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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현 "첫 멜로, 나도 모르게 사랑에 빠진 느낌"(인터뷰②)


"나이 먹을수록 둥글둥글, 단단해진다"

[권혜림기자] 영화 '타짜2'를 볼 관객들은 아마도 기대를 훌쩍 넘어서는 연기를 펼친 최승현의 재능에 의외의 감탄사를 내뱉을 법하다. 그의 짙은 눈매와 낮은 목소리는 장난기 많고 능청스러운 주인공 캐릭터와 만나 더욱 입체적인 인물을 완성했다. 스크린에 첫 도전장을 내민지 어느덧 4년, 최승현은 분명 성장했고 진화했다.

지난 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 감독 강형철·제작 싸이더스픽쳐스)의 개봉을 앞둔 배우 최승현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타짜2'는 삼촌 고니를 닮아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손재주와 승부욕을 보이던 대길(최승현 분)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타짜 세계에 겁 없이 뛰어들면서 목숨줄이 오가는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되는 이야기다.

스크린 데뷔작 '포화속으로'(2010)에서 학도병 중대장으로, '동창생'(2013)에서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남파공작원이 된 소년으로 분했던 최승현이 '타짜2'에선 모험에 뛰어든 낙천적인 청년 함대길이 됐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몸을 내던지는 순정, 화투로 크게 한 탕을 해 성공하겠다는 야망을 오가며 다채로운 얼굴을 선보였다.

극 중 대길은 상경해 처음으로 연인의 관계를 맺는 우사장(이하늬 분)을 비롯해 과거 첫 눈에 반했던 미나(신세경 분)와 재회까지 두 번의 로맨스에 빠져든다. 매혹적인 두 여배우와 사랑 연기를 펼친 소감을 묻자 최승현은 "첫 멜로 연기였는데, 동시에 두 여자를 사귀어 본 적이 없어 어떻게 해야 재밌게 연기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어 그는 "두 배우와 함께 있으면 저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는 느낌이었다"며 "그 정도의 에너지를 가진, 서로 다른 매력이 가득한 배우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최승현과 이하늬와는 약 10년 전 YG엔터테인먼트에서 첫 인사를 나눈 뒤 이번 영화 작업으로 다시 만난 사이다. 최승현은 "함대길이란 인물로서 우사장을 보니, 우사장 자체가 그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캐릭터 같더라"며 "이하늬 누나도 정말 잘하고 싶어했고 열연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신세경도 마찬가지였다"고도 강조했다.

영화에서 대길은 우연히 만난 미나를 보고 한 눈에 반한다. 미모에 감탄사를 내지른 것에 더해 두 번째 만남에선 냅다 청혼까지 한다. 현실 속 연애에서도 상대에게 첫 눈에 반한 일이 있는지 묻자 최승현은 "그런 편인 것 같다. 첫눈에 반하지 않으면 좋아하게 되지 않는듯 싶다"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이어 "어린 시절에는 본능적이고 감정에 충실했는데, 그 모습이 대길과 닮아있는 것 같다"고 말을 이어 간 최승현은 "지금은 생각이 많아지고 겁도 많아진 것 같다"며 "어느 순간 이성에게 쉽게 호감이 가지 않더라"고 고백했다. 또한 그는 "나름대로 헌신적이라 생각하며 이성을 잃고 연애를 했던 것 같은데 때로는 신경을 많이 못쓰는 상황도 있었다. 지금은 일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타짜2'는 '포화속으로'와 '동창생'에 이어 또 한 번 최승현이 주연을 맡은 영화다. 최승현은 연기자인 동시에 인기 그룹 빅뱅의 멤버이기도 하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멤버인 지드래곤은 직접 시사회를 찾아 영화를 관람했다. 아쉽게도 다른 멤버들은 해외 스케줄 상 참석하지 못했다.

최승현은 "지디가 영화를 굉장히 재밌게 봤다고 해 기분이 좋았다"며 "저희 멤버들은 '타짜'(2006)를 좋아했다. 힘든 시기 함께 보며 재밌었던 작품이기 때문에 속편에 제가 출연한 것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도 알렸다.

음악 작업과 연기를 병행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지만, 두 영역을 오가며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최승현은 "솔직히 두 작업을 병행하는 것은 무척 힘들다"며 "한 가지만 잘 할 수 있는 확률도 작은데 둘 다 하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가면 그 감을 되찾기까지 한 두 달의 시간이 걸린다"며 "안 타던 자전거에 다시 올라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어떻게 그 자전거에 다시 올라타는지 노하우가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며 "음악도 그렇고 무대에 서는 것도, 시나리오라는 약속 안에서 인물을 만드는 것도 그렇다. 그렇게 쉽게 생각하니 이제는 괜찮아지더라. 그래서 곡 작업도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

데뷔작 영화로 신인상의 영예를 안았던 만큼 이제 배우 최승현의 입지도 익숙해지지 않았는지 묻자 그는 "이 일은 늘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일인 것 같다"며 "긴장을 놓는 순간 나태해진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것을 내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차분했지만 확신에 찬 말투였다.

최승현은 "좋은 이야기는 한 귀로 흘리고 나쁜 이야기는 한번 더 생각하려 한다"며 "그래서 한 때는 우울증에 걸린 적도 있다. 안 좋은 것만 귀담아들으려 하다 보니 그랬다"고 솔직하게 말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그는 "데뷔한 지 얼마 안됐을 때는 우울했었다"며 "제 자신에게 냉정하려 하고 저를 괴롭히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내면도 평온을 찾았다. 최승현은 "한 살 한 살 나이가 생길수록 단단해지더라"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다. 둥글둥글해질수록 단단해진다"고 알렸다. 이어 "전엔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사회성도 생기고 둥글어지고 시야도 넓어지는듯 싶다"며 "마음의 여유가 생겨 성향이 밝아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허영만 화백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 한 영화 '타짜2'에는 최승현·신세경·유해진·곽도원·김인권·김윤석·이하늬 등이 출연했다. '과속스캔들' '써니'의 강형철 감독이 연출했으며 오는 3일 개봉한다.

이하 일문일답

-'타짜2'의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각오하고 내지른 느낌이더라.

"그렇게 되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저 뿐 아니라 모든 선배들, 배우들이 다 그렇게 해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듯 싶다. 그래야 강형철 감독님이 '타짜'를 명품 시리즈로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원작 자체가, 허영만 화백의 작품 자체가 재밌으니까. 우리 나라에도 그런 시리즈물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다."

-현장의 매 순간이 에피소드였다고 이야기했다.

"모든 게 그냥 술술 잘 흘러갔다. 계획대로 됐다. 무엇 하나 딜레이되는 스케줄이 없었다. 오케이가 안나서, 혹은 궂은 날씨 때문 등 여러 상황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상황이 지연되지 않았다. 배우들도 그래서 편안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강형철 감독님이 그만큼 철저하게 모든 것을 준비한 현장이었다. 에피소드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불안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타짜'의 조승우와 비교되는 것이 부담이었을 수 있다.

"애초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출연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 있다고, 무모한 모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나리오가 좋았다. 감독님이 모든 것을 다 준비하셨다. 감독님의 확신에 찬 에너지가 모든 배우들을 이 전쟁터로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장군의 에너지였다."

-래퍼 탑의 모습은 극 중 대길의 이미지와도 어울린다.

"그럴 수 있다. 대길은 자기가 어설퍼도 어설픈줄 모른다. 그게 대길의 큰 매력이었다. 그걸 연기해보고 싶었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대길의 엉뚱한 매력이다."

-'타짜2' 이전에 연기했던 인물들은 대체로 어두웠다.

"이번 캐릭터는 더 인간 같다. 이전 영화에선 너무 어두운 성향의 인물들을 연기했다. 어찌보면 더 과장되게 직접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만화 톤의 설계도였다. 오히려 연기할 때는 재밌었다. 인물 자체가 낙천적이니 저 조차 몰입돼 있을 때는 너무 깊어지지 않더라. 진짜 화려한 대길의 인생을 살다 온 것 같다. 저를 성숙하게 만들어줬다. 다만 '힐링'은 아니었다. 너무 무서운 세계였다.(웃음) 극 중 장동식(곽도원 분)에게 당할 때는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수치스러움을 느끼니 너무 속상하고 부끄럽고 창피했다."

-극 중 인물의 감정이 본인에게 고스란히 와닿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그 인물이 됐다. '완벽하게'라고 이야기하는 건 무모한 것 같다. 촬영 현장에 있을 때, 앵글에 있을 때는 그 인물이 되려 노력하고, 그 인물을 연구하고, 그처럼 행동하는 과정을 근사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행복해한다. 어떻게 해도 저는 그 인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인물의 삶을 연기하며 스트레스가 풀리던가?

"그렇다. 함대길이 강남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연기할 때나 어릴 때의 허세를 연기할 때 그랬다. 저는 이 아이의 얕은 면이 불쌍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는 장면에선 제가 연기하면서 카타스시스가 오더라. 제가 진짜 돈을 버는 것 같았다.(웃음)"

-진짜 한 탕을 해 볼 생각도 들던가?

"'화투가 이래서 국민 스포츠구나' 깨달았다. 룰을 알게 된 뒤 치니 너무 재밌었다. 너무 재미들린 것 같아 영화 끝나고서는 손을 놔버렸다. 저희 가족은 명절에 화투를 안 치고 윷놀이를 한다. 이번 명절 때는 무대 인사를 하지 않을까 싶다."

-'타짜'의 원작을 봤나?

"원작도 봤다. 영화에 출연 하기로 하고 나선 다 봤다. 시나리오 상으로 봤을 땐 8권짜리 책을 1권으로 다시 설계한 셈이니 이 인간이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 알 수 없었다. 시대 배경도 달랐다. 읽고 (대길이) 단순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낙천적이고 겁이 없고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그래서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나의 꿈을 가지고 동화같은 마음으로 쉽게 생각하고 뛰어드는 젊은 청춘의 에너지.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인물이었다."

-캐스팅에 우려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나?

"우려와 기대, 그리고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시작 때부터 알고 있었다. 엄청나게 큰 리스크가 있다는 걸 알았다. 무언가를 얻고자 일한 건 아니었지만 부담스러웠다. '이걸 왜 나에게 줬을까' 싸늘했다. '그는 왜 나를 기다린 것인가' 생각했다.(웃음) 우려 때문에 못하는 일들이 사실 굉장히 많지 않나. 일에서는, 직업에서는 사람들은 안전하게 가려고 한다. 그래도 용감해질 수 있었다. 제게 에너지를 준 영화였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는데, 이 일이 적성에 맞다고 느끼는지도 궁금하다.

"어릴 땐 그게 힘들었는데 다시 도전하는 걸 보며 (적성에) 맞다고 느꼈다. 그걸 무서워하면 못했을 것 같다. '타짜2'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있었다. 워낙 '타짜' 1편이 완성도 면에서 완벽한 영화였지 않나. 듣기로는, 2편을 만들려고 굉장히 많은 연출자들이 달려들었다더라. 원작 만화 자체가 책 한 권으로 만들기엔 설계가 굉장히 힘들어서 이뤄지지 않았다고 들었다. 강형철 감독이 그걸 용기있게 해내고 만들어내신 것을 보며 단단한 에너지를 함께 받았다. 그래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것을 보면 이제 저도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속편이 잘 된 영화가 한국에 많지 않았다. 우리 관객들은 1편을 재밌게 보면 2편이 재미 없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속편이 나올 수 있는 영화 자체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같다. 제가 대중 문화계에서 일을 하니 그런 콘텐츠에 더 용기 있게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으로서, 무모함으로 도전해야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더 많은 것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뮤지션인 만큼 출연작의 OST 작업에도 관심을 가질 법 하다.

"그건 싫다. 작품에 빅뱅의 음악을 넣거나 제 음악을 넣으면 그것이야말로 제가 빅뱅이라는 팀과 탑 저 자신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 그래서 양 쪽에서 서로 다른 작업을 끌어다 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까지는 순수한 것 같다. 작품을 위해서는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고, 음악을 위해서도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안다. 빅뱅이란 팀을 위해서도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철저하다."

-타짜2'의 강형철 감독은 음악을 활용하는 감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강형철 감독님이 음악을 잘 쓴다. 제가 음악을 하니 그래서 더 강형철 감독과 작업하고 싶었다. 보고 느끼고 싶었던 것이 많았다."

-평소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좋은 영화, 잘 만든 영화를 좋아한다. 최근엔 '그녀(Her)'를 재밌게 봤다."

-그런 작품에도 욕심이 나나?

"우리 나라에서 만들 수 있다면, 제가 할 수만 있다면 어떨지 모르겠다. 어떤 영화를 보며 '저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안해봤다. 내게 오는 것이 있고 아닌 것이 있으니 운명인 것 같다."

-영화 작업은 언제 다시 할 예정인가?

"꽂히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움직이는 사람이다. 멜로도 해보고 싶다. 진지한 멜로는 아직까진 쑥스러울 것 같다. 느끼해 보일까봐.(웃음) 너무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런 이야기를, 과연 이 시대에 사람들이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왜 느끼할 것이라 생각하나? 낮고 굵은 목소리 때문인가?

"그것도 그렇다. 요즘은 멜로 영화가 많이 안만들어지는 것 같다. 저도 요즘엔 자주 찾아보지 않았다. '그녀'의 경우를 봐도 가상 인물과 사람이 사랑하는 것을 보며 감동하는 시대 아닌가. 현대인이 그만큼 공허하다는 것 아닐까. 연륜이 있고 나이가 많은 배우라면 멜로를 하고 싶을 것 같은데 젊은 사람으로서 새로운 것에 끌리는 것 같긴 하다. 어릴 때만 할 수 있는 모던한 소재들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20대가 지나가기 전에 멜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웃음)"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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