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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염력', 초능력+소시민…시도는 새롭지만


전형적 부성애 표현 공식·얕은 사회고발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기사 본문에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높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도심 위를 날아오르는 한 남자. 이렇게 포스터에 묘사된 것만 보면 영화 '염력'은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을 예고한다. 하지만 막상 뚜겅을 열어보면 B급 코미디에 전형적인 부성애 표현 공식을 버무린 영화다. 여기에 초능력은 단지 '거들 뿐'이다.

'염력'(감독 연상호, 제작 (주)영화사 레드피터)은 우연히 상상초월의 초능력을 얻게 된 남자 신석헌(류승룡 분)이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놓인 딸 신루미(심은경 분)를 구하기 위해 염력을 발휘하며 펼쳐지는 이야기. 1천156만 관객수를 끌어모은 흥행 영화 '부산행'(2016)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치킨 하나로 대박을 터뜨려 청년 사업가로 우뚝 선 루미는 가게가 재개발 지역에 포함돼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다. 망연자실하기 쉬운 상황에서도 이웃 가게 주인들과 포기하지 않고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자신들을 내쫓으려는 세력들과 씩씩하게 맞선다. 그러던 중 오래 전 자신을 버린 아빠 석헌이 찾아온다. 그것도 하늘을 날고 괴력을 가지고 있는 아빠가.

영화의 큰 줄기는 루미를 둘러싸고 벌어진 '재개발'이지만 극을 이끄는 주된 동력은 석헌의 부성애다. 석헌은 은행에 구비된 커피믹스와 공용 화장실 휴지를 몰래 가져가는 민폐 캐릭터이자 공범이 걸렸을 땐 모른 체 하는 소시민 캐릭터. 우연히 얻게 된 초능력을 돈 버는 수단으로 사용하려 했던 석헌은 루미와 재회한 뒤 "아빠 노릇, 제대로 한번 해보자"라며 갑자기 히어로로 거듭난다. 석헌의 부성애 표현 방식은 그간 드라마와 영화에서 숱하게 그린 개과천선 공식을 따른다.

'염력'은 지난 2009년 재개발에 반대하며 농성한 철거민들이 경찰 진압에 맞선 '용산참사'를 연상케 한다.(연상호 감독은 지난 23일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건을 모티브로 했냐는 질문에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보편적 시스템 문제, 도시개발을 담고 싶었다"고 에둘러 답했다.) 문제는 석헌의 부성애로 드라마가 채워지면서 이런 문제의식이 얕게만 그려진다는 것. 극에서 크게 두 개로 나뉜 서사들의 표현 방식은 고루하거나 상식 수준의 묘사로만 그친다.

영화는 초능력을 다룬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초반 석헌의 초능력은 B급 코미디를, 후반에는 감동을 주는 데 이용된다. 초능력의 속성, '말도 안 되는' 상황과 그 속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팬터마임을 펼치는 석헌의 모습은 코믹해 웃음을 안기기도 한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진지해지는 영화 톤에서 석헌의 초능력은 어설프게 그려진다. 공중부양과 어마무시한 힘은 '말도 안 되는' 한방이 돼 흔한 만화 실사판을 보고 있는 듯하다.

대형 스크린에서 초능력이 발휘되는 장르적 쾌감을 기대한다면 '염력'은 실망할 수 있는 작품이다. 초능력이 블록버스터급 큰 스케일로 펼쳐지지 않기 않기 때문. 극 초반 석헌이 소소하게 초능력을 쓸 때는 섬세하고 현실감이 높지만 영웅이 된 그가 중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초능력을 사용할 땐(특히 공중부양) 이질감이 다소 크게 느껴져 극의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초능력이라는 소재 자체는 새롭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과 묘사는 신선하지 않다.

한편 '염력'은 31일 개봉,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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