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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김탄처럼 순수한 사랑하고파"(인터뷰)


'믿고 보는 배우' 이민호를 만나다 "10대 학생 연기, 이제는 굿바이"

[장진리기자] 솔직히 고백한다. 실제로는 '20대 주식부자' 같은 기사에서나 만날 수 있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발에 채이고 한 트럭도 대령 가능하다는 그저 그런 재벌남인 줄 알았다. 백 번 양보해서 '꽃보다 남자' 구준표와는 비슷할 줄 알았다.

하지만 '상속자들' 속 김탄은 뭔가 달랐다. 모두가 말렸던 교복을 다시 입은 이민호는 사람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배반하며 '믿고 보는 배우'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꽃남' 구준표랑 똑같은데 '상속자들' 김탄 왜 했냐고요?"

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 종영 후 만난 이민호는 여전히 밝고 쾌활한 모습 그대로였다. 생방송을 방불케했던 '상속자들' 촬영이 끝나자마자 싱가포르, 중국을 돌며 해외 일정을 소화한 이민호는 빡빡한 일정에도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상속자들'은 이민호에게는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꽃보다 남자' 구준표로 스타가 된 이민호가 굳이 그 때와 똑같은 18세 고등학생 재벌남 캐릭터를 선택할 이유가 있었을까. 이민호 역시 이러한 지적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이민호는 자신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냈다.

"'상속자들' 한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다시 또 재벌 역할을 굳이 할 이유가 있느냐고 하셨죠. 하지만 제 20대가 지나온 것보다 남은 게 많지 않은데 지금 이 나이 때 간직할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것도 맞지 않나 생각했어요. 또 많은 대중분들이 이민호라는 사람을 기억하는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더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했고요. 연기 변신은 서른이 넘고나서도 많이 할 수 있을텐데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제 소년 같은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꽃보다 남자' 끝나고 '개인의 취향', '시티헌터', '신의'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구준표 이미지를 지우셨다고 생각하는데 '상속자들'을 하면서 보니까 많은 분들께 '꽃남' 이미지가 그대로 남아있더라고요. 오히려 '상속자들'의 상황이 '꽃남'과 똑같았기 때문에 오히려 '꽃남'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상속자들'은 여러 가지로 이민호에게 큰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좋은 성적, 배우들과의 찰떡 연기 호흡도 그렇지만 완연한 20대 후반에 접어든 이민호는 이제 10대 학생 연기와 작별을 고하려 한다.

"고등학생 역할로는 이제 최고치를 찍은 것 같은데요. 아슬아슬했어요(웃음). (박)형식이와 (강)민혁이의 피부를 봤을 때, 또 두 사람과 밤을 같이 샜는데 쌩쌩한 모습을 보고 이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특히 '상속자들'은 상대 배우들에 대한 애틋함이 정말 컸던 것 같아요. 다시는 교복을 입고 학원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슬프게도 이제 처음부터 교복을 입는 작품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요? 전 스물 여섯, 스물 일곱살이 정말 좋았거든요. 소년과 남자 사이에 있는 나이라 두 가지 모습을 왔다갔다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었는데, 이 시간이 안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사랑 온다면…김탄처럼 순수하게"

'상속자들' 속 김탄은 바보처럼 차은상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애보 사랑을 했다. 유배를 가듯 쫓겨서 향한 미국에서 우연히 차은상을 만나게 된 김탄은 자신과 닮은 듯 닮지 않은 소녀를 자신도 모르는 새 사랑하게 된다.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사실은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소년은 우연히 찾아온 사랑에도 "나 너 좋아하냐?"라는 질문으로 사랑을 고백할 만큼 서툴고, 또 올곧다.

"김탄은 재벌 2세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어요. '상속자들'을 찍으면서 '아, 맞다. 나 재벌이지, 나 돈 많지' 이런 생각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냥 캐릭터에 재벌이라는 설정이 있었을 뿐이지 선물 공세를 한 적도 없고…아무 것도 가진 적이 없는 캐릭터라 사랑을 받은 것도 신기해요. 어떻게 보면 능력도 과시하고 그래야 매력이 배가 되는 거잖아요.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직진한 김탄을 보고 마음 하나 만으로도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김탄은 어느 정도의 자신감과 남자로서의 패기,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한 여자한테 자기 마음을 계속 표현할 수 있었고, 그 모습이 '저런 남자와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 같아요."

이민호 역시 사랑 앞에 직진하는 김탄 캐릭터로 다시금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고. 이민호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평범한 20대 청년이기도 하다. 열혈 18세 소년 김탄은 2013년을 살고 있는 27세 청년 이민호에게 사랑에 대한 가르침을 준 것.

"점점 더 많은 팬들이 생기고, 연기 생활을 하면 할수록 어떤 여자를 저런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돼요. '상속자들'을 찍으면서 마음 가는 대로, 표현하고 싶은 대로, 순수한 마음으로 표현하는 게 진짜 사랑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진짜 큰 용기가 필요하겠죠. 만약 정말 그런 사랑이 나타난다면 김탄 같은 순수한 사랑을 하고 싶어요."

인간 이민호로서, 배우 이민호로서 30살까지의 인생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이민호는 조바심 내지 않고 차근차근 인생의 돌탑을 쌓아올리려고 한다. 연기 변신에 대한 부담감도, 멋진 역할에 대한 욕심도 없다. 좋은 작품이라면 망설임 없이 선택한다, 그것이 이민호가 곱씹는 단 하나의 연기관이다.

"이미지에 구속당하고 싶지는 않아요. 연기 변신을 해야만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제가 잘 할 수 있고, 그 시기에 맞는 좋은 작품을 하는 게 좋은 연기라고 생각해요. '꽃보다 남자' 전에는 돈 없는 역할만 했거든요. 그런데 '꽃보다 남자' 이후에는 이상하게 재벌남 이미지가 더 큰 것 같아요. 그런데 작품을 할 때마다 '너는 코미디나 이런 걸 더 잘 하겠다' 이런 말씀 많이 듣거든요. 제 안에 분명히 그런 모습이 있고요. 더 늦게 전에 코미디 작품도 하고 싶어요. 또 그 다음 작품에는 확 풀어진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좋은 대본이 나타나면 꽂혀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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