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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한번볼래?]'패터슨'★★★★★


세계적 거장 짐 자무쉬 감독作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오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눈을 뜨는 패터슨(아담 드라이버 분)은 옆에서 잠이 든 아내 로라(골쉬프테 파라하니 분)와 사랑스러운 아침 인사를 나눈다.

간단히 시리얼을 먹고 일터로 향하는 그의 직업은 버스 운전사. 동시에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버스를 운전하기 전 아침에 우연히 마주친 오하이오블루팁 성냥갑을 보며 떠오른 시상(詩想)을 자신의 비밀 노트에 옮겨 적는다. 일을 마친 뒤 집에 돌아가 로라와 저녁을 먹고 애완견 마빈과 함께 술집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신다. 그의 하루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영화 '패터슨'(감독 짐 자무쉬,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은 잔잔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지닌 작품이다. 단조로워 보이는 패터슨의 일상처럼 영화는 그를 지나치는 풍경들 또한 고즈넉하게 그려낸다. 여기에 패터슨이 한 구절 한 구절 채워가는 시가 스크린 위에 펼쳐져 영화 전체의 정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무성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해온 영화계의 세계적 거장 짐 자무쉬 감독의 작품답다.

영화는 주인공 패터슨의 일주일을 하루씩 분절해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의 전체 형식 또한 마치 하나의 시를 보는 듯하다. 일주일 동안 7번 분절된 하루는 다른 하루들과 비교해, 대구·반복·비유되며 차츰 운율을 만들어 낸다. 또한 패터슨이 살고 있는 도시가 미국 뉴저지주 패터슨 시(市)이고 패터슨을 연기한 아담 드라이버의 극 중 직업이 운전사(드라이버·driver)라는 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은유다.

"인생은 드라마틱하지 않다"며 '패터슨'을 "평온한 이야기"라고 말한 짐 자무쉬 감독. 반복적인 삶에서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버스 운전사. 보고 듣는 것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이를 아름다운 시로 만들어가는 시인 패터슨. 짐 자무쉬 감독의 말처럼 '패터슨'은 소위 '힐링' 영화가 될 법도 하다. 하지만 그러기엔 영화에서 그려지는 패터슨의 주위는 '조용'하지 않다.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영화는 많은 것을 감추고 있다.

영화 제목이자 패터슨이 살고 있는 소도시 패터슨은 은유로만 그치지 않는다. 실제 패터슨은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모여 있는 곳. 히스패닉과 이슬람계 인구 비율이 단연 높다. 영화는 로라, 회사 동료 도니, 술집 주인 등 패터슨의 주위 인물에 이를 대입한다. 패터슨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풍경 또한 실제 분위기를 전한다. 과거 '실크 도시'로 불릴 만큼 제조업이 크게 발전한 패터슨은 주요 산업 변화로 경제가 악화되고 범죄 사건이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곳이다. 짐 자무쉬 감독은 잔잔한 패터슨의 일상에 이렇게 어두운 리얼리티를 숨겨 뒀다.

또한 영화는 아내 로라를 통해 시인 패터슨의 고결함 또는 고귀함을 드높인다. 로라는 패터슨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로라는 커튼을 그럴 듯하게 새로 만들고 옷을 염색하고 체다치즈와 방울토마토를 넣은 파이를 만드는 등 일상에서 끊임없이 창조 행위를 이어간다. 동시에 직접 만든 컵케이크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고 기타를 배워 유명한 컨트리 가수가 되는 꿈을 꾼다. 비밀 노트에만 담긴 패터슨의 시를 세상에 널리 알리려고도 한다. 작가 밀란 쿠데라의 소설 '불멸'(밀란 쿤데라 저)에서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끊임없이 타인에게 확인 받으려는 로라가 일정 부분 떠오르는 대목이다.

영화는 어떤 가치가 아닌 오롯이 순수하게 시를 만들어 가는 패터슨의 모습에만 집중한다. 그의 감정 변화를 겉으로 드러내는 것 또한 극도로 절제한다. 패터슨은 버스 안의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눈 앞에 펼친 것을 '보고' 시를 습작할 뿐이다. 마치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주위의 것들을 관조하는 데 방해가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가 가장 좋아하고 실제 패터슨에 살았던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처럼 오로지 일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이를 구체적인 언어로 시를 완성한다.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는 작품을 빛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주로 무표정이지만 역설적으로 깊은 감정을 진하게 표현한다. 눈썹과 얼굴 근육만으로 미세한 표정 변화를 만들고 아주 살짝 미소 짓거나 단 한번 크게 웃을 때는 아이 같은 순수함을 전한다. 동시기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서 연기한 빌런 카일로 렌과는 극과 극 모습으로, '패터슨'은 아담 드라이버의 다양한 매력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한편 '패터슨'은 지난 12월21일 개봉해 일주일 만에 누적관객수 2만 명을 돌파하며 다양성 영화 흥행 1위(2017년 12월30일 기준)를 차지했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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