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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끝나지 않은 감동…무대서 되살아나다(리뷰)


성공한 원작의 그늘에서 영리하게 벗어난 완성도 높은 무대극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성공한 원작을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는 건, 때로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높은 대중성을 담보하는 만큼 관객들은 더욱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모래시계'는 원작의 그늘에서 영리하게 벗어난 완성도 높은 무대극이다.

1995년 '귀가시계'로 불리며, 전국민의 절반 이상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들인 화제의 TV 드라마 '모래시계'가 무대 위에 되살아났다. '모래시계'는 혼란과 격변의 현대사 속에서 시대의 힘에 의해 안타깝게 얽혀버린 세 남녀의 사랑과 엇갈린 운명, 그리고 선택을 그린 작품.

그 어떤 가상의 이야기보다 극적이고 충격적인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관객들의 가슴에 묵직한 감동과 뭉근한 여운을 남긴다. 광주 민주화항쟁, 유신정권 철폐 학생 운동,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삼청교육대의 인권 유린 등 반세기도 채 지나지 않은 과거에 벌어진 실제 사건들은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모래시계'는 24부작의 방대한 원작을 180분으로 압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드라마의 주요 인물은 적극 이용하되, 핵심 메시지와 주요 사건에 집중하며 스토리를 재가공했다. 여기에 속도감 있는 전개와 무대를 울리는 역동적인 군무, 귓가를 오래도록 맴돌게 만드는 매력적인 넘버가 더해져 관객들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뮤지컬 '모래시계'는 창작 초연이지만 수준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 탄탄한 스토리에 대중친화적 넘버가 더해진 결과다. 특히 태수가 부르는 '너에게 건다'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주요 넘버로 주목할 만하다. 세상에 아무런 희망을 품지 못했던 태수가 온몸으로 세상과 맞서는 부잣집 딸 혜린을 만나고, 그녀를 삶의 목표로 삼는 내용을 담아냈다. 진지한 내용에 울림이 깊은 멜로디가 더해져 짙은 여운을 남긴다.

한시도 쉬지않고 내지르고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배우들의 열연은 인기의 일등공신이다. '믿고보는 배우' 김우형, 신성록, 한지상(태수 역), 조정은, 김지현, 장은아(혜린 역), 박건형, 강필석, 최재웅(우석 역) 등이 드라마의 흐름을 주도한다면, 송영창, 손종학(윤회장 역), 이정열, 성기윤(도식 역) 등 중견배우들은 흔들림 없는 연기로 무게 중심을 잡는다.

드라마 '모래시계'에 대한 그리움을 가진 중장년층은 물론, 한국의 어두운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은 청년 세대, 세 남녀의 극적인 로맨스를 궁금해 하는 청소년 등 누가 보더라도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터다. 그런 의미에서, 더욱이 '지방선거'라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취소된 대구 공연은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2월11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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