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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 "팬들 사랑 덕분에 오늘날 내가 있다"


SD 루키팀 코치 연수 중…"한국인 최초 ML 정식 코치 꿈꿔"

[조이뉴스24 김지수기자] "내 능력 때문이 아닌 팬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18시즌을 보냈다"

홍성흔은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은퇴식을 갖는다. 은퇴식과 함께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나는 '홍포' 홍성흔이 기자회견을 갖고 은퇴 심경과 근황에 대해서 밝혔다.

1999년 두산 입단 당시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홍성흔은 유쾌한 인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는 은퇴 후 모든 연락을 끊고 두문불출했던 이유부터 미국에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고 있는 현재 일상까지 담담하게 자신의 현재를 전했다.

홍성흔은 "은퇴 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제 생각을 전하고 싶었다"며 "현재 미국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루키팀 코치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이어 "이렇게 성대한 은퇴식을 준비해준 두산 구단에 감사드린다"며 "홍성흔이 오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모두 팬들의 사랑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홍성흔과 일문일답

-은퇴 후 어떻게 지냈는지 설명해 달라

"지난 2월 27일 미국으로 건너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루키팀에서 인턴 코치로 일하고 있다. 두산 구단의 배려와 박찬호 선배의 소개로 가게 됐는데 타격과 포수 쪽을 담당하며 어린 선수들과 잘 지내고 있다."

-은퇴 선언 후 두문불출했던 이유는?

"그때 수많은 인터뷰 제의를 거절하고 지금 이 자리에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을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은퇴 선언 후에는 머리가 상당히 복잡했다. 조용히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무엇보다 확실하게 내 자리, 내 것을 어느 정도 구축하고 나서 제 심경을 밝히고 싶었다."

-마이너리그의 경우 일정이 빽빽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다. 새벽 4시 반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배팅볼을 던져주는 것부터 타격 지도까지 정신이 없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차이의 환경 차이는 매우 크다. 그걸 새삼 느끼면서 일하고 있다. 또 선수가 원할 경우 코치가 항상 옆에 붙어서 지도해줘야 한다. 사실 조금 만만하게 보고 갔는데 많이 힘들더라. 미국은 야간 훈련이 없는 대신 새벽부터 움직인다. 많이 뛰어다니고 군대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또 일과가 끝나면 바로 영어 수업을 받으러 간다."

-영어 실력은 좀 늘었나?

"나는 잘 모르겠는데 주위에서 많이 늘었다고 하더라. (박)찬호형이 '넌 적응력 하나는 타고났다'며 칭찬했다. 영어는 현재 3개월 정도 공부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외국인 선수 제도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현재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부터 오래전 타이론 우즈까지 외국인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려고 노력했던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미국에서 목표가 있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정식 코치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주위에서는 모두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하지만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코치 타이틀을 달고 싶다."

-미국 선수들과는 금방 친해졌다고 하던데?

"내 빠던(배트 플립) 영상이 큰 도움이 됐다. 그게 아니었다면 빠르게 어린 선수들과 가까워지지 못했을 거다. 미국에서는 배트 플립을 보고 컬쳐 쇼크를 받았다. 나에게 와서 홈런을 치고 어떻게 빠던을 하는지 물어보는 선수들도 있다(웃음)."

- 방송계에서도 러브콜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상당히 많았다. 해설은 모든 방송사에서 다 제의가 들어왔다. 서장훈·안정환씨처럼 연예게 진출 제의도 많이 받았다.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난 결국 야구를 택했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며 지내는 현재 돈을 떠나 매우 행복하다."

-롯데와의 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르게 됐는데?

"우선 이렇게 성대한 은퇴식은 생각도 못했었다. 두산 구단의 배려에 감사할 뿐이다. 또 4년간 몸담았었던 롯데와의 경기에서 은퇴식을 하니까 더 의미 있는 것 같다. 두산과 롯데 모두 나에게 소중한 팀들이다."

-은퇴식을 앞두고 후배들은 어떤 말을 건넸나?

"이대호는 방금 전 만나고 왔는데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고 하더라. 내가 50살까지 야구할 줄 알았는데 은퇴한다고 놀렸다. 양의지를 비롯해 함께 뛰었던 선수들과 모두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어린 선수들이 많아져서 내가 잘 모르는 선수들 대부분이더라(웃음)."

-현역 18시즌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첫 번째는 1999년 신인왕 수상 때다. 진갑용 선배와 경쟁에서 이겨냈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두 번째는 2001년 주전 포수로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을 때다. 우승 순간에 삼성 마해영 선배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투수 진필중과 부둥켜안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세 번째는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이다. 내가 주축은 아니었지만 후배들 덕분에 다시 우승의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현역 시절 기록 중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2천안타가 아닐까 싶다. 200병살타도 기억에 남는다(웃음). 미국에 있는 어린 선수들은 내가 200병살타를 친 건 모른다. KBO리그 최초의 우타자 2천안타를 기록한 것만 알고 있다. 이 기사가 나가면 알게 될까 봐 걱정이다."

-현역 생활 연장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

"지금도 미국에서 내 배트 스피드를 보고 사람들이 모두 놀란다. 어린 선수들이 내게 지도를 부탁하는 것 역시 내 스윙을 보고 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선수 생활에 대한 욕심이나 미련이 더는 없다. 오직 좋은 코치가 되고 싶은 마음뿐이다. 살이 15kg이나 빠져 선수를 할 몸도 안 된다(웃음)."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은가?

"선수와 함께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몸은 힘들어도 선수들을 가르치고 운동하는 게 너무 즐겁다. 나는 무게 잡는 걸 잘 못한다. 함께 땀 흘리고 뒹굴면서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감독이 되고 싶다."

-미래에 감독이 되는 것도 생각하고 있나?

"감독이라는 자리는 하늘에서 내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은퇴한 많은 야구 선수들이 꿈꾸는 자리다. 제의가 오면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다."

-가족에게도 마음을 전한다면?

"은퇴 전에도, 은퇴를 한 지금도 야구로 바빠서 가족이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 아내에게 너무 고맙다. 휼륭한 지도자가 되라고 격려를 많이 해준다. 자녀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된다.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

-은퇴를 앞두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지막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한 것 같다. 내 잘못된 언행으로 인해 팬들에게 너무 큰 실망을 드렸다. 팬들에게 더 박수받지 못하고 떠난 부분은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홍성흔에게 있어 팬들이란?

"나는 내 힘으로, 내 능력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팬들의 사랑과 응원 덕분에 오늘날 홍성흔이 있다. 내가 은퇴를 결심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몸상태 때문이 아니었다. 무리하게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가면 팬들의 사랑과 신뢰를 더 잃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늘 여기서 팬들의 사랑 속에 은퇴식을 치를 수 있는 것도 너무 감사하다."

-은퇴식을 앞둔 심경은?

"어제부터 계속 울지 말자고 다짐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울지 않으려고 한다. 은퇴식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기쁘게 생각하려고 한다. 다시 한 번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조이뉴스24 잠실=김지수기자 gsoo@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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