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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 꼭 재기할 것"(인터뷰②)


"파산 후 성공할 것, 절망한 이들에게 희망 주고파"

[권혜림기자]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뭘 해도 나쁘게 보이는 상황에 와 있고 질타도 많이 받고 있지만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은 하나의 교훈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이제 절대로 망가지지 않도록 영화 작업을 시스템화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국민 코미디언으로 시대를 풍미했던 심형래는 감독으로 영화계에 발을 담근 뒤 단 맛과 쓴 맛을 모두 봤다. 영화 '디 워'(2007)를 통해 흥행 성공과 동시에 평단의 혹평을 받은 것.

비교하자면 쓴 맛의 농도가 더 짙었을 법하다. '디 워'를 제작한 영구아트무비는 계속된 재정난으로 폐업을 피할 수 없었다. 대표였던 그는 임금 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법정에도 섰다. 파산을 겪은 그는 재기를 준비하고 있다. '디 워'의 속편 '디 워:미스터리즈 오브 드래곤'(이하 디 워 2)의 제작자로 나선다.

지난 3년은 그에게 암흑같은 시간이었다. 경제난은 물론이고, 임금 체불 혐의 이후 쏟아진 대중의 따가운 눈초리도 그랬다. 지난 3월에는 모친상을 당하기도 했다. 순탄치 않은 시기였다. 최근 그는 '디 워2'를 통해 재기를 노린다는 내용의 언론 인터뷰로 다시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조이뉴스24가 심형래 감독을 만나 새 영화의 윤곽 외, 그간의 개인사와 심경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다시 대중 앞에 선 이유를 묻자 심형래 감독은 단호한 표정으로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답을 내놨다. "지난 3년 간 파산 등 굉장히 힘들었지만 내색은 요만큼도 하지 않았다"며 "한편 서운한 마음도 있었다. 빚 때문에, 혹은 악플 때문에 세상을 떠난 이들을 보며 여러 생각을 했고 '이제 정말 잘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고백했다. "(영구아트무비 직원들에게) 체불한 임금은 '디 워2' 촬영 전에 모두 갚을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렇게 돈을 많이 벌었었는데, 어머니 집까지 회사에 쏟아부었었죠. 사람들은 제가 179억 원을 개인 돈으로 쓰고 (파산 신청 후) 면책을 받은 줄 알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제 잘못이기는 하지만, 한 가지 면만 보고 이야기하는 이들에겐 서운한 마음도 있었어요. 이번에 법원에서는 '파산 이후 성공한 케이스를 만들어 달라'고 이야기했어요. 외국엔 그런 케이스도 많으니까요. 그래서 더 부담이 크죠. 파산자도 성공할 수 있다는 표본이 돼서 절망한 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디 워2'는 전편과 달리 심 감독이 메가폰을 잡지 않는다. 보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작업을 위해 실력이 더욱 뛰어난 감독에게 연출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디 워2'의 성공을 향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감독과 CG 기술팀, 시나리오 작가 등 대부분의 인력은 할리우드에서 찾는다. 영구아트무비 폐업 이후, 그는 제작을 총괄하는 회사를 다시 만들기보다 아웃소싱을 위주로 한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영구아트무비로) 기술력을 키워보려 했지만, 매출이 없으니 임금을 체불하게 됐어요. 조지 루카스의 ILM같은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국가나 대기업 차원에서 하지 않으면 어려운 것 같아요. 이제 제가 회사를 만들어 키운다는 생각은 없어졌어요. 언젠가는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새로운 시스템으로 다시 시작해야겠죠. 연출과 CG 면에서 제가 고민할 부분은 없어요. 전문가들에게 맡길 테니까요."

'디 워2'의 제작 윤곽이 처음으로 드러날 무렵 심형래는 감독으로 영화계에 복귀할 심산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주변의 조언에 귀를 열고 계획을 수정했다. 심 감독은 "기획은 잘 하지만 감독은 다른 사람을 썼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더라"며 "충분히 수긍이 갔다. 당시엔 나 혼자 미국에 가 부딪쳐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제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 워'가 미국에서 와이드릴리즈로 개봉한 뒤 심 감독에겐 주요 포트폴리오가 생겼다. 할리우드 감독과 작업하는 일 역시 수월해진 셈이다.

그러나 감독으로서 꿈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영화 전반을 연출하는 감독 자리가 아니더라도, 코미디 신을 연출하는 감독으로 활약하려는 희망은 있다.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로완 앳킨슨과 함께 서부 코미디극을 작업 중이라고 밝힌 그는 이 영화의 코미디 신 연출을 맡았다고 알렸다.

"제가 코미디 연기자에서 감독을 해 봤잖아요. '디 워2'에서는 제작을 맡아보는 것이 제 임무예요. 도전해 보는 것이 좋아요. 요즘엔 네티즌들이 쓴 리플도 다 읽어보고 참고해요. 종종 좋은 의견을 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하나 하나 보고 영화에 적극 반영할 겁니다."

한편 1969년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디 워2'는 미국과 소련이 치열한 우주 과학 기술 경쟁을 벌이던 중 나사(NASA)가 소련에 앞서 우주선을 발사하는 이야기다. 오는 2016년 개봉 예정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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