취재진 입장에서는 고역이었습니다. 본선 진출,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세 가지 상황이 모두 놓여 있어서 골이 들어가지 않는 경기를 지켜보는 것 자체가 참 힘들었습니다.



나름대로 벼랑 끝 승부를 많이 취재해봤지만 이번에는 '특수한' 상황이었죠.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경질되고 신태용 감독이 소방수로 긴급 투입됐습니다. 쓸만한 선수들은 부상으로 이탈했거나 기량 부진으로 신 감독의 눈에 들지 못했죠. 이란전을 비기면서 퇴로가 없는 승부만 남았으니 정말 생경한 경험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경쟁국들의 투자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타슈켄트에 오기 전 몇몇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기량 저하가 눈에 띈다"며 걱정할 정도였으니 말이죠. 지도자의 지도력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경기장으로 출발 전 숙소에서 TV 생중계로 지켜본 B조 호주-태국전이 좋은 예입니다. 호주는 홈 경기인데도 태국의 밀집 수비와 역습에 고전하다 겨우 2-1로 이겼습니다. 통한의 1실점이 호주를 플레이오프로 향하게 하더군요. 태국이 자국리그 향상을 통해 선수 수준을 높이면서 제아무리 체격과 기술 좋은 호주라도 이제는 안심하기 어려운, 아시아 축구의 평준화가 사실상 확실하게 이뤄졌다고 봐야 옳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다시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으로 돌아와서, 기자 주변에는 우즈벡 기자들이 같이 앉아 있었습니다. 이들은 경기를 지켜보며 삼벨 바바얀 감독의 지도력을 질타합니다. 익명을 원한 한 매체의 기자는 "바바얀 감독은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고 하더군요. 이기면 월드컵을 가는 중요한 일전에서 묘수가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신태용 감독을 칭찬하면서 "이란전에서는 플랫4 수비를 내세우더니 우리를 상대로는 플랫3였다. 지지 않겠다는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가"라고 지적하더군요. 목표는 확실하게 설정했다는 뜻입니다.

후반 막판 이란과 시리아가 한 골씩 주고받았다는 소식에 취재석의 기자나 동료들의 땀도 비 오듯 쏟아집니다. 우즈벡 기자들은 탄식하고 관중도 시리아의 상황을 알았는지 골을 넣으라고 소리칩니다. 공격 전개가 미진하니 목에 두르고 있던 머플러를 던져버립니다. 우즈벡 힘내라는 문구가 새겨진 머플러는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며 분노 표출의 도구로 활용됩니다.

이 장면을 지켜보는 마음은 묘했습니다. 혹시나 시리아가 추가골을 넣으면 어쩌나, 인터넷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경기 장면을 확인하기도 어렵고 아시아 축구연맹(AFC)이 제공하는 실시간 기록 서비스는 2분 가까이 늦에 전달되고 있으니 감을 잡기는 더욱 어려우니 말입니다.

9회 연속 월드컵 진출, 아무나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즈벡 취재진은 국내 취재진에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습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바바얀 감독이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하자 격앙된 목소리의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이런 광경을 우리가 경험했다면? 상상도 하기 싫더군요.

기자회견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우즈벡 관중은 "바바얀 물러나라"고 소리치며 퇴장합니다. 경찰들이 곳곳에 깔려 있어 다행이었지 안 그랬으면 폭동 분위기였습니다. 인파를 뚫고 기자회견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상기된 표정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만났습니다. 정 회장은 "일단 진출해서 기쁩니다. 선수들에게 감사하네요"라고 말을 건넵니다. 옆에 있던 김호곤 부회장은 "귀한 경험했다"며 이번 상황을 교훈 삼아 제대로 정리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우즈벡 팬들은 예상 스코어를 적어와서 취재진을 향해 들어올렸다. 첫 진출이라는 역사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들을 통해 확인 가능했다.

경기장에서 기사 송고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마침 우즈벡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들어옵니다. 우연히 이번 경기를 취재하는 동안 조이뉴스24를 비롯해 일부 국내 매체들은 우즈벡 선수단과 같은 숙소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우즈벡이 이겨서 본선에 갔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호텔 뒤 수영장이 있는 정원에서 밤새도록 파티가 예정됐었다고 합니다. 그 광경을 밤새 내려봐야 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정말 다행이지 싶습니다.

월드컵 본선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더 간절하고 절실한 팀에게 온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몇몇 우즈벡 선수는 K리그 FC서울, 성남FC, 울산 현대에서 뛰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우즈벡 정신적 지주 세르베르 제파로프 이야기를 꺼내며 "제파로프는 이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다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이날 제파로프는 중국전에서 골을 넣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작 전부터 자국 관중의 야유를 받았습니다. 이동국(전북 현대)이 같은 상황이었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티켓 확보의 여부가 이렇게 큰 차이를 나타냅니다. 월드컵 진출의 소중함을 다시 새겨야 하는 신태용호와 한국 축구계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서 국제 경쟁력을 높일지, 냉철하게 돌아봤으면 합니다. 기분이 어떻든 일단 본선 진출의 즐거움은 즐기면서 말이죠.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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