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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거짓말' 정정화 감독 " 천재보다 장인이 되고싶다"


"요절한 천재보다는 백발의 장인이 되고 싶다."

로맨틱 코미디 '달콤한 거짓말'은 연출자 정정화 감독의 장기를 곳곳에서 엿보게 하는 작품이다. 세련된 감각과 리듬감 있는 편집, 재치발랄한 대사와 사건들이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를 갖추고 있다.

박진희와 조한선, 이기우가 펼쳐내는 유쾌한 로맨스는 보는 이에게 행복한 웃음을 짓게 한다. 박진희의 온몸 개그가 코믹요소를, 여성의 러브 판타지를 실현시켜 주는 스토리는 감동을 선사한다. 한국영화계 대표 기업 CJ엔터테인먼트가 자체 제작하고, 자신감 있게 내놓은 로맨틱 코미디 '달콤한 거짓말'로 '입봉'의 꿈을 이룬 정정화 감독을 만났다.

올해 서른 세살의 정정화 감독은 편집감독이라는 색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각종 CF와 영화 현장에서 쌓은 경험, 여기에 수많은 작품의 편집을 통해 익히 '감'으로 자신의 데뷔작에서 재기발랄한 감각을 선보였다.

"신인감독이다 보니, 확신이 안서고 불안할 때가 많았다"는 정정화 감독에게 영화 제작사가 보내는 신뢰는 가히 전폭적이다. 지난 가을 편집을 마친 원본 그대로 극장 성수기 12월에 자신있게 풀었다.

영화 속 말투와 대사가 감칠맛 난다. 누구 솜씨인가.

"아무래도 여자 심리에는 내가 약할 것 같아 전문 작가 셋이 붙었다. 그래도 영화에서 코믹한 대사와 말투는 내가 쓴 부분이 많다. 덕분에 각색 크레딧에도 내 이름이 들어갔다. 아는 사람들이 와서 영화를 보고 '박진희 대사는 네 말투 그대로다'라고 하더라. '님아', '쫌요' 하는 말들은 내가 평소에도 잘 쓰는 말투다. 박진희가 내 말투와 자기 말투를 섞어서 만들어진 것이 극중 지호의 말투다."

데뷔작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택했는데, 자신 있는 장르였나?

"로맨틱 코미디는 해마다 꾸준히 나오는 장르지만, 사람들이 기억하고 좋아하는 작품은 손에 꼽는다. 모든 사람이 좋아한 것은 몇편 안된다는 얘기다. 로맨틱 코미디는 액션이나 사극같은 장르보다 신인이 연출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연출하기 쉬운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정형화돼 있는 부분이 많아서 연출하기 쉽기도 하지만, 크게 재미있어지기가 힘든 장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뻔하고 식상한 점을 극복할 것인가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다른 것이 뭐가 있나, 아니 달라보자 그런 생각이 강했다."

그렇다면 여타 로맨틱 코미디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이야기가 앞서서 관객이 감정적으로 따라오기 힘들거나 감정이 너무 앞서거나 하지 않으려고 주의했다. 웃기다 보면 진지해지고, 진지한가 싶으면 웃음이 나는 식으로 이야기를 배치했다. 이야기보다는 감정적인 면에서 관객보다 앞서가고 싶었다. 코믹한 느낌 있다고 해서 웃기려만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현실과 괴리가 있어보이는 연기는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로맨스를 그려 보이고 싶었다."

보통 감독들은 끝까지 영화 후반 작업을 놓고 싶어하지 않는데, 편집본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들었다.

"부산영화제 필름마켓에 출품해야 하니, 빨리 끝내라고 해서 그랬다. 기한이 정해지니 빨리 할 수 밖에. 기한 넘기는 것을 무척 싫어하기도 하고. 그 뒤에 모니터링 시사를 두 번 정도 했는데, 제작사에서 손 대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감독이야 보면 볼수록 만지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처음 촬영본을 다 붙이고 보니 2시간 10분이었다. 잘라낸 장면이 얼마 안되서 대공정은 아니었다."

어떤 영화를 하고 싶었나.

"영화는 감독의 취향을 관객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감독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원하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대중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보는 영화보다는 열 사람이 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이 좋아하는 사탕도 필요할 테고. 순수예술과는 분명 다른 것 같다."

투자사나 제작사에서 굉장히 좋아할만한 생각이다.

"이렇게 말 잘 듣는 감독은 처음 봤다며 제작사에서 좋아했다. 성격적으로 전투적이지 못하고 마찰을 피하는 유한 성격이다. 하지만 영화를 하는 것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대중성과 상업성의 차이랄까, 돈을 원했다면 다른 일을 했을거다."

로맨틱 코미디로 데뷔했지만, 진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것 같다.

"마흔 전까지는 젊은 사람처럼 살고 싶다. 사춘기를 심하게 앓아서인가 아직도 청춘같다. 일본 영화 '키즈 리턴'이나 '고', 한국영화로는 '비트'같은 청춘성장 영화를 해보고 싶다. 어둡지 않고 밝게 성장하는 청춘영화. 밝은 영화가 체질에 맞는 것 같다."

어떤 감독이 되고 싶은지.

"요절한 천재보다 백발의 장인이 되고 싶다고 늘 생각한다. 요즘 후배들을 보면 현장 연출부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감독을 하려고 하는데, 현장 경험은 꼭 필요하다. 영화는 혼자 찍고 연기하고 혼자 편집하는 작업이 아니다. 감독은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소통하고 현장을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노하우를 쌓기 위해서는 현장 경험이 필수다.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제작사와 관객 양쪽과 잘 소통할 수 있는 '귀염둥이' 감독이 되고 싶다. 오래오래 영화를 하고 싶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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