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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결산]③남동철 韓영화 프로그래머에게 듣는 뒷이야기(인터뷰)


"한국영화 회고전의 밤, 감동이었다"

[권혜림기자] 신선한 프로그램과 국내외 쟁쟁한 스타들의 방문,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는 올해 20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를 풍성하게 채웠다. 유아인, 수호, 전도연, 이정재 등 톱스타들은 해운대 백사장에서 영화제을 찾은 팬들과 가까이 호흡하며 축제의 분위기를 달궜다. 독일 유명 배우 나스타샤 킨스키와 대배우 하비 케이틀, '영원한 첫사랑' 소피 마르소 등 전설적 해외 영화인들의 방문도 화제가 됐다. 김수용 감독의 '만선' 최하원 감독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 등 숨은 걸작을 소개한 한국영화 회고전은 영화제 역사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다.

지난 7일,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을 사흘 앞두고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남동철 한국영화프로그래머를 만났다. 국내외 평단에서 관심을 보인 한국영화 작품들, 직접 참관하거나 진행한 관객과의 대화(GV) 풍경,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한국영화 회고전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다.

남 프로그래머는 유독 화려했던 게스트진에 대해 "올해 배우들이 예년보다 많이 방문한 것 같다"며 "비전이나 뉴커런츠 부문은 예전과 비슷한 수의 게스트가 영화제를 찾았는데, 올해에는 파노라마 부문의 스타들이 많이 방문했다"고 알렸다.

이어 "영화로 초청되지 않은 경우에도 프로모션 차원에서 부산을 방문한 이들이 있고, 한편으로는 영화제의 20돌을 축하하기 위해서도 찾아와줬다"며 "배우들이 많이 참여해 부산 시민들도 좋아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한국영화 회고전에 초청할 게스트들을 직접 찾아나서기도 했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해외로 이주한 영화인의 이름을 언급하며 찾을 방법이 있을지 묻는가 하면, SNS에 해당 작품을 연출한 감독의 유족을 찾는다는 글도 게시했다. 끝내 찾지 못한 '살인마'의 이용민 감독 유족을 제외하고, 각 감독의 유족들이 영화제를 찾아 관객을 만났다.

'한국영화 회고전의 밤' 행사를 떠올리던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희미하게 웃으며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게스트들을 위해 만든 디렉터스체어 중 이용민 감독의 의자만 비어 있어 배우 문소리와 하지원이 유족 대신 그 자리를 지켰다"고도 전했다.

이하 남동철 한국영화 프로그래머와 일문일답

-올해 해외 바이어나 평론가, 일반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작품들이 궁금하다.

"프로그래머나 평론가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던 영화는 '소통과 거짓말'(감독 이승원), '혼자'(감독 박홍민), '눈꺼풀'(감독 오멸), '스틸 플라워'(감독 박석영), '흔들리는 물결'(감독 김진도) 등이었다. 대중적으로 반응이 좋았던 영화는 '초인'(감독 서은영)과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 '돌연변이'(감독 권오광), '4등'(감독 정지우) 등이다. '글로리데이' '돌연변이'의 경우 스타 배우들 때문에 더 호응이 컸다. 문소리 감독의 단편 '최고의 감독'의 반응도 정말 좋았다. 본 사람들이 모두 뒤집어지도록 웃더라. GV를 첫 진행할 때 사람들이 너무 많이 웃었다. 졸업을 위해 연출을 한다고 하지만 코미디 연출 재능이 보통은 아니다."

-야외 무대의 일정이 예년보다 증가한 것 같다.

"남포동에서도 야외 무대인사를 많이 했다. 엑소(EXO)의 멤버이자 배우인 수호의 무대인사 때 시민들이 많이 모였다. 이후 김우빈이 약 40분 뒤 무대에 올랐는데, 몰려든 이들이 수호에 이어 김우빈까지 보고 갔다. 정말 너무 많은 분들이 모였더라. 안전을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 무사히 끝났다."

-해운대 BIFF 빌리지의 무대 인사와 오픈토크도 반응이 대단했다.

"유아인이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 같다. 배우 전도연 역시 야외 무대인사까지 열심히 뛰어줬다. 모두 잘 해줬다. 한국 배우 뿐 아니라 세계적 스타인 하비 케이틀과 나스타샤 킨스키, 틸다 스윈튼, 탕웨이 등도 부산을 찾았다. 특히 탕웨이는 예정에 없던 GV를 했다."

-탕웨이가 노래를 불러 화제였던 GV를 말하는 것인가?

"김태용 감독의 단편 '그녀의 전설' GV가 단편 쇼케이스 상영 후 있었는데, 객석에 탕웨이가 앉아있더라. '이것 봐라, 어쩌지' 싶었다. 무대에 올려야 하나 마나를 고민했다. 단편 GV는 매 편 상영 후 진행되는데, 김 감독의 영화가 마지막 것이었다. 멘트를 하다 "탕웨이가 노래를 불렀다"고 하니 탕웨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올라왔을 때까지, 관객들은 전혀 몰랐다."

-한국영화 회고전 역시 호응을 얻었다. 배우 이은심 여사는 물론, 감독의 유족들을 찾느라 애쓴 것으로 안다.

"이은심 여사가 브라질에 있는 것 외에 나머지 정보가 없었다. 지난 2006년 '하녀' 재개봉 때 브라질의 신문사에서 이메일 인터뷰를 했더라. 메일을 보냈는데 답이 없었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한인회 게시판에도 글을 올렸지만, 찾기 힘들 거라고 했다. 그런데 영화제 스태프의 친구 중 한 명이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브라질 사람이었다. '하녀'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 친구가 '이 배우가 브라질에 산다니, 내가 왜 몰랐지?' 하는 마음으로 발 벗고 찾아나섰다. 그간 이은심이라는 이름으로 찾으니 어려웠던 것이었고, 그 친구가 배우의 본명으로 하루 만에 찾아줬다. 브라질의 작은 도시에 살고 계셨는데, 도시까지 이동하고 비행기를 타고 미국을 경유해 한국으로 오셨다. 24시간 이상이 걸린 셈인데, 오셔서는 정말 좋아하셨다. 감독의 유족 분들이 소감을 말하는데, 그 내용이 다 좋았다. 모두 진심으로 박수를 치는 광경이었다. 어디서 가져온 프로그램이 아닌, 새로운 영화들이라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본다. 특히 '만선'과 '나무들 비탈에 서다'는 정말 놀라운 영화라는 생각을 하며 프로그램에 넣었다."

-올해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취임한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호흡은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모더레이터를 할 때도, 게스트와 식사를 할 때도 주변이 편안해진다. 외국 게스트와 이야기하는 것도 굉장히 자연스럽더라. 어딜 가나 사인, 사진 요청을 받는 분이다. 스태프들도 모두 좋아하더라. 권위적이지 않은 집행위원장이다."

조이뉴스24 부산=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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