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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사건 공론화 후회 안해"…여배우 A씨의 호소(입장 전문)


"후유증으로 배우 일 중단…검찰 다시 사건 살펴봐주길"

[조이뉴스24 정소희,이미영 기자] 김기덕 감독의 사건의 피해자인 여배우가 지난 4년을 고통 받았다고 힘들었던 심경을 토로했다. 이번 사건의 공론화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며 의미있는 사건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배우 A 씨는 14일 오전 서울 합정동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김기덕 감독에 대한 검찰의 약식기소 및 불기소 처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심경을 밝혔다.

여배우 A씨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채 기자회견에 섰다. 발언 전 김기덕필름관계자와 여배우 A씨가 통화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사전 합의 없이 강제로 남자 배우의 성기를 잡게 한 부분, 김기덕 감독이 연출을 빌미로 따귀를 때린 부분 등을 눈물로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배우 A씨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라며 "4년 만에 나타나 고소한 것이 아니다. 고소 한 번 하는데 4년이나 걸린 사건"이라고 울먹였다. 사건 직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을 정도로 고통 받았던 4년을 토로했으며, 촬영장 무단이탈 등 김기덕 감독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입장 발표 후 취재진의 질문에도 담담하게 답했다.

여배우 A씨는 이번 사건을 공론화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후회하지 않는다. 사건이 끝나봐야 알 것 같다. 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지도 알 수 없다"라며 "이 사건이 제 인생에 의미있는 사건으로 남을 수 있을지 도와주길 바란다. 나설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할리우드배우들이 미투캠페인이 벌이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영화계에서 여배우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환경을 지적하며 "저처럼 힘 없는 배우가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이 일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용기를 내길 바란다. 또 그런 시스템과 준비가 잘 갖춰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2일 여배우 A씨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함께 작업했던 김기덕 감독이 촬영 당시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가하고 원치 않은 베드신을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그를 고소했다.

지난11월27일 검찰은 김기덕 감독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후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김기덕 감독에게 벌금 500만원 약식기소했다. 강제추행치상,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했다.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검찰이 불기소한 강제추행 치상이나 명예훼손 등 나머지 범죄사실에 대해 항고하기로 했다.

다음은 여배우 발언 전문.

저는 오랜 고민 끝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저는 4년 만에 나타나 고소한 것이 아닙니다. 이 사건은 고소 한 번 하는데 4년이나 걸린 사건입니다.

2013년 3월 사건 직후 저는 2개월 동안 거의 집 밖에도 못 나갈 정도로 심한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2013년 6월,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에 피해를 알렸습니다. 방문도 했고 변호사도 만났고 심리상담 치료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무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사건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영화계의 변호사분, 지인분들을 찾아가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했지만, 세계적인 감독을 상대로 고소하는 것이 승산 있겠냐, 화는 나겠지만 그냥 잊으라는 조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란 것은 그렇게 쉽게 지워지는 거이 아닙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행, 성폭력 사건뉴스기사를 접할 때마다, 저는 당시의 사건이 떠올라 고통을 겪습니다. 심지어 누가 제 앞에서 손만 올려도 저는 당시의 폭행 충격이 떠올라 참을 수 없는 불쾌함에 시달립니다.

제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은 것은 2017년도로, 사건 발생 4년 후입니다. 이에 강제추행치상으로 고소한 것이 타당하냐 묻는 분들도 있습니다.

당시 저는 정신과에 다니면 진료 기록이 평생 남을까 두려워 병원엘 가지 못했습니다. 병증을 겪고 있어도 정신과 질환은 당장 출혈이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치료의 다급성을 요하는 경우가 아니기에, 몇 년씩 방치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저는 지난 4년을 수치심과 억울함 속에서 방치된 채 보냈습니다.

2013년 사건 발생 직후 즉시 김기덕 감독님의 대리인 역할을 해온 김기덕 필름 관계자 분께, 사전협의 없이 강제로 남자 배우의 성기를 잡게 한 것과 폭행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당시 감독님은 '시나리오에 없는 것을 찍은 거에 대해 미안하다. 앞으로 절대 즉석에서 임의로 만들어서 찍지 않겠다'고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말을 바꿔 '감독님이 저에게 화가 났다. 돈을 조금 줄 테니 이미 찍은 촬영분만 쓰거나 그것도 싫음 촬영을 접을 수 밖에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저는 최종까지 김기덕 감독님과 의견 조율에 최선을 다했고 결과적으로 저와의 촬영 중단을 결정한 건 김기덕 감독님입니다.

저는 무책임하게 촬영장 무단 이탈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덕 필름 측은 언론에 배포한 공식보도자료에서 '제가 일방적으로 출연을 포기하고 연락을 끊었다, 3회차 촬영에서 오전 10시까지 기다려도 제가 오지 않자 피디가 집 근처까지 와 수차례 현장에 나올 것을 요청했지만 제가 끝내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거짓말을 했고, 그의 스태프 역시 아시는 바대로 지난 8월 SNS를 통해 여배우가 잠적했다는 등의 거짓을 유포했습니다.

녹취파일 마지막 부분, 저는 스태프들이 저로 인해 잔금을 못 받을까 걱정돼, 그들이 잔금을 모두 받았는지 확인하는 녹취록까지 있는데 이게 어떻게 제가 잠적한 것입니까.

녹취파일 마지막 부분, 저는 스태프들이 저로 인해 잔금을 못받을까 걱정돼 그들이 잔금을 모두 받았는지 확인하는 녹취록까지 있는데, 이게 어떻게 제가 잠적한 것입니까.

도대체 세계적인 김기덕 감독님이, 무명의 힘없는 배우인 저에게,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과연 무엇입니까.

사건이 공론화 된 후 저는 많은 악플에 시달렸습니다. 그 주 저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사건을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한 달 가까이 반복해서 저의 실명과 신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건 물론이고 언론에 제 신상을 제보하자는 협박에 가까운 댓글을 단 네티즌도 있었습니다.

경찰조사가 진행되자 그 네티즌은 제게 연락을 해왔고, 저는 그 분의 신상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 분은 저보다 최소 15년 이상, 데뷔가 늦은 후배 영화배우였습니다. 저는 그 분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그 분은 김기덕 감독님과 인연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정말 비참합니다. 그들에 비하면 저는 명성도 권력도 아무 힘도 없는 사회적 약자입니다. 저는 사건의 후유증으로 배우 일도 접었습니다. 같은 여자 연기자로써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제가 영화계의 힘 있는 유명 배우였어도, 그런 수모를 제게 줄 수 있는지 그 여성배우에게 묻고 싶습니다.

또한 저와 함께 촬영현장에서 함께 연기했던 모 배우는 '어떤 분이 촬영하다 나갔다는 얘기만 들었다. 나조차 그 분을 직접 뵌 적이 없다'는...왜 굳이 이런 거짓 인터뷰를 할 수 밖에 없는지, 저는 그 개인을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 분들과 원한 관계에 있지 않습니다. 아니 개인적으론 알지도 못하는 분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거짓말하며, 이렇게까지 제게, 가혹한 짓을 하는지 저는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검찰은 다시 한 번만 사건의 증거들을 살펴봐 주셔서, 이 억울함 풀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 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하였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고 보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하였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전혀 없으며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정소희 기자(ss082@joynews24.com),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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