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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600만 목전…뒷심 흥행에 이유 있다


메시지에 기반한 입소문…무대인사 현장도 달라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영화 '1987'의 흥행세가 꾸준하다. 한 주 앞서 개봉한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이하 신과함께)이 먼저 승기를 잡고 무서운 속도로 천만 기록을 일궜다면 '1987'의 관객몰이는 은근하고 묵직하다.

개봉일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한 영화는 12일 간 '신과 함께'의 기세를 꺾지 못한 채 같은 순위에 머물렀지만, 이후 지난 일주일 간 흥행 정상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개봉주 주말 하루 간 5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면, 개봉 3주차인 지난 주말에도 하루 4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천천히 달궈진 열기로 어느덧 6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뒀다.

'1987'(감독 장준환, 제작 우정필름)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김윤석·하정우·김태리·유해진·이희준·박희순 등 쟁쟁한 배우들이 의기투합해 기대를 얻었다.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한 6월 항쟁은 한국 민주주의 진보의 중요한 역사로 평가받아왔다. 동시에 故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죽음이라는 비극은 이 역사적 순간의 전후를 설명하며 빼놓을 수 없는 사건으로 기억됐다. 광주민주화운동이 '화려한 휴가'와 '택시운전사'로, 현대사의 또 다른 비극 제주 4.3사건이 '지슬'로 영화화돼 관객들을 만났지만 6월 항쟁을 소재로 한 작품은 '1987'이 처음이었다.

공교롭게도 지난 2016년과 2017년 겨울 광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냈던 이들은 꼭 1년 뒤 '1987'의 관객이 돼 영화와 공명했다. 개봉 초기 반응이 예상만큼 폭발적이지 않았지만 호평이 섞인 입소문이 영화에 대한 호감을 높였다.

배우들의 연기, 감독의 매끄러운 연출 등에 앞서, '1987' 흥행의 정체성은 완벽히 메시지에 기반했다. 경쟁작 '신과함께-죄와 벌'이 화려한 스펙터클과 교훈적 주제의식으로 대중성을 획득했다면, '1987'과 관객의 사이에는 보다 다층적 차원의 정념들이 오갔다.

사는 데 바빠 '그 날'을 외면했던 죄책감, 당대의 정치공학적 복잡성에 대한 해설과 수용, 30년 전 그 광장에 나섰던 기억, 1987년 그 후로도 진보와 퇴보를 반복한 현대사에 대한 인지, '386의 도취'냐 '청년 세대에 품는 희망'이냐에 대한 논의, 연희(김태리 분)로 대표되는 극 중 20대 여성 캐릭터가 보이는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비판 등이 그것이다. 현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지만, 그 상상의 여백은 관객들로 하여금 넓은 논의의 장을 열었다.

영화를 향한 열기는 감독과 배우들이 관객과 만나는 무대인사 현장에서도 남다르게 전해진다. 영화의 홍보마케팅을 맡은 앤드크레딧에 따르면 '1987' 무대인사 현장의 분위기는 여느 흥행작 영화들의 행사와는 사뭇 다르다. 영화가 끝난 뒤 스크린 앞에 선 감독과 배우들을 향해 "감사하다"고 소리치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이벤트의 주인공으로 지목돼 앞으로 나선 관객이 감독과 끌어안고 함께 눈물 짓기도 한다.

연출자인 장준환 감독은 때로 무대인사에서 1987년 6월 광장에 실제 나섰던 관객이 있는지를 묻기도 한다. 영화를 설명하며 "결국 온 국민이 거리로 나오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영화"라고 말했던 그는 실제 6월의 거리를 채웠던 관객을 찾아 선물을 안기기도 했다. 가족 단위 관객들의 관람이 잦을 뿐 아니라 당대 대학생이었던 87학번 관객들의 단체관람이 이뤄지기도 한다.

한편 '1987'의 누적 관객수는 16일 중 600만 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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