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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 참신한 원작의 식상한 재활용


진부한 코믹 요소와 산만한 전개…축 처지는 로맨틱코미디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엽기적인 그녀'가 원작인 영화의 참신함을 식상하게 재활용했다.

지난 29일 SBS 새 월화드라마 '엽기적인 그녀'가 첫 방송됐다. 궁중 암투가 묵직하게 그려지다가 10년의 세월이 흘러 밝은 분위기로 전환됐다. 초반의 궁중 암투는 꽤 몰입도 있게 전개됐지만 중반 이후부터 진부한 장면들만 반복되다가 길을 잃었다.

시작은 괜찮았다. 궁중 암투로 인한 비오는 날의 전투 신은 강렬했고 손창민, 정웅인, 김민준 등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가 더해져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나무숲에서의 전투와 석양을 배경으로 한 절벽 신 등은 수려한 영상미로 많은 볼거리를 줬다.

문제는 10년 후로 배경이 바뀌면서부터다. 이때부터 로맨틱 코미디적인 요소에 집중을 했는데, 웃기려고 작정을 한 장면들이 제 역할을 못했다.

견우(주원)는 청나라로 유학을 갔다가 조선으로 돌아온 뒤 혜명공주(오연서)와 만났다. 술에 취한 혜명공주가 가마꾼과 시비가 붙자 견우가 나타나 구해준 것. 그 후 견우는 쓰러진 혜명공주를 여각으로 데려간 뒤 토를 닦아주다가 강간범으로 오해를 받아 옥에 갇혔다.

두 사람의 만남은 배경만 바뀌었을 뿐 원작을 그대로 따라갔다.

이 과정에서 코믹 설정들이 등장했다. 견우는 조선으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 독백으로 허세를 부리는데 그때마다 배가 출렁거려 맥이 끊기자 급기야 두 다리를 벌려 중심을 단단히 잡고 독백을 빨리하거나 혜명공주가 견우에게 기대 예상치 못한 트림을 하는 것 등이다.

혜명공주가 취해서 견우에게 토를 쏟는 모습이 배경음악 '아리랑'에 슬로우모션으로 그려졌는데 CG까지 더해 꽤 공을 들인 듯한 장면이었다. 딱 그것 뿐이었다. 뭔가 보여주려했다는 것 그 이상을 담아내진 못했다.

'엽기적인 그녀'는 핵심적인 전개는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와 흥미를 반감시켰고, 코믹적인 장치들은 식상하고 유치했다. 원작의 코믹 포인트들을 재해석 없이 그대로 가져온 점은 특히 아쉽다. 견우와 혜명공주가 만나는 과정에서 이 작품만의 새로운 뭔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연서의 코믹 연기는 과장스러운 표정과 대사 톤으로 인해 혼자 붕 떠있었다. 그렇다 보니 전개가 맥이 끊기고 조화롭지 못했다.

영상미는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 중에서도 견우와 혜명공주가 연못 다리 위에서 만나는 장면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엽기적인 그녀'는 100% 사전제자 드라마로 제작단계부터 말이 많았다. 원작의 팬들은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을 마뜩잖아했고, 특히 공개 오디션을 통해 뽑힌 여주인공이 돌연 하차하고 그 자리에 오연서가 캐스팅돼 논란이 됐다.

첫 방송은 그래서 더 중요했지만 기대를 만족시키진 못했다. 궁중 암투의 묵직함과 견우-혜명공주의 코믹 로맨스 사이에 간극이 큰 만큼 전개는 더 세련돼야 하고, 원작의 로맨틱코미디와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설정과 접근법이 필요하다. '엽기적인 그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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