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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혜, 시청각장애인 관객들과 유쾌한 만남


영화 '사랑의 가위바위보' 배리어프리버전 내레이션 맡아

[권혜림기자] 배우 박신혜가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사랑의 가위바위보' 배리어프리버전 시사회에 참석해 관객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4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김지운 감독의 단편 영화 '사랑의 가위바위보' 배리어프리버전 상영회가 열렸다. 김지운 감독과 주연 배우 박신혜가 참석했고 개그맨 이동우가 진행을 맡았다. 시청각 장애인들을 초대한 이날 시사회의 관객과의 대화( GV)에는 수화 통역사가 함께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박신혜는 영화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데 이어 배리어프리버전 영화의 내레이션 역시 맡았다. 배리어프리버전 영화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이 덧붙여진다.

이날 GV는 통상 영화 시사 후 열리는 기자간담회의 성격과 닮아있었지만 묘하게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주요 관객이 시청각장애인들, 혹은 유관 단체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이었던 만큼 일반 기자 간담회와는 달리 훈훈한 팬미팅 현장을 연상시켰다.

객석을 가득 메운 시청각장애인들은 눈 혹 귀로 영화를 보거나 들으며 다양한 반응들을 내놨다. 상영 후 무대에 김지운 감독과 박신혜가 등장하자 힘찬 함성이 쏟아졌다. GV에선 영화에 대한 질문도 나왔지만 청춘 스타 박신혜를 향한 관객들의 애정이 짙게 묻어난 질문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한 관객은 영화의 소재를 빌려 박신혜에게 직접 가위바위보를 청했다. 자신이 이기면 작은 소원을 들어달라는 재치있는 조건도 덧붙였다. 무대에 올라 박신혜와 게임을 한 관객은 가위바위보로 박신혜를 이겼고 "포옹과 악수를 하고 사진을 함께 찍고 싶다"는 소박한 소원을 이야기했다. 이에 박신혜는 "해 드리겠다"고 흔쾌히 웃으며 응했다. 두 사람의 사진 촬영에는 수십 명의 사진 기자들도 함께였다.

객석에선 무대에 오른 관객을 향한 부러움 섞인 함성이 쏟아졌다. 이에 또 다른 관객도 손을 들고 "포옹과 악수 대신 사진을 찍고 싶다"고 알렸다. 이에 박신혜는 "그럼요. 용기 내 주셨는데 그래야죠"라고 알려 팬들을 향한 남다른 배려심을 드러냈다.

GV가 모두 끝난 뒤 시사회가 열린 상영관 밖에선 이동우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관객들도 줄을 섰다. 변함 없이 매끄러운 말솜씨로 이날 행사를 이끈 이동우는 틴틴파이브 출신 개그맨으로, 망막색소변성증을 앓아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었다. 이동우는 '사랑의 가위바위보' 배리어프리버전 시사에서 누구보다 관객들과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사회자였다.

극 중 은희 역을 맡은 박신혜는 배리어프리버전 첫 내레이션을 맡은 소감으로 "처음 경험한 일이라 뜻깊었다"며 "장면을 목소리로 재해석해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보면서, 내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이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며 "오히려 소리로만 들으니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게 됐다. 제 목소리가 어색하긴 했지만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알렸다.

MC를 맡은 이동우는 박신혜에게 현장에서 김지운 감독과 어떤 작업을 했는지에 대해 물었다. 박신헤는 "굉장히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다"고 김지운 감독의 작업 방식을 표현했다. 이어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었다는데 제가 디테일한 감정에 어려워할때 부드럽게 이끌어 주셔서 편안했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과 자막이 첨부되는 배리어프리영화 제작에는 영화 창작자인 감독을 비롯, 시·청각 장애인 모니터 및 전담 연출팀이 참여해 입체적이고 깊이 있는 해설 버전을 완성한다. 전문 배우와 성우의 음성해설로 풍부한 감정 표현, 명확한 주제 전달을 목표로 한다.

배리어프리버전 영화를 연출한 김지운 감독은 MC 이동우에게 "자신의 영화 중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다시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김 감독은 "'사랑의 가위바위보'는 제 영화 중에 유일하게 피 안 나오는 영화"라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느와르와 액션, 호러 등을 오가며 다소 거친 영화들을 선보여 온 김지운 감독은 "무슨 영화를 추천해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다"면서도 "세계관이 긍정적인 영화가 한 편 있다. 쓸쓸하긴 하지만 송강호 주연의 '반칙왕'"이라고 추천해 시선을 모았다.

이날 그는 처음으로 매리어프리 버전 영화를 연출한 소감을 말하며 "이런 기회를 주신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재능기부라고 말씀하시는데 제게는 재능도, 기부도 아니다. 한 분의 영화 관객, 영화 팬들을 위해 더 폭넓게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고 알렸다.

이어 "영화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만들 때 스스로 눈도 감아 보고 소리도 들어 보고 귀도 막아 보며 그림만 보기도 했다"며 "그런 생각과 자세로 작업했는데 막상 여러분과 객석에서 함께 보니 더 잘 했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더욱 세밀하게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차후 두번째 배리어프리버전 작업을 하게 된다면 보다 섬세한 작업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도 알렸다. 그는 "보다 세심하게 작업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시청각 장애인 관객들과) 함께 보니 감독 입장에선 특이하고 강렬한 체험이었다"고도 말했다.

김지운 감독은 "소리가 없을 때 침묵도 제게는 연출이고 표현"이라며 "(배리어프리버전은) 그 순간도 설명이 나가야 하더라"고 작업 과정을 돌이켰다. 이어 "이런 공간에서 이렇게 영화를 보는 것은 온 감각을 다 열어놓는 체험이었다"며 "영화 한 편을 훨씬 더 풍요롭게 보게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다. 직접적으로 그런 경험에 반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고마워했다.

'사랑의 가위바위보'는 연애 백전백패 '무리수남' 운철이 꿈에 그리던 이상형의 여인 은희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윤계상이 엉뚱하고 순수한 인물 운철로 분해 코믹 연기를 펼쳤다. 박신혜가 은희 역을, 박수진이 사내 최고 섹시 퀸카로, 운철과 이색적인 소개팅을 하는 유진 역을 맡았다.

'사랑의 가위바위보'는 코오롱스포츠 40주년 기념 '웨이 투 네이처 필름 프로젝트(Way to Nature Film Project)' 2탄으로 제작됐다. 1탄으로는 박찬욱·박찬경 감독의 단편 영화 '청출어람'이 제작됐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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