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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7년]원작 드라마-영화 붐…득과 실은?


[김양수기자] '영상세대'는 눈으로 소설을 읽는다. 최근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원작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베스트셀러'로 꼽힐 만큼 인기를 얻고 굳건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작품이라면, 혹은 각종 문학상에서 수상한 작품이라면 영화화, 혹은 드라마화가 논의되고 있는 것이 비일비재한 상황. 특히 최근엔 소설을 뛰어넘어 만화와 웹툰, 인터넷 소설과 외국드라마 등을 원작으로 받아들이는 작품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인기가 검증된, 여기에 탄탄한 스토리에 캐릭터 묘사마저 세밀한 원작을 기본 베이스로 깔아놓고 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은 제작사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관객들 역시 소설 속의 인물들이 영상 속에서 직접 살아 숨쉬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반갑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심리와 초반 이슈몰이를 마지막까지 이어나가는 것은 오로지 배우들과 제작진들의 몫이다.

◆ 원작영화 '명확한 주제의식'에 집중

최근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영화는 다름아닌 공지영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도가니'(감독 황동혁).

광주의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쓰여진 책은 2009년 6월 발간됐고, 올해 9월 공유 주연의 영화로 제작돼 한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영화는 성범죄와 법정물이라는 다소 어두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450만 관객을 돌파했고, 공유는 '로맨틱가이'라는 수식어에서 벗어나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최근엔 2007년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가 영화로 만들어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소설은 그 어떤 불우한 상황도 극복해내는 18세 반항아 완득이의 성장기를 특유의 유쾌한 필체로 뽑아냈다.

스크린에 옮겨진 '완득이'(감독 이한)는 김윤석, 유아인 두 배우의 열연에 힘입어 개봉(10월20일) 1주만에 50만 관객을 넘어섰고, 이후 주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렇듯 영화와 드라마로 재생산되는 소설에는 정확한 주제의식이 담겨있다는 특징이 있다.

영화는 2011년 현재,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정의란 과연 무엇인지 되묻고('도가니'), 꿈을 찾아가는 한 청소년의 모습을 통해 희망을 전한다('완득이').

이 외에도 사형제도를 재성찰하게 만든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년, 원작 공지영)과 결혼제도에 대한 통념적 생각을 맹렬히 비꼰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2008년, 원작 박현욱) 등도 독특한 시선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열풍에 대해 제작사 관계자는 "스토리가 탄탄한 데다 주제의식까지 갖춘 원작소설을 만나게 되면 판권 계약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라며 "원작을 크게 훼손하지 않은 상태에서 캐릭터를 또렷이 살리고, 드라마틱한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원작소설에 대해 갖고 있는 독자들의 기존 틀과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며 "좋은 연출과 작가, 그리고 좋은 배우의 3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고 흥행공식을 밝혔다.

◆ 다양화된 원작 루트…연예인들도 앞다퉈 출연 욕심

최근엔 원작의 루트가 다양화됐다. 과거엔 소설에만 국한됐지만 요즘은 만화, 웹툰, 인터넷소설, 여기에 심지어 외국드라마의 판권을 구입해 방영하는 드라마도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이중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작품들은 10대부터 30대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꽃보다 남자'를 필두로 '탐나는 도다' '장난스런 키스' '시티헌터' '궁' '버디버디' 등 다양한 작품들이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장근석, 김하늘 주연의 '너는 펫'(감독 김병곤)이 개봉(11월10일)을 앞두고 있다.

일본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이 연하의 남자를 '펫'으로 받아들이면서 생겨나는 재미난 에피소드를 그린다.

최근엔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절대 그이'(극본 목연희)가 시청자들과 만날 준비에 들어갔다. 이미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돼 큰 성공을 거둔 '절대 그이'는 완벽한 이상형의 연인을 주문해서 갖는다는 스토리다.

특히 '절대 그이'는 영화 '너는 펫'으로 '로코퀸'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한 배우 김하늘과 그룹 빅뱅의 탑이 유력한 남녀 주인공으로 거론되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올 연말 촬영에 들어가 2012년 3월께 MBC를 통해 선보일 예정인 '절대 그이'는 일본에서 이미 인기가 검증된 만큼 수많은 연예계 관계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작품이다.

여기에 지난해 '성스 폐인'을 양산했던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자 정은궐의 소설이 또 한 번 드라마화를 결정했다. 정은궐의 소설 '해를 품은 달'은 지난 2005년 발매돼 1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로 조선시대 가상의 왕 이훤과 무녀 월의 사랑을 그린 역사 로맨스물이다.

지난 '성균관 스캔들'의 성공 때문일까, 드라마 '해를 품은 달'(극본 진수완, 연출 김도훈)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적잖은 상황이다. 현재는 배우 한가인과 몇몇 남자 배우들이 캐스팅 물망에 올라온 상태.

박유천, 박민영, 송중기, 유아인 등 '잘금4인방'이 정은궐의 전작인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인기스타 반열에 오른 만큼 이번 '해를 품은 달'에 합류를 원하는 연예인들 역시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작사 측은 내년 2월께 MBC 방송을 목표로 올해까지 캐스팅을 마무리짓고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작 구매로 이어져…'스크린셀러' 신조어도

최근 생겨난 신조어 중 하나가 '스크린셀러'다. 영화와 베스트셀러를 조합한 신조어로, 영화의 성공으로 원작 소설이 다시 주목받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이런 현상이 대형 서점가를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는 지난 9월22일 개봉 이후 매출이 740% 급증했고,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역시 지난 7월 개봉 이후 그림책과 원작동화 매출이 400% 뛰었다.

현재 SBS에서 방송중인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장태유, 신경수)와 영화 '완득이'의 원작소설도 차례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국출판인회의가 발표한10월 마지막주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도가니'는 4위, 이정명 작가의 '뿌리깊은 나무'는 6위, '완득이'는 8위 등 단숨에 톱 10에 진입하는 힘을 보여줬다.

드라마-영화의 성공이 소설의 판매로 이어지는 '선순환'은 여러모로 긍정적이다. 침체된 책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으로도 보인다. 소설의 판권이 판매되면 작가들은 인세 외에 부가 수익을 누릴 수 있고, 대중들은 좀 더 신선한 주제의 책들을 영상으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관계자들은 "미리부터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작가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좋은책이 만들어진 이후 자연스럽게 영상화 논의가 이뤄지는 기존 방식은 '윈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가 될 경우 작가들의 작품색깔이 흐려지는 것은 물론 문학계 자체가 변질될 있다는 것이다.

문학계와 영화계의 동시성장, 그리고 영상세대들의 다양한 욕구 충족을 위해서는 더 활발한 시나리오 발굴 작업과 풍성한 투자 기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원작 열풍의 득과 실…앞으로의 방향은

올해의 원작 열풍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께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각시탈'(극본 유현미, 연출 윤성식)도 전파를 탈 예정이고, 정유정의 '7년의 밤'과 '내 심장을 쏴라'는 이미 영화화가 내정돼 있는 상태다. 여기에 유광수의 '진시황 프로젝트', 김이환의 '절망의 구' 역시 영화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최근 불고있는 한국사회의 원작 열풍에 대해 CJ E&M 드라마제작국 박호식 팀장은 "원작을 가진 드라마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원작이 있는 경우 드라마 흐름의 방향성이 명확하고, 제작진도 예측가능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많은 제작진들이 '원작과의 차별화'에 부담을 느끼고 원작의 좋은 점을 피해가는 부분 역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좋은 원작에만 목을 매기 전에 좀 더 체계화된 시스템과 방송-영화 현실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드라마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 관계자 역시 "원작이 있는 경우엔 극본화 과정이 다소 짧아져 초기비용이 줄고, 마케팅 비용도 절감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작을 넘어서야 한다는 부담감도 적잖다"고 털어놨다.

이어 "좋은 작품들의 판권 구입은 하늘의 별따기다. 콘셉트가 괜찮거나 캐릭터가 살아있거나 소재가 신선한 작품의 경우는 경쟁이 치열하다"며 "한국 드라마-영화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좀 더 다양한 작품이 등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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