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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스승' 김성근처럼 떠났다


김성근 감독, 준우승에도 경질…김기태 감독, 11년만 PS진출 후 사퇴

[정명의기자] 김기태 LG 감독의 전격 사퇴는 그의 스승 김성근 감독이 10여년 전 보여준 행보와 너무나도 닮아 있다. LG 트윈스의 안타까운 한 단면이기도 하다.

김기태 감독은 2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미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히고 팀을 떠난 것이다. 결국 경기 후 LG 구단은 김기태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12년부터 LG 지휘봉을 잡은 김기태 감독은 부임 첫 해 7위에 그쳤으나 이듬해인 2013년에는 팀을 정규시즌 2위로 이끌었다. '가을야구'라는 LG의 오랜 숙원을 이뤄낸 것이다. 무려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팀에 큰 선물을 안긴 뒤 몇 개월 되지 않아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올 시즌 초반 팀 성적이 부진에 빠지자 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 김기태 감독이 밝힌 사퇴 이유다. 지난해 정규시즌 2위 팀 감독이 시즌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은 4월에 사퇴를 결정하자 야구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LG에 10년 간의 암흑기가 찾아오기 전, 김기태 감독의 자리에는 그의 스승 김성근 현 고양 원더스 감독이 앉아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2001 시즌 중반 이광은 감독의 경질로 감독대행이 된 후 2002년 정식 감독으로 승격했다. 그리곤 그 해 LG를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도 바로 이듬해 팀을 떠나야 했다. 아예 재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그렇게 준우승 감독이 팀을 떠난 뒤 LG는 정확히 10년 동안 포스트시즌과 한 번도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2위에 오를 때까지 LG를 휘감고 있던 '김성근의 저주'라는 말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좋은 성적을 내고도 감독이 팀을 떠났다는 부분만 비슷한 것이 아니다. 김기태 감독과 김성근 감독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자리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김성근 감독은 LG에서 표면적으로 재계약에 실패했지만, 스스로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구단에 계속 남아 있을 생각은 없었다. SK 와이번스를 맡은 후에도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등 놀라운 성과와 상관없이 스스로 팀을 떠났다. 김기태 감독도 마찬가지다. 김기태 감독은 LG 구단의 만류에도 감독직을 내놨다.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위해 힘쓴다는 점도 두 감독의 닮은 점이다. 프런트와의 문제는 감독이 앞장서서 막아낸다. 또한 선수들은 야구만 열심히 해 성적을 내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으면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LG는 지난해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기대 이하의 보상을 했고, 선수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그에 따른 자괴감도 김기태 감독이 사퇴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김기태 감독과 김성근 감독은 과거 쌍방울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사제의 인연을 시작했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김기태 감독을 리더로 인정했고, 김기태 감독도 김성근 감독을 스승으로 따랐다. 감독이 된 후에도 김기태 감독은 스승 김성근 감독에게 자주 조언을 구하는 등 비슷한 야구 철학을 쌓아나갔다.

김성근 감독이 떠난 이후 10년 간 계속되던 LG의 암흑기를 김기태 감독이 지난해 깨끗이 청산해버렸다. 그러나 그런 김기태 감독마저 좋지 않은 모양새로 팀을 떠났다. 이제 LG 팬들은 제2의 암흑기가 찾아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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