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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 뜨겁게 시작해 차갑게 식었다


같은 자리 맴돈 감정 소모와 갈등 요소로 피로감 누적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기존의 멜로드라마 공식을 벗어날 것"이라던 제작진의 야심은 초반만 반짝 하고 끝났다. '사랑의 온도'는 뜨겁게 시작해 차갑게 식어버렸다.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가 지난 21일 막을 내렸다. 좁은 미로 속에서 방황했던 현수(서현진)과 정선(양세종)의 6년 연애는 결혼으로 귀결됐고, 정우(김재욱)은 다시 멋진 형이자 대표로 돌아왔다. 홍아(조보아)-원준(심희섭), 준하(지일주)-황보경(이초희)도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

'사랑의 온도'는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40부작의 마침표를 찍었지만 반응과 성적표는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초반의 뜨거웠던 반응은 회를 거듭할수록 차갑게 식었다. 등장 인물들의 섬세했던 감정 표현들이 늘 같은 자리를 맴돌며 피로감을 준 탓이었다.

시작은 좋았다. '사랑의 온도'는 사랑을 시작할 때의 미묘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짚어내며 설렘을 줬다. 첫 만남부터 티격태격 하는 남녀, 처마 밑 비 피하기, 발 헛디디고 잡아주기 등 로맨스물의 진부한 클리셰들과 오글거리는 대사가 난무했지만 '사랑의 온도'는 좀 달랐다.

재료는 식상하지만 썩 괜찮게 조합하고 버무렸다. 여기에 새로운 것을 조금 넣으니 다른 맛이 났다.

시청자들도 곧바로 반응했고 시청률은 단숨에 10%대로 올라섰다. 6회 만에 10.4%를 찍은 '사랑의 온도'는 8회에 11%를 기록한 뒤 잠시 주춤했지만 14회 11.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분위기를 탔다. 온정선 역을 맡은 양세종의 인기가 급상승하는 등 화제성도 높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16회가 10.3%를 기록한 뒤 점점 하락하더니 급기야 반환점을 돌면서부터 줄곧 첫 방송이 기록한 시청률을 밑돌았다.

초반 상승세의 이유는 명확했다. 8회까지는 정선과 현수의 과거 인연과 다시 재회하기까지의 과정이 속도감 있게 그려졌고, 14회까지는 재회 이후 연인으로 발전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남녀의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잘 그려냈다. 그 사이에 놓인 박정우도 삼각관계의 한 축을 훌륭히 소화했다.

하락세의 이유도 분명하다. 두 남녀의 관계는 큰 사건사고나 극적인 감정 변화 없이 지지부진하게 전개됐고, 비슷한 맥락의 감정 소모와 갈등이 계속 반복됐다. 두 축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사이 긴장감을 유지해오던 삼각관계의 축도 무너져내렸다.

그러면서 캐릭터들도 힘을 잃고 매력도가 떨어졌다. 이현수는 자신만의 사랑 방식을 강요하는 여자가, 온정선은 혼자만의 세계에 갇힌 답답한 남자가 됐다. 세상의 멋짐을 모두 가진 것 같던 박정우는 사랑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지홍아는 어느순간부터 신경질만 냈다.

어쩌면 시청률이 더 떨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 여겨질 정도로 스토리도 캐릭터도 갈 길을 잃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현수는 정선의 사랑 방식을 이해하게 되고 정선 역시 꼭 감춰뒀던 마음의 상처까지 꺼내보이게 됐다. 이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였겠지만 같은 자리를 지나치게 맴돌았고 또 너무 멀리 돌아왔다. 그새 시청자들의 마음은 식었다.

결국 "연애 세포를 깨우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던 방송 전 서현진의 자신감은 결국 뻘쭘함만 남긴 채 끝나고 말았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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