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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대담② "LG, 탄탄하고 끈끈한 팀 만들 것"


"우승은 너무나 달콤한 일…많은 응원부탁드린다"

[조이뉴스24 김지수기자] LG 트윈스는 올 시즌을 6위로 마감하며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작년 4위로 시즌을 마친 뒤 와일드 카드에서 KIA 타이거즈,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히어로즈를 꺾고 플레이 오프 무대까지 밟았던 경험은, 올해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팬들은 크게 실망했고 LG 구단은 변화를 택했다.

LG의 변화는 사령탑 교체부터 시작됐다. LG는 '삼성 왕조'를 일궈낸 류중일 감독에게 LG의 미래를 맡겼다. 2014 시즌 중반부터 올해까지 선수들을 이끌었던 양상문 전 감독은 단장으로 승격됐다. 정규시즌 5연패와 한국시리즈 4연패라는 뚜렷한 성과를 가진 류 감독은 내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LG의 지휘봉을 잡는다.

'조이뉴스24'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류 감독으로부터 31년간의 '삼성맨' 생활을 정리한 소감과 '쌍둥이 군단'의 새로운 수장으로서 각오를 들어봤다. 그는 "LG 감독직을 수락하기까지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다"면서도 "LG가 잘 돼야 KBO리그 전체가 더 발전할 수 있다. LG가 강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①편에 이어.

-코치 시절 최고의 코치로 인정받았습니다.

"코치는 99년 은퇴 후 2000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수비와 주루를 동시에 했는데 가장 힘든 2가지 파트를 맡았죠. 투수코치는 공격 때 특별히 할 일이 없고 타격코치도 수비할 때는 마찬가지잖아요. 그런데 저는 수비할 땐 수비 봐야 하고 공격 때는 3루로 나갔으니까 한 경기를 하면 18이닝 씩 소화한 셈이죠. 그러다 보니 공부가 많이 됐습니다."

-우승의 한을 지도자 때 모두 풀었습니다.

"우승은 매년 하고 싶은 달콤한 일입니다. 한 번 하면 두 번, 두 번 하면 세 번하고 싶어져요. 우승에 한 번 맛 들이면 그 맛을 못 잊습니다. 선수 때 한 번도 못해 보다가 2002년 때 김응용 감독님 모시고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봤죠. 그때 '야 우승이 이 맛이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감독이 돼서 우승하니까 더 좋더라고요. 별이 하나씩 걸리는 것을 보니까 너무 뿌듯했습니다."

-삼성 감독 시절 소위 말하는 '왕조'를 구축했습니다. 왕조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이 있다면요.

"결국은 선수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감독 첫해였던 2011년에 우승하고 운동장에서 인터뷰를 간단히 했는데 그때 제가 팬들 앞에서 약속을 했습니다. 2010년대를 삼성이 지배하게 만들고 싶다고. 축승회에서도 구단주 사장님 계실 때도 똑같이 얘기했어요. 선수들은 계속 그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멘트가 선수들에게 승부욕을 자극했다고 생각합니다. 매년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는 거죠. 5연패를 못한 건 지금도 솔직히 아쉽습니다."

-올해는 현장 밖에서 야구를 지켜보셨습니다.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조금 아쉬운 부분은 지금 KBO리그가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상당히 커졌다는 겁니다. 올해도 외국인 선수가 잘하는 팀들이 다 5강에 갔어요. 우리 야구가 강해지려면 기본적으로 국내 선수들을 주축으로 만들어 놓고 부족한 부분을 외국인 선수로 메워야 합니다. 그런데 정반대로 외국인 선수를 주축으로 삼고 그 다음에 국내 선수가 보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삼성이 잘 나갈 때 보면 외국인 선수 덕을 본 거는 2014년 나바로 밴덴헐크 정도뿐입니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 없어도 우승이 가능한 전력이었습니다. 외국인 선수 없이는 힘을 못 쓰는 팀이 되면 안 됩니다. 그만큼 국내 선수들이 성장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죠.

-LG 감독직을 수락하시기까지 고민이 크셨을 텐데요.

"류중일은 삼성색이 너무 강하다. 한 팀에만 있었기 때문에 과연 LG에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31년 동안 있던 삼성에서 나와 LG에 왔을 때는 완전 백지에서 시작해야 하죠. 그런 부분이 솔직히 좀 걱정이 되더군요. 삼성 문화와 LG 문화가 다르고 선수와 코치, 프런트를 다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니까.

그런데 LG에서 제안이 왔는데 안 가면 LG 유니폼을 입을 일이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집사람, 지인들과 의논했는데 새로운 도전도 해 봐야하지 않겠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가 많은 게 아니고 젊으니까 도전해 보자고 결심했죠.

우리 LG가 팬들의 사랑을 가장 크게 받는 팀인데 우승을 못하니까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은 늘 있었어요. KBO리그가 잘 되려면 LG가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합니다. LG 감독을 수락했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부임 후 선수들을 바라본 첫 느낌은 어떠신가요.

"주축으로 삼을만한 선수가 많이 없습니다. LG하면 빠른 팀, 좌타 라인 좋은 팀이란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선수들 많이 빠졌어요.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냉정하게 봤을 때 박용택 한 사람뿐이에요. 이형종 채은성은 풀타임 1~2년차에 불과하죠. 이 선수들이 올라오면 앞으로 강팀이 되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재밌게 해보려고 해요."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많지만 간단히 얘기하면 야구에만 집중하길 바랍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부분을 강조할 생각입니다. 또 선수로서 자기 몸은 생명이니 스스로 자기 자신을 혹사 시키지 않았으면 해요. 술도 반주 한잔 정도는 괜찮아도 새벽 늦게까지 마시면 안 되죠.

-삼성은 완성도가 높은 상태에서 부임하셨습니다. 반면 LG는 여러 부분에서 전력을 끌어올려야하는 팀인데요. 내년 시즌 현실적인 목표가 있다면요.

"당장 몇 위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 LG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걸 선수들에게 명확하게 주입시켜주고 싶습니다. 이제 팀을 조금씩 파악해가고 있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기초가 탄탄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현재 LG의 강점이 있다면요.

"솔직히 아직은 강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올해 마운드가 팀 평균자책점 1위를 했지만(4.30) 4점대 에요. 결국 올해 5강 진출에 실패한 건 야수들이 실책이나 공격에서 집중력을 발휘 못한 게 가장 크죠. 도루 성공률이 50% 조금 넘는데 이러면 도루를 하면 안 됩니다. 성공률이 7할 이상은 돼야 도루가 가능합니다. 뛰는 야구는 하되 성공률을 높여야죠. 3~4승이 모자라서 5강에 못 갔는데 이런 문제점들을 잘 보완해야 합니다.

그래도 투수 쪽에 젊고 공도 빠른 친구들이 많습니다. 타자들도 힘 있는 선수들이 눈에 보여요. 이런 선수들을 잘 성장시켜서 좋은 야구를 하는 게 당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삼성 시절 함께했던 투수 차우찬 내야수 손주인과 다시 만났습니다.

"그 친구들이 바로 류중일 야구 홍보대사죠. 류중일의 성향이 어떻다는 걸 우찬이가 투수들에게, 주인이는 야수에게 홍보해줄 거라고 생각해요. 새로 온 감독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한다는 걸 선수들에게 다 얘기해주겠죠. 새 감독이 어떤지 많이들 물어볼 거예요. 어떻게 야구를 하면 좋아한다는 걸 다 궁금해하겠죠. 저로서는 편한 부분이 많아졌습니다."

-오지환의 내년 거취가 불분명한데 내야 구상은 하고 계시나요.

"오지환 대체 자원은 일단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백승현과 장준원, 이 두 친구가 눈에 들어와요. 2루는 손주인, 박지규, 강승호가 경쟁을 할 겁니다. 3루와 1루는 양석환과 외국인 타자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지환이 입대문제는 본인에게 맡겼습니다. 모든 결정은 본인이 하라고 얘기했어요. 어린 선수도 아니고 스스로 결정할 나이니까요. 그래야 나중에 후회를 안 합니다. 본인이 결정해서 이야기해달라고 했습니다."

-수비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시는데요.

"수비가 안 되면 투수들이 이겨내질 못합니다. 캠프에 가면 수비 훈련을 가장 중점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많은 시간을 수비 훈련에 쏟을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베이스 런닝부터 수비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저만의 특별한 훈련법이 있어요. 몇 번 해보면 소위 말하는 견적이 좀 나오죠. LG가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수비에서 더 탄탄해져야 합니다."

-LG는 장타력이 약한 게 약점으로 지적되는데요.

"타격코치한테 야수들에게 적극적인 스윙을 주문해달라고 얘기해뒀습니다. 하루아침에는 안 되겠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장타력이 향상될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좋은 타이밍에서 배트 중심에 맞으면 홈런이 나오는 거니까 좋은 스윙 궤적을 만들어야죠. 무엇보다 배트 스피드를 좀 더 빠르게 해야 합니다. 이번 마무리 캠프부터 해야 할 숙제들이 참 많습니다."

-LG팬들에게 각오를 전한다면요.

"제가 몇 년 동안 LG 감독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쉽게 무너지지 않는, 끈끈함이 느껴지는 팀을 만들고 싶습니다. 탄탄한 팀이 되도록 기초 공사부터 확실하게 할 생각입니다. 당장 우승을 하겠다 이렇게 말씀드리기보다는 강팀의 초석을 확실하게 다져야죠.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LG가 23년 동안 우승을 못해서 안타까웠습니다. LG와 롯데가 잘 돼야 KBO리그 전체가 더 잘 될 수 있습니다. '류중일을 LG로 참 잘 데려왔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조이뉴스24 김지수기자 gso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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