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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 섹시한 김주혁, '구탱이형' 김주혁(인터뷰)


"어떻게 하면 연기 잘 할지 매일 생각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사극을 제외한 현대극 영화와 드라마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김주혁의 모습은 현실적이면서도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었다. 여전히 많은 영화 팬들의 입에서 회자되는 '싱글즈' '광식이동생 광태' '아내가 결혼했다' 등 과거의 영화들에 더해, 비교적 최근작인 '좋아해줘'에서도 그는 다른듯 닮은 남성 캐릭터의 모습을 그렸다. '찌질'하고 허당기 넘치는, 그러면서도 순정적인 한 남자의 얼굴을 부족함 없이 자신의 표정에 투영해냈다.

지난 2016년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에선 앞서 언급한 이미지들에서 출발한듯 보이는 유쾌한 변주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에 앞서선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을 통해 '구탱이형' 김주혁의 자연스러운 민낯도 보여줬다.

지난 18일 개봉한 새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 제작 ㈜JK필름)는 김주혁에게서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얼굴을 끄집어낸 작품이다. '비밀은 없다' 속, 숨길 것 많은 스타 정치인의 비릿한 눈빛을 보며 그의 다른 가능성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또 한 번 놀랄 만한 결과물이다. '공조'의 북한 장교 차기성은 그런 의미에서 김주혁에게 흥미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 "겁을 먹기보단 확신을 갖게 됐다"는 그의 말은 오래된 나무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꽃이 만개하는 장면처럼 반가움을 안긴다.

'공조'는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가 시작되고, 임무를 완수해야만 하는 특수부대 북한형사 림철령(현빈 분)와 임무를 막아야만 하는 생계형 남한형사 강진태(유해진 분)의 예측할 수 없는 팀플레이를 그린 작품이다. 김주혁이 연기한 차기성 역은 림철령이 겪는 갈등의 단초를 제공하는 인물로, 극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핵심 캐릭터다.

체중 감량과 태닝으로 인물의 거친 외양을 완성한 김주혁은 달리는 차량에서의 총격전부터 맨몸 액션까지 다채로운 시도를 했다. 시종일관 여유로운 눈빛, 두려움이라곤 읽히지 않는 공격적 액션 신들이 관객들로부터 '섹시하다'는 감탄을 낳고 있는 것에 대해, 김주혁은 "아주 흡족하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섹시함을) 노린 것은 아니었는데, 잘 봐주셔서 고마울 따름이죠. 샤워 신은 원래 시나리오엔 없었지만 나중에 생겼어요. 몸을 보여준다기보다, 차기성의 상처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어요. 건강을 위해 늘 운동을 하지만, 이번엔 강인한 캐릭터를 위해 체중 감량을 위한 운동을 했고요. 태닝에 더해 더 검게 분장을 했어요. 태양에 그을린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죠."

'1박2일' 속 어리바리하고 아이같은 '구탱이형' 김주혁을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영화 속 김주혁의 모습에 낯선 감흥을 받을 법도 하다. '비밀은 없다'에서 보여준 연기에 이어 스크린에서 또 한 번 '특기를 버린' 선택을 한 듯 보여서다. 과거엔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주로 택했던 김주혁이 이런 변신에 뛰어든 이유도 궁금했다.

"이전에 많이 주저했던 면이 있어 후회가 돼요. '장르에 구애받지 말 걸' 싶은 마음이죠. 역할이 마음에 들면 앞뒤 안 가리고 하는 게 맞거든요. 그러다보면 잘 되는 것도, 아닌 것도 있겠지만요. 그런 마음에서 얼마 전 단편도 두 편 찍었어요. 그런 작업들을 통해 내가 더 신인이 되는 기분이라 좋더라고요. 다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서는 느낌이랄까요? 나를 다잡는 기분이 들어요. 그런 작업들이 더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배우로 살아가는 세월이 쌓일수록 열정도 함께 생긴다"는 말은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김주혁은 "젊을 때에도 열정이 있었지만, 나이를 먹으며 뭔가가 정리되면서 생기는 열정도 있는 것 같다"며 "그 땐 막연히 '부딪혀보자'는 마음이었다면 이젠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기준이 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글서글한 인상, 로맨틱 코미디로 사랑을 받았던 이력 등에 비춰 김주혁을 '한국의 휴 그랜트'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대해 김주혁은 "내게 어울리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웃어보인 뒤 "지금까지 이 얼굴로 배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용할 뿐"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가끔 거울을 보다 보면 깜짝 놀란다"고 눈을 크게 뜨며 우스개소리를 덧붙였다.

눈 앞의 김주혁은 역시 예능 속 '구탱이형'과 다르지 않은데, 스크린 속 연기의 스펙트럼은 점차 넓어진다. 매일 매일 "어떻게 연기를 더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는 고백에서 그 노력의 깊이를 읽어낼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을지 매일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더 감성을 키울 수 있을지도 고민하죠.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래서 늘 좌절해요. 그 사람들은 진짜니까요. '나도 평소엔 저런데, 왜 연기는 저렇게 하지 못하지?'생각하는 거예요. 저 사람이 되진 못하더라도 그에 가장 가까운, 가장 리얼한 감성을 표현하고 싶은 거죠."

고민과 함께 쌓여가는 것은 연기에 대한 확신이다. "작품 앞에 망설였던" 시절은 천천히 지나갔다. 전에 연기한 것과 비슷한 배역이라 해도 이제는 다르게 그려낼 수 있다는 믿음이 섰다. 김주혁은 "내가 연기한 모든 작품들의 영향을 받았고, 그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뭔가를 배우고, 앞으로는 실수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지금도 작품을 막 하고 싶어요. 일을 안하고 있는게 답답한 거예요.(웃음) 이제 시도해보고 싶은게 있고, 그 시도에 대해 겁이 안 나요. 전에는 내가 이렇게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 망설임이 많았어요. '아, 이거 틀린거 아냐?'라는 고민이 들 때, 이제 '아냐 맞아'라고 밀어붙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럼 보는 분들도 '아, 이런 길도 있지?'라고 생각해주실 것 같고요. 그런 확신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공조'는 지난 18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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