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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의 옛날야구]-정삼흠의 "공산당이 싫어요"


 

조이뉴스24에서는 8일부터 일주일에 한차례씩 ‘김대호의 옛날야구’를 연재한다. 감독과 선수, 그리고 야구관계자 등의 드러나지 않은 얘기가 조이뉴스24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될 예정. 김대호 기자가 1988년부터 20년째 야구기자생활을 해오면서 만났던 ‘야구쟁이’들의 인간미 넘치는 풋풋한 이야기, 때로는 황당한 일화들이 가감없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갈 것이다.

1988년 12월 초,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음식점. 며칠전에 부임한 MBC 청룡의 배성서 신임감독 환영 오찬이 펼쳐지고 있었다. 구단 고위층은 물론 코칭스태프와 선수 전원이 자리에 앉아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었다.

배성서 감독의 인사말 순서가 됐다. 배 감독은 야구계에서 ‘스파르타식 훈련’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배 감독은 마이크를 잡자 마자 “내일부터 바로 합동훈련이다. 오전 10시까지 훈련장으로 집합”이란 단 두마디만 짧게 남긴 채 자리에 다시 앉았다. 당시 MBC 선수단은 휴식기간이었으나 배 감독은 그해 꼴찌를 기록한 팀이 무슨 휴식이 필요하냐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가뜩이나 냉랭하던 식사자리는 더욱 싸늘해졌다. 두 눈에 쌍심지를 켠 채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선수도 있었다.

순간 한 선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투수 정삼흠이었다. 김재박 이광은 신언호 등 고참들의 시선이 동시에 정삼흠에게로 쏠렸다. 이들은 정삼흠의 다혈질적인 성격을 잘 알고 있던 터라 당장 뛰어가서 말리고 싶었지만 순식간에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정삼흠의 입에서 귀를 의심할 만한 충격적인 말이 터져 나온 것이다. “여기가 공산당입니까. 그렇게 못하겠습니다.”

가장 놀란 사람은 배성서 감독이었다. 취임 환영자리에서, 그것도 선수한테 대놓고 ‘항명’을 당한 것이다. 배 감독은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고 정삼흠을 옆자리에 불러 앉혔다. 정삼흠에게 소주잔을 건네며 갑작스런 사태를 진정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정삼흠은 한 술 더 떠 “이 참에 유니폼을 벗겠다”고 맞섰다. 배 감독의 취임 환영파티는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서둘러 정리됐다.

이튿날 MBC의 합동훈련이 펼쳐진 건국대 구장엔 모든 선수들이 모였지만 정삼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후 배성서 감독과 정삼흠이 펼친 희대의 감독과 선수간의 ‘자존심 싸움’은 이듬해인 89년 여름까지 계속됐다. 결국 정삼흠은 89시즌 후반기부터 등판했고, 배 감독은 팀 통솔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 채 89년 시즌 뒤 1년만에 MBC를 떠났다.

/김대호 dhki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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