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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한번볼래?]우리의 20세기★★★★★


원제 '20세기 여성'(20th Century Women)'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1979년 미국 산타바바라에서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는 싱글맘은 하루 하루 달라지는 사춘기 아들을 걱정한다. 함께 사는 포토그래퍼와 아들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녀들의 인생 교육이 영화 '우리의 20세기'(감독 마이크 밀스,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의 출발점이다.

'우리의 20세기'는 55살 엄마 도로시아(아네트 베닝 분)와 17살 아들 제이미(루카스 제이드 주만 분)의 심리적 거리감을 표현하면서 시작한다. 도로시아는 1924년생으로 전투기 조종사를 꿈꾼, 기업 제도실에서 일하는 유일한 여성이다. 아들은 주체적인 인격이라며 아침마다 학교를 빠질 수 있다고 말하는 도로시아. 제이미는 엄마를 단지 '일이 잘못되는 걸 참지 못하는 인물'이라고만 정의한다. 도로시아는 어쩌면 아들은 모르지만, 우리는 알수 있는 '쿨'한 엄마다.

도로시아는 '엄마는 말이 안 통해'라고 외치는 아들에게 '엄마한테 어떻게 그렇게 말해'라며 속상해 한다. '우리의 20세기'는 제2차세계대전을 겪은 엄마와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에서 사는 아들이 서툴게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처음'을 겪는 모두가 서로에게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넌지시 비춘다.

영화의 흥미로운 점은 3명의 여성 이야기가 영화의 처음과 끝을 제외한, 극의 중심축을 이룬다는 것이다. 제이미와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을 느낀 도로시아는 두 여성에게 혼란 속에 있는 아들이 자아를 찾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의 물건을 사진으로 찍으며 자화상을 만드는 애비(그레타 거윅 분)에게 그녀의 삶을, 아들의 친구 줄리(엘르 패닝 분)에게는 그를 돌봐달라고 말한다. 결국 맞닿게 되는 두 가지의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진다는 것이 '우리의 20세기'의 매력이다.

포토그래퍼이지만 페미니스트이기도 한 1955년생 26살 애비. 그녀는 제이미에게 '여성'에 대해 가르친다. 여성의 언어로 술집에서 이성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읽어봐야 하는 페미니스트 관련 책을 알려준다. 극 중 도로시아의 말처럼, 제이미를 세상 속의 한 사람으로 봐주는 유일한 인물이다. 1962년생 17살 줄리는 남여 관계에서 여성만이 겪을 수 있는 경험과 감정을 시니컬하게 제이미에게 말한다. 제이미는 공부하고 경험하며 그렇게 여성에 대해 알아간다.

영화는 같은 20세기에 나고 자랐지만,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모습 또한 그린다. 남녀 모두 둘러 앉은 식탁에서 월경과 첫 성관계 이야기를 가감없이 하는 애비와 줄리. 애비는 "평범한 이야기"라며 열변을 토하지만 도로시아는 고개를 젓는다. "사랑을 해야 한다고 느꼈는지 모른다. 그게 최선이었다"며 과거를 회상하는 도로시아와 "사랑에 빠졌다는 건 진짜 사랑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줄리의 모습 또한 이들의 시대·정서적 간격이다.

'우리의 20세기'는 마이크 밀스 감독이 소년 시절,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준 여성들에 대한 자전적 스토리에서 출발했다. 영화의 원제가 '20세기 여성'(20th Century Women)'인 이유다. 또 영화는 여전히 여성이 월경과 성관계를 말하는 것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재, 21세기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다.

영화는 스토리뿐 아니라 기술적인 연출력 또한 흥미롭다. 광고를 보는 듯한 이미지들이 등장해 기존 영화들과 다른, 보는 재미가 있다. 또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극 중 스토리에 맞춰 여러 시대와 장르를 오간다. '우리의 20세기'는 5명의 이야기를, 여성 3명의 삶을 색다르게 풀어낸 영화다.

'우리의 20세기'는 지난 9월 27일 개봉, 현재 상영중이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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