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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의 Kiss&Cry Zone]한때 '신인왕' 이동학, "1군 정착이 목표, 그게 전부!"


"제가 승(리투수)인지도 몰랐어요. 1군 가서 해야죠. 여기서 챙겨봤자 무엇합니까.(웃음)"

지난 1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2군과 경찰청의 경기는 난타전 끝에 11-6으로 넥센이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에서 넥센 이동학(29, 우완)은 선발 황두성(34, 우완)에 이어 등판해 2⅔이닝 동안 8명의 타자를 무안타 무실점으로 제압, 첫 승리를 챙겼지만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이동학. 마산고를 졸업한 2000년 2차 1번(전체4순위)으로 현대 유니콘스에 지명돼 계약금 1억3천5백만원을 받고 입단했다. 하지만 입단하자마자 상무에 입대해 군복무를 해결한 뒤 2003년 프로에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해 27게임에 등판, 8승 3패 평균자책점 5.35를 기록하며 역대 21번째 신인왕에 올랐다.

◆ '신인왕'의 저주?

2003년 당시 걸출한 성적을 낸 신인이 등장하지 않은 탓에 이동학은 늦깎이 신인으로 비교적 쉽게 생애 한 번 뿐인 타이틀을 꿰찰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04년 어깨부상, 2005년엔 팔꿈치 수술 등 부상 불운과 슬럼프가 이어졌고 3년 동안 총 56⅓이닝을 던져 5패만을 남긴 채 2군 선수로 전락했다.

그의 이름은 물론이고 '신인왕'의 꼬리표도 야구팬의 뇌리 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오히려 당시 신인왕 투표에서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던 팀 동료 이택근(212타수 59안타 4홈런 17타점, 타율 .278)은 이후 각종 국제대회에 대표로 참가하는 등 맹활약을 했고 지난해 말엔 LG로 전격 트레이드되기도 했다.

◆ 1천401일 만에 얻은 승리

이동학은 야구를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자신의 단점인 제구력 보완에 힘썼다. 그 결실은 2007년 6월 28일 잠실에서 한 차례 반짝 빛났다.

LG와의 시즌 11차전. 3-1로 앞선 3회 1사 주자 1,3루에 마운드에 오른 이동학은 위기를 막아냈고 3⅔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9게임째 등판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이는 신인왕을 거머쥐었던 2003시즌 이후 3년 10개월만인 1천401일만의 승리였다. 최고구속 148km의 강속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갖춘데다 안정된 컨트롤을 선보여 야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기분 좋은 구원승 이후 7월엔 선발 등판의 기회를 한 차례 얻기도 했지만 5⅓이닝 동안 4안타 4실점하면서 선발 합류의 꿈은 멀어졌고 마운드에서도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그에게 다시 찾아온 암흑기는 2008시즌까지 이어져 출전 경기는 단 두 게임 뿐이었다. 이동학은 퇴출의 위기까지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 재기 후 다시 찾아온 부상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칼을 갈았던 2009시즌, 이동학은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개막전 롯데와의 경기에서 선발 마일영의 뒤를 이어 두 타자를 상대하고 내려오면서 선발 자리에 연연하기보다는 맡겨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내겠노라 다짐했다.

4월 한 달 1군에서 머물며 꾸준히 눈도장을 받던 그는 27일 SK와의 6차전에서 구원승(3⅓이닝 3피안타 무실점)을 기록, 본인의 프로통산 10승째를 올렸다. 이는 2007년 LG전 승리 이후 670일 만에 맛보는 승리였다. 비록 팀 타선이 폭발하면서 덤으로 얻은 승리였지만 이동학으로선 운이 아닌 실력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 날 이후 실력발휘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고 8월 23일 한화와 목동구장에서의 경기를 끝으로 시즌을 접어야 했다. 역시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지난해 18경기에서 그가 올린 성적은 1승 3패 평균자책점 6.99였다.

◆ 반갑다! 목동구장

2010시즌 이동학은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어깨 근육이 뭉쳐 재활 중이었고 투구수를 늘리며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했다. 2군리그에서는 총 4경기에 출전, 8이닝을 던져 1승 2세이브 평균자책점 1.13를 기록했다.

모처럼 목동구장에서 열린 경찰청과의 2군경기에 나섰던 이동학은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목동에서 경기를 하니까 기분 좋더군요. 작년 8월 이후 처음이라서 새로웠어요. 1군 경기에서 뛰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드네요.(웃음) 선수는 일단 아프면 안되요. 아프지 않고, 1군 가서 쫓겨 내려갈 거라는 불안감 느끼지 않고, 즐기면서 야구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그 뿐입니다. 다른 목표는 없어요."

이동학은 그의 바람대로 13일 1군에 등록되었고, 이날 롯데전에 0-5로 뒤지고 있던 7회초 5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이후 2⅔이닝 동안 피안타 4개에 볼넷 1개를 내주며 2실점했지만 자책점은 기록하지 않고 게임을 마무리지었다. 이미 승부가 기운 뒤의 등판이어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으나 자신에겐 의미가 있는 2010시즌 첫 출전이었다.

어린 시절, 혹은 젊은 시절 갖는 꿈과 이상은 크고 원대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것이 조금씩 작아지고 소박해지면서 현실과 타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예상치 못한 난관과 위기에 직면하면서 스스로 초라해짐을 느끼고 상처를 받거나 좌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실패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안고 살아가고 있고, 이상 실현을 목적으로 일정 부분은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벌써 프로 11년차에 접어든 이동학에게 꿈이란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끈질긴 사투를 벌이는 '현재 진행형'일 뿐이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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